판을 까는 여자들 - 환멸나는 세상을 뒤집을 ‘이대녀’들의 목소리
신민주.노서영.로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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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녀? 이화여대 나온 여자들인가?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집어든 책은 나에게 묵직한 한방을 날렸고, 크고 작은 이슈들로 (하지만 여성들의 생존권을 위해 모두 너무 중요한 문제였던) 떠들썩하다가 이내 곧 잠잠해 졌던 일련의 과정들을 돌이켜보게 했다.

 <판을 까는 여자들>은 남자들의 잔치에 여자는 구색맞추기로 끼워넣은 것 같은 말하자면 '오색찬란한 다양한 반찬들 사이에 뚱하게 껴 있는 밀전병이 되어'버린 느낌이 들게 만드는 요인과 이런 일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일들을 보며 20대 여자들의 설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를 지적하고 문제삼는 세 명의 이대녀들의 글이다. 구절판 행사, 구절판 회사, 구절판 정치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오늘 또 구절판 됐어"라고 쓴웃음을 짓는 '이대녀'는 구절판에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신, 구절판은 걷어차고 새 판을 까는 여자들이 되자는 의미로 제목이 지어졌다. 제목의 의미를 알게되자 멋지다, 대견하고 기특하면서도 미안하고 안타깝다는 많은 감정들이 몰아쳤다.

<어떤 나무들은>, 난다, 2021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아트북스, 2021
<판을 까는 여자들>, 한겨레출판, 2022
이 세 책의 주제는 모두 다르지만 70년대 미국의 사건, 상황들이 조금씩 언급되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젠더 문제와 백래쉬(backlash)는 미국의 1970년대와 흡사해 보인다.
갈 길이 멀지만 나아갈 방향이 있음에 희망을 찾아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할 말, 하고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다 읽고나니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저 이 책에 언급되었듯 다음 이대녀, 다다음 이대녀와 뜻을 함께하기 위해 마음까지 늙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위해, 나의 세 명의 여성 조카들을 위해.

 

 '어머니라는 말은 여성의 이름을 지웠다.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로 불리는 동안 여성은 자신을 위한 시간과 자원을 잃었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포용적인 이미지를 묘사하기 위해 손쉽게 사용되기 십상이었고, 그럴수록 여성에게 요구되는 희생은 당연한 것으로 포장되었다. 희생이 아름다운 것이 되는 순간, 희생하는 주체의 행복은 멀어진다.'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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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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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소설도 잘 쓸 수 있을까? 그건 좀 반칙이지 않나?
<재>는 신용목 시인의 첫 소설이다. 시와 정반대의 장르가 소설이라 시인의 소설이 궁금하기도 했다. 의미와 감정을 축약하고 절제하던 시인이 길고 장황한 글을 어찌 이리 잘 쓸까. 정말이지 한 편의 긴 시 같았다. 정말 시적인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밑줄 치며 오래도록 소화할 만한 글이 많아 완독까지 오래 걸렸다. 사실 다 읽고나서도 책을 읽고있는 중 같다. 읽을때보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 이것 마저 시같다.

  우리는 기적이 전능한 외부에서도래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랑은 기적이 오로지 한 인간의 삶을 통해 행해진다고 말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 동안 천천히 일어난 기적을 만지는 것이다.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시간의 형체가 바로 내 앞에 있는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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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일상채식 - 평범하게 시작해 오래도록 지속하는 채식라이프
이윤서 지음 / 책밥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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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하게 시작해 오래도록 지속하는 채식라이프'라는 부제에 정말 공감해서 박수치며 읽은 책이다.
어떤 요리책은 구하기 어렵거나 비싼 재료가 필요해 해볼까 말까 고민을 하게 만들고, 또 어떤 요리책은 맛보다 비주얼 위주라 만들고 맛없어 두번 다시 펼쳐보기 싫은 것도 있다. <한 그릇 일상채식>은 쉽게 구할 수 있거나 흔하게 집에 있는 재료들고 정말 흔하지만 특별한 집밥을 만들어먹을 수 있게 도와준다. 만들고 싶은 음식들도 많고 쉽게 따라할 수 있어 손이 많이 갈 것 같다.
평범해야 오래 간다. 집밥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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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노인 사이에도 사람이 있다 - 인생의 파도를 대하는 마흔의 유연한 시선
제인 수 지음, 임정아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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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때는 빨리 20대가 되고 싶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와 독서실에서 보내던 그땐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여행도 가고 술도 마실 수 있는 자유가 신기루같이 느껴지곤 했다.

20살이 됐을 땐 그렇게 갈망하던 자유를 얻었지만 대단한 게 아니었음을 실감하고 적잖이 실망했었다. 그리고 그 자유에는 대가가 따름을 알았고 또 그때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남의 돈 벌어먹고 살기가 더럽고 치사해도 다음 달 카드값을 위해 참으면서 약육강식의 세계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때, 나는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다.

경제적 자유가 첫 번째 이유이고, 직장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해 대내외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대는 아직 부모님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므로 진정한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30대가 되고 나니 안정적인 부분도 만족스러운 부분도 분명 컸다, 진짜 인생은 30부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생에서 아주 중대한 이벤트가 (결혼과 출산 등) 이 시기에 몰려 있다. 그래서 30대의 나는 그저 하루하루 살기 바쁘고 정신없다. 예전처럼 빨리 나이를 더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 나이 들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같은 걱정이 더 큰 것도 같다.

책을 읽으며 나의 40대 때 모습을 그려봤다. 40대가 되면 분명 흰머리도 많아질 것이고 주름도 늘어나겠지. 아이는 사춘기에 접어들고 육아와 살림, 일에 지쳐 금방 폭삭 늙을 것 같은데.. 40대의 좋은 점이라곤 생각이 나질 않는다. 50대는 그나마 아이도 크고 여유도 많이 생길 것 같아 조금은 기다려지지만 40대는 정말이지..

그러다가도 <소녀와 노인 사이에도 사람이 있다>의 에피소드를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일이 있으면 40대도 그리 나쁘진 않겠다는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흰머리와 주름과 푸석푸석한 피부는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지만.

사람 사는 던 다 비슷비슷하다. 40대쯤, 인생의 노잼시기가 오면 나이가 비슷한 외국인 친구를 사귀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렇게 기대하던 20대도, 30대도 겪고 나니 별거 아니었던 것처럼 40대도 그렇겠지,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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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
이지은 지음 / 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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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오래전부터 책을 읽고 리뷰를 써왔다. 대학시절엔 싸이월드에, 싸이월드가 없어지고부턴 블로그에, 블로그에는 왠지 길고 장황하게 써야할 것 같아 독서보다 독후감이 막막해 내가 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인스타그램에 쓰고있다.
책 리뷰는 단순히 내가 어떤 책을 읽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까끔 내가 읽은 책을 쓴 작가님이나 편집자님이 내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주실 때면 항상 '어떤 책이든 함부로 평가하고 재단해선 안 되겠다.'고 다짐한다.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를 읽고 많은 출판인들과 편집자에게 내적 친밀감을 쌓았다.
내 책장에 꽂혀있는 저 책들, 식탁위에 널부러져있는 이 책들, 침대 옆에 잔뜩 쌓여 있는 그 책들이 새삼 또 다르게 보인다.

 오랜만에 옛날 생각도 나고, 출판의 현실과 마주해 뭉클+짠했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직장생활의 기쁨과 슬픔에 무한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책이고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직장인이면 백프로 천프로 공감하며 읽을 책이다.

 저자의 바람대로 나는 앞으로 서점을 가득 채운 책들이 저마다 만든 사람들의 애정과 수고를 품고 있다는 걸 책을 펼칠때마다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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