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레이 얼 지음, 공보경 옮김 / 애플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몸이 뚱뚱한 탓에 남자애들에게 놀림도 많이 당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아닌 이유로 상처와 무의식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
물론 이 책의 저자도 그리고 나도 아직까지 살을 잔뜩 빼서 44, 55사이즈를 입는 여성은 아니다.
그리고 외국은 우리와 정서가 다르니까 또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뚱뚱한 사람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고 이전에 방송을 보는데 어떤 사람은 자신이 100kg이 넘던 시절 갑자기 길에서 쓰러졌을 때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 살을 거의 30kg을 뺐다고 한다.
난 책보다 드라마를 더 먼저 봤고 그땐 단순히 이 드라마가 80~90년대 영국의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느낌이고 뚱뚱하고 자존감 없는 여성이 잘생긴 동창을 만나 알콩달콩한.. 그런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단순히 로맨스만 있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란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주인공 레이는 겉으로는 늘 괜찮은 척 하며 남을 웃기고 자신을 비하하는 데 거리낌 없는 사람처럼 주변에 보이지만 중학교 때 받은 상처로 인해서 정신병원에도 다녀온 경험이 있으며 주변에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어른 또한 없다.
자신의 어머니가 왜 싱글로 있질 못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아버지가 집에 오는 걸 달가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예쁜 친구를 시기질투하면서도 그 몸매가 되고 싶다고 부러워 하기도 하고.. 친구들간의 오해와 사랑도 쌓이면서 레이의 1년의 일기가 책 한 권으로 끝이 난다.
또한 어떻게든 30kg이라도 빼서 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오늘 학교에서 먹은 급식이나 집에 가기 전 들린 슈퍼에서의 과자와 초콜릿이 너무 유혹적이어서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을 해도 자꾸만 헛수고로 돌아가고 만다.
결국 1권이 끝날 때까지 레이는 살을 빼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이 핀이라는 소년을 좋아한다는 걸 눈치채고 둘의 사이가 조금은 진전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마이매드 팻다이어리를 시즌 3까지 모두 본 사람으로서 결말이 어떻게 끝나는 지도 알고 내가 맹목적으로 믿었던 핀이 마지막에 그런 뒷통수를 때릴 거라곤 절대 생각 못했지만 결국 드라마 끝자락에 레이가 자신의 가치관도 정립하고 자존감도 쌓아가는 걸 보면 마치 그녀의 엄마보다 내가 더 그녀를 응원해 주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2권도 이제 조만간 읽을 건데 둘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레이의 일기를 통해 훔쳐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