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
김준태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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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어 답하다> 광고를 처음 본 순간, 이미 이 책에 매료되었다. 조선시대의 왕과 신하들이 나눈 대화라니, 그 자체만으로 흥미롭고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런 대화의 핵심 소재인 책문(冊文)은 당대의 지혜와 가치관, 도덕적 기준을 담은 매우 중요한 문서로, 조선의 석학들이 어떤 삶의 통찰을 우리에게 남겼는지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매개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책문 속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리더십'과 '삶의 지혜'를 꺼내어 현대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한때 유교와 성리학적 질서의 폐단을 강조하며 선조들의 지혜를 소홀히 봤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 책은 조선 시대 선조들이 오늘날의 우리와 닮은 고민을 나누고, 그 해결을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공부했던 흔적을 생생히 보여준다. 특히 책이 전하는 대답들은 단순히 과거의 지혜를 넘어서,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어 더욱 가치 있게 다가왔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이 발간된 사실이 정말 기쁘고 반갑다.


책의 구성도 흥미롭다. 왕과 신하의 18가지 문답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추가로 부록에 실린 9개의 질문과 답변도 독자의 궁금증을 더 깊게 채워준다. 왕의 질문은 당대 조선이 처한 정치, 경제, 외교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신하들의 답변에는 일관된 ‘중용(中庸)’의 성(性) 개념이 스며들어 있다. 중용에서 말하는 성은 인간 본연의 선한 본질이자 하늘로부터 태생적으로 부여받은 성품을 의미한다. 다만 현실에서는 개인의 욕망과 감정으로 인해 성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유학자들은 자기 수양과 학문적 실천을 통해 이를 지키는 데 주력했다. 책 속 많은 신하들의 답변에서도 성의 실천을 도야와 자기 발전의 노력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러한 성의 실천은 결국 모든 사회적,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어 시대를 넘어 가치 있는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의 실천'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책은 존양, 성찰, 치지, 역행이라는 네 가지 공부 덕목을 제시한다. 이는 현대적으로도 해석 가능해서 더욱 와닿았다. 예를 들어, 존양은 타인과 본인을 존중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자기계발이나 독서, 멘토링을 통해 실천해볼 수 있다. 성찰은 자신의 행동과 마음을 돌아보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으로, 명상, 마음챙김, 글쓰기 같은 현대적인 방법들이 딱 어울릴 것이다. 치지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인데, 이는 질문과 요약 능력이 중요한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와 잘 맞닿아 있다. 마지막으로 역행은 실천하는 힘이다. 아무리 좋은 배움을 얻어도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가르침이 소용없다. 배운 것을 삶에 적용해 실천하는 작은 다짐 하나만으로도 선조들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선조들은 학습과 삶, 그리고 대인관계를 분리하지 않았다. 가방끈이 길어져도 사회적 책임감은 낮아지는 오늘날, 선조들이 보여준 삶과 배움의 자세는 잊혀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다. 특히 모든 변화를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책임의식과 자기 도야의 자세는 지금 시대에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산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가르침을 되살릴 통찰을 건네준다. 시대를 초월해 삶의 본질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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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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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행동 철학서로 읽혔다. 정신과 의사로서 오랜 세월 마음의 고통으로 괴로워 하는 내담자들을 상담하면서, 그는 그 모든 심리 치료의 기반이 되는 심리적 툴(tool)을 만들어 냈다. 


스터츠의 행동 철학은, 융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융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우리를 억압하고 부정하려는 자아를 ‘그림자’로 명명하고, 우리는 그림자를 통합하여 좀더 온전하고 완전한 개체로 나아가기 위한 개인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우리의 무의식을 억압과 부정의 대상이 아닌 수용과 통합의 대상으로서 강조하는데, 내가 보기에 스터츠는 이러한 융의 심리학적 개념을 적극 활용하되, 그의 개인화 과정의 실천적 방안으로서 행동, 즉 작은 헌신을 강조한 것으로 보였다.

 

스터츠는 융의 그림자 개념을 자신만의 행동학적 철학에 강하게 심어놓았다. 융의 그림자 개념은, 스터츠의 철학 안에서 고통, 갈등, 상실, 왜곡된 자기애, 물질에의 숭상, 불만과 질투, 인정욕구, 실패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고통과 갈등, 상실과 실패 속에서 고차원적인 자아를 위한 ‘의미’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통해서 작고 반복적인 헌신을 위한 에너지를 얻은 후, 마침내 실천과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융은 내면의 다양한 요소인 자아와 그림자,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으로 개인화가 이루어진다고 본 반면, 스터츠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내면적 통합이 행동으로 실천될 때만 지속성을 가지고 삶을 성장시킬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진정한 사랑 찾기, 의미 찾기를 통한 선의의 발견 같은 행위는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행동을 통해 외부 세계로 발산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개인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연대와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한층 더 거시적인 차원의 고차원적인 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행동 철학이 유난히 내게 특별하게 다가온 건 그가 일반적인 통념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음에도 그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상실과 갈등의 가치를 탐구한 부분이었다. 상실과 고통은 우리에게 대체로 피하고 싶은 대상이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괴로움 때문에 기피의 대상인 실패가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되듯, 우리는 우리에게 고통과 소모를 가져오는 어려운 경험인 상실과 갈등 속에서 한층 성장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상실과 갈등 그 자체에 매몰되어 저차원적인 자아에 함몰되는(좌절, 분노, 공격성표출)을 단계를 넘어서 우리가 힘겨운 체험 속에서도 고차원적인 세상에 머물겠다는 의지적 선언인 ‘적극적 사랑’을 실천하는 것 자체가 저자에게는 또다른 의미의 실천이 된다는 것이다. 상실의 경험을 통해서 그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집착을 떨치고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며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되고, 단지 의미 찾기를 내면화함에 그치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한 대상에게 적극적 사랑을 보냄으로써 그의 행동학은 실천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행동적 선언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관계성의 터닝 포인트를 불러올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행동학의 기반인 작은 헌신은 일회성이 아니고 반복적인 행위이어야 하기에, 반복되는 선의 속에서 당연히 관계의 회복과 감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으리란 예상에 나는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매번 내게 공격적인 존재에게 적극적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사람은 본래 굉장히 상호적인 존재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고 충분히 비난할 상황에서도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상대에게 이득이 되는 제안을 하는 일을 시도했을 때, 트러블 상황에서 불화가 생기지 않고 매끄럽게 불편한 상황을 빠져나갔던 경험이 떠올랐다. 어쩌면 스터츠의 행동학이 말하는 적극적 사랑의 실천도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싸우지 않고 갈등을 현명히 해결하고 나면, 상대의 해악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적극적 사랑의 실천>이란 결국 상대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이를 실천하는 나 자신을 위한 처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가치를 따지지 않고도 나는 고차원적인 선의 속에 머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건강한 자기애의 실천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스터츠의 내면 강화는, 앉아서 불평만 터트리며 스스로를 갉아먹던 왜곡된 자기애에서 나를 구원해준 책이다. 나는 지금 집 문제로 갈등 상황에 있으며,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이 상황이 못내 힘겨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에 존재하는 법을, 그리고 이 순간의 행복과 소중함을 좀 더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상대를 원망하는 걸 그치고 그 갈등 상황이, 최근 내가 겪은 일련의 상실이 내게 준 의미 찾기에 몰두하며 독서하는 동안 깊은 마음의 평안이 내게 찾아왔다. 상대가 누구이며, 사랑 받을 가치가 있든 말든 따지지 않고 적극적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어쩌면 상대가 아닌 나를 위한 처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덮었다. 나처럼 마음의 힘을 키우고 싶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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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 - 세상의 흐름을 결정할 혁신기술의 거대한 충격 17 10년 후 세계사 3
구정은.이지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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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미래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었는가? 이 질문에 호기롭게 대답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있을까. 불안한 우리들에게, 이 불안의 근원이 어디서 비롯하고, 어떻게 불안감에 대처할 수 있을지 가이드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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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줄이면 된다 - 길 잃은 창작자를 위한 한예종 스토리 공식
이은희 지음 / 부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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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나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에 대한 이 책은 창작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이 땅의 모든 ‘누구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실천 작법서이다. 창작의 원점에서 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우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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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딥쇼크 - 량원펑과 천재군단의 AI 전술, 미중 테크전쟁의 서막을 열다
이벌찬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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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딥쇼크는 SNS에서 출간 전 광고와 서평단 모집 글을 봤을 때부터 너무 내용이 궁금했던 책이었다. 너무 감사하게도 서평단에 당첨되어 꼭 읽어보고 싶던 책을 정식 출간 전에 받아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책 표지가 좋아하는 보라색톤으로 이루어진데다, 딱 좋아하는 장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독성이 정말 좋았다. 내용도 평소 관심이 컸던 인공지능의 발전에 관한 것이었던 데다, 물리적으로도 좋아하는 편집 스타일이라 더욱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생성형 AI의 발전이 눈부신 작금이다.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에서 새로운 AI 모델 R1을 출시한 것이 바로 올해 1월 말의 일이다. 기존의 챗GPT에 비해서 전혀 뒤처지지 않는 인공지능이, 미국의 반도체 수입 제한 조치 아래서 탄생했기에 R1과 딥시크는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저자도 글 속에서 한 번 언급하였듯, 중국의 첨단산업과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은 조직적인 복제, 기술 유출과 막대한 국가적 지원 때문이라고 많은 이들이 믿고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대중적인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딥시크의 창업자이자 R1의 개발자인 량원펑이란 천재와 국가주도의 산학협동적 거시동원체제와 오랜 시간 누적된 비평준화 교육이 이루어낸 쾌거가 현재 중국의 눈부신 기술 발전의 증표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딥시크는 결코 우연이거나 일회성인 사건이 아니고, 화웨이, 틱톡, DJI등 앞으로도 인공지능이란 분야에서 놀라운 혁신이 거듭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저자가 언급한 바처럼 수백 년 전 청나라에 사절단으로 다녀온 조선의 선비 권시형은 <석단연기>란 책에서 당대 청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활용하고 있던 석탄 산업을 무시하였다. 권시형의 인식은 당대 조선의 지식인이자 지배계급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대변한다. 조선 시대 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고 변화하지 않았던 조선은 근대의 물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우리가 어쩌면 조선 말 우리 선조들이 범한 어리석음을 답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전히 중국을 미국처럼 인공지능과 첨단 테크놀로지의 선도자의 위치에 섰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다 선진화된 기술을 훔쳐서 복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폄훼하는 동안, 중국은 불과 몇 년 만에 미국의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저자가 무수히 많은 도표와 자료로 언급하였듯 중국은 인공지능 분야에 있어서 자본력도, 인재풀과 학술적 연구 성과와 상용화된 기술 모든 면에 있어서 2인자의 위치에 올라섰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대에, 생성형 AI와 중국의 혁신 기술은 R1의 전면금지와 같은 단발적인 조치만으로 외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세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이해하고,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지에 대하여, 오픈형 AI R1과 틱톡 등을 통하여 세계의 디지털 패권을 장악하여 어쩌면 2025년의 새로운 빅브라더로 부상할 지도 모를 위협을 주는 중국에 맞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를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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