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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는 너에게
이우연 지음 / 비선형프레스 / 2025년 7월
평점 :
이우연 작가님의 『나를 보는 너에게』는 청소년기의 애착과 소외의 문제를 섬세하게 조명하며, 현실과 꿈 같은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설이다. 작품은 단순히 청소년기라는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인의 관계와 소속감 문제를 부각시키며 깊은 공감과 고민을 유도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소리와 은하라는 두 명의 십대 소녀가 있다. 이들은 언뜻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고도 묵직한 고독을 품고 있다. 둘은 학교의 현행 분반 체제 속에서 강제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게 되며,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복잡하고 위태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작가는 이러한 관계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며, 청소년기의 교우 관계가 주는 심리적 갈등과 소외감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특히 학기 초 친구 관계 형성 과정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스트레스, 심리적 결핍에 대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과거 경험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작품은 이러한 관계를 중심으로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와 소속감 문제로 확장시킨다.
소설 속 두 인물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고 위로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체는 매우 불안정하다. 소리와 은하의 관계는 십대의 우정이 지닌 복잡성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서로를 또 다른 자아로 받아들이려는 강렬한 동경과 집착은 이들의 관계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 소리에게 은하는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절대로 떠날 수 없는 존재로, 그녀에게 심리적 안정과 소속감을 주는 동시에 정서적 불안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된다. 소리는 은하와 유지하는 관계 속에서 점차 의존하게 되며, 은하가 떠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는 은하가 소리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품은 이들의 관계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와 피상적인 관계를 흥미롭게 반영한다. 예컨대, SNS로 대표되는 온라인 관계와 소속감 문제는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불러온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어 있다는 허상을 믿고 있지만, SNS 속 관계는 종종 피상적일뿐더러 진정한 소속감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에 따르면 SNS에서 명목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수천, 수만 명에 이르지만, 이들 중 실제로 소통하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은 이러한 기만적인 연결 구조를 은하와 소리의 관계에 빗대어 현대인의 고독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소리가 극심한 감정적 동요를 겪으면서도 은하 외에는 누구에게도 구원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는 단 한 사람의 이해와 공감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의 단절과 감정적 고립이 발현되는 한 가지 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나아가, 소설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고독을 품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심리를 섬세히 탐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과 같은 존재를 통해 조건 없는 유대를 갈망하며 고독을 해소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작품 속에서 두 소녀의 관계는 단순히 개인적인 관계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하나의 은유적 장치로도 읽을 수 있다. 고독과 소외, 연결과 단절이라는 모순적 요소들은 결국 현대인의 심리를 제어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소설은 관계의 부재로 인해 나타나는 정서적 결핍, 사회적 단절, 불안과 공허 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질병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신뢰와 유대가 결여된 사회에서는 안정적 협력과 공감이 자리 잡기 어려우며, 이는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나를 보는 너에게』는 이러한 문제들을 차분히 성찰하며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 다정한 시선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인간 소외를 해결할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작품 속 은하가 소리의 곁에서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던 순간이 소리에게 기적처럼 느껴졌던 것처럼, 누군가가 나의 곁에 있다는 단순한 사실의 인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킨다.
결론적으로, 『나를 보는 너에게』는 단순히 청소년기의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관계와 인간 소외 문제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존재의 고독과 소속감에 대한 이 질문은 시대적이고도 보편적인 의미를 가진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과 사회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