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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요떠요 할머니 ㅣ 특서 어린이문학 15
오미경 지음, 김다정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2월
평점 :
<떠요 떠요 할머니>는 특서주니어에서 출간된 신간 어린이 동화이다. 이 이야기는 발표 도중 잘못된 피드백으로 상처를 입어 말을 잃게 된 소녀 오단풍과, 친구의 목소리를 되찾아 주기 위해 나서는 아이들의 작은 모험을 담고 있다. 이야기 속에는 마녀라는 판타지적 요소와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따뜻한 시선이 함께 놓여 있다. 어린이 소설다운 상상력과 모험,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지지하는 부드러운 어른의 개입이 인상적으로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십대 초반, 명작 동화를 탐독하던 내 유년기의 감각이 문득 되살아났다. 변성기 이전의 나는 발표를 좋아하는 활달한 아이였다. 그러나 변성기 무렵 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목소리가 변한 뒤부터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부끄럽고 두려운 일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반 친구들의 비웃음 이후 말을 잃어버린 단풍이의 모습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어린이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지만, 그 장면은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도 오래된 기억을 건드렸다.
단풍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동물에 대한 장점을 떠올리며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반에서 강아지를 키우자고 제안한다. 물론 동물권의 관점에서 보면 이 제안이 얼마나 무책임한 발상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아이에게 그 말은 단순한 제안 이상의 것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애정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 그러나 아이들의 교실에서 흔히 보이는 잔혹한 무지함은 그 마음을 비웃음으로 돌려준다. 그 순간 단풍이는 목소리를 잃는다. 이 장면을 읽으며 나는 자라나는 아이들이란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존재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상처가 생긴 자리와 그것을 극복하는 자리 모두가 친구들 사이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단풍이는 때로 자신의 목소리를 대신해 주려는 활달한 장미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끝내 그 마음을 곡해하지 않는다. 친구의 목소리를 되찾아 주겠다며 마니토 상자에 개구리를 넣어 보내고,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하는 짓궂은 장난을 반복하는 재윤 역시 단풍이에게는 단순한 괴롭힘의 존재로 남지 않는다. 단풍이는 그 행동 뒤에 있는 친구의 마음을 읽어낸다. 이런 장면들은 아이들의 순수가 세상살이에 닳은 어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든다.
이 이야기에는 멋진 어른이 등장한다. 뜨개방의 ‘떠요 떠요 할머니’다. 재윤은 할머니를 마녀라고 믿지만, 할머니는 그 오해를 굳이 바로잡지 않는다. 대신 친구를 돕고 싶어 하는 재윤의 마음과, 스스로 한계를 넘고 싶어 하는 단풍이를 위해 마녀인 척 마법의 주문을 가르쳐 준다.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무능하거나 무심한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의 세계를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며 조용히 힘을 보태는 어른이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함께 주문을 외우고 마침내 단풍이가 목소리를 되찾는 결말은 단단히 닫힌 해피엔딩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게 그 장면은 끝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시작처럼 느껴졌다. 단풍이와 재윤, 장미는 앞으로도 수많은 시련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친구들과 함께 상처를 견디고 다시 목소리를 찾는 법을 배웠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어른인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렇게, 누군가와 함께 목소리를 되찾는 법을 배워 왔는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