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투더퓨처, 역사의 시계를 돌리다 - 뉴스로 읽는 세계사
김상운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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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님의 <빽투더퓨처, 역사의 시계를 돌리다>는 카드 뉴스형 시사서의 외형을 띠고 있으나, 실제로는 한국 현대사를 해석하는 인식 틀을 재배치한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에 입각한 책이었다. 다만 이 책은 정책 제안이나 미래 전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어떤 조건 속에서 판단해 왔는지를 추적함으로써, 한국 현대사가 작동해 온 구조적 좌표를 드러낸다. 이 점에서 이 책의 핵심적 성취는 처방이 아니라 시야 교정에 있다.

 

이 책이 남북 관계를 다루는 방식은 기존의 민족사적·도덕적 접근과 뚜렷이 구분된다. 저자는 남북 분단과 갈등을 민족 내부의 비극이나 선택의 결과로 환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북문제를 냉전, 탈냉전, 신냉전으로 이어지는 국제질서 변동의 부산물로 간주한다. 남북사는 독립적인 역사라기보다, 강대국 질서 속에서 형성된 관계사이며, 선택의 역사라기보다 선택지가 제한된 상태에서의 대응의 역사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한국 현대사에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책임 논쟁을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킨다. 무엇이 옳았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묻는 대신, 이 책은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조건과 제약을 먼저 분석한다. 이는 행위자의 책임을 소거하기 위한 접근이 아니라, 행위가 발생한 구조적 맥락을 선행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을 읽는 나는 도덕적 평가 이전에 정치·외교적 환경의 작동 방식을 검토하게 되었다.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미··러를 단순한 배경 변수가 아니라 능동적 행위자로 다룬다는 점이다. 한국 현대사는 강대국 간 세력 균형 변화가 가장 밀도 높게 관철된 사례 중 하나였다. 냉전은 이념 대립 이전에 권력 배치의 문제였으며, 오늘날의 미중 경쟁 또한 새로운 형태의 구조적 긴장으로 보인다. 이 책은 한국이 이러한 구조 속에서 언제나 주체이면서 동시에 제약된 행위자였음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저자는 한반도의 위치를 중심이나 주변이 아닌 경계선으로 규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반도는 국제질서의 변동이 가장 먼저 감지되고, 가장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공간이다. 이 경계성은 일시적인 역사적 불운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재생산되어 온 구조적 조건이었다는 점에서 분석의 대상이 된다.

 

이 책은 과거 서술에 머물지 않고, 과거의 조각을 모아 현재의 뉴스와 국제정세를 해석하는 인식 틀로 확장한다. 남북 관계, 북핵 문제, 미중 갈등, 러시아의 재등장은 개별 사안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시간축 위에 놓인다. 그 결과 현재를 단절된 사건이 아니라, 누적된 구조의 결과로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결핍이 아니라 이 책의 방법론적 선택이다.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는 대신,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한다. 한국 현대사를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국제질서 속 위치의 문제로 재배치함으로써,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좌표를 보다 정밀하게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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