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
김수미 지음 / 빅피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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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

독서 능력이 어떻게 대학이 원하는 사유하는 인간을 만들어내는가

 

대입에서 독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리고 독서는 정말로 대학이 판단하고 싶은 능력 을 보여줄 수 있는가.

 

오랫동안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나는 늘 이 질문에 부딪혀왔다. 학교 현장에서 독서는 과목 간의 균열을 잇는 다리처럼 기능하지만, 대입이라는 좁은 문턱 앞에서는 그 의미가 종종 형식에 갇히거나 숫자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은 매우 현실적인 책이다. 이 책은 입시에서 독서를 왜 강조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전제로, 현행 학생부 구조와 실제 SKY 합격 사례, 전공별 추천 도서 목록을 체계적으로 엮어내며 대입 독서를 전략으로 재구성한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부 독서가 실제 대학 평가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이다.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이후, 대학은 단순히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학생, 즉 성장하는 두뇌를 지향하는 학생을 원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드러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한다. SKY를 비롯한 주요 대학이 요구하는 것은 어떤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아니라, 책을 통해 어떻게 사고 구조가 변했고, 그 변화가 다른 교과의 이해와 문제 해결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다.

 

독서는 곧 지적 이동성이다. 이 책은 그 이동성을 학생부 독서 기록 속에서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예컨대 단순 감상문이 아닌, ‘문제의식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지적 갈증이 생겼는지’ , ‘그 갈증이 다음 독서와 학습에 어떤 연쇄를 일으켰는지를 실제 합격생의 글을 통해 제시한다. 이런 흐름을 기록하는 방식은, 대학이 입학 후 성장을 예측하는 데 큰 단서를 제공한다.

 

 

책의 또 다른 강점은 전공별 추천 도서 목록의 풍부함이다. 생명과학, 공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 전공별로 탄탄한 서지들을 제시하며 학생이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명료하게 안내한다. 특히 주요 합격생들이 실제로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식으로 학생부에 녹여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은 현장의 교사와 학생들에게 매우 실질적인 참고점이 된다. 학생부 독서가 추상적인 조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서류에서 어떻게 점수를 만들어내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책의 한계 역시 드러난다. 이 책은 분명 생기부 독서를 성공시키는 전략서로서는 뛰어나지만, 평범한 학생이 현실적으로 완독하고 소화할 수 있는 책인가?라는 질문에는 조금 다른 답을 준다. 제시된 추천 도서들은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다. 입문 동기나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들, 혹은 기초 학습이 흔들리는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책이 강조하는 지적 이동성과 학습 간 전이 효과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독서 능력 자체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 이 책은 명확하게 상위권 또는 상위권을 지향하는 학생을 위한 책이다. 전공별 도서 목록이 실질적으로 활용되려면 높은 독해력과 사유력이 필요하고, 합격 사례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강렬하지만 동시에 일반 학생이 그대로 따라 하기엔 다소 올라야 할 계단이 많아 보인다.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평균적 학습자의 실제 독서 역량은 대학이 기대하는 수준보다 훨씬 불안정하다. 이 책이 제시하는 리스트는 이 방향으로 성장하면 좋다는 이정표라기보다는, “이 정도는 읽어야 SKY에서 먹힌다는 기준선에 가깝다. 따라서 현실적 격차를 충분히 감안하여 독서를 계단식으로 설계하고,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는 분명하다. 독서를 입시 전략의 일부가 아니라 대학이 바라는 인재상과 직접 연결된 핵심 역량으로 설명한다는 점이 그렇다. 최근 대학들은 융합적 사고’, ‘문제 해결능력’, ‘전공 적합성을 강조하는데, 이 세 가지는 결국 깊이 있는 독서 경험 없이는 형성될 수 없다. 학생부 독서는 텍스트를 읽었다는 사실을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사고 구조를 가시화하는 장치다. 대학이 보는 것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가”, “그 생각이 어떤 탐구로 이어졌는가.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명확히 포착한다.

 

현실의 입시는 점점 더 정량에서 정성으로, 기록에서 구조로, 결과에서 과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변화 속에서 독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사고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필수 능력이다. 학생부 독서를 잘 기록한다는 것은 결국 학생이 지적 성장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이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유용한 지도와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결국 1등급을 이기는 생기부 독서법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책이다. 상위권 학생에게는 입시 지형을 정확히 읽게 해주는 나침반이고, 중하위권 학생에게는 도전적인 안내서 혹은 지나치게 높은 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기준선이다.

 

그러나 이 양면성은 오히려 이 책의 필요성을 반증한다. 독서의 위상이 입시에서 얼마나 중요해졌는지, 대학이 지적으로 살아 있는 학생을 얼마나 찾고 있는지, 그리고 입시가 단순 서열 게임이 아니라 사유하는 인간을 선발하려는 방향으로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입시독서는 곧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고, 자기 사고를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작업이다. 그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기술서가 아니라, 독서를 통해 스스로를 구축하려는 학생들에게 깊은 프레임을 제공하는 사회학적 문서에 가깝다. 독서는 점수로 환원되지 않는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며, 대학이 진짜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그 성장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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