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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아웃(TIME OUT) - 치열한 스포츠 현장에서 발견한 리더십 원칙
구자훈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타임아웃》이라는 제목은 스포츠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경기의 흐름을 끊고 작전을 다시 정비하는 짧은 멈춤. 그러나 이 책이 다루는 ‘타임아웃’은 경기장 바깥,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조직의 조건 속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저자는 타임아웃을 단순한 휴식이 아닌 “의식적으로 멈추어 관점과 방향을 재정렬하는 내적 기술”로 정의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멈춤은 소극적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전략적 개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속도와 성과에 압박받는다. 멈추지 않는 것이 미덕처럼 강조되고,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삶의 의무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저자는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멈추지 않는 속도는 정말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가?”
책이 제안하는 타임아웃은 속도를 늦추라는 명령이 아니라, 방향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교한 사고의 틀이다. 인간은 충분히 멈추고, 자신과 상황을 새롭게 바라볼 때 비로소 효과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인문학적 관점이 흐른다.
책은 이 타임아웃의 원리를 바탕으로 현대 리더십을 다섯 가지 요소인 관점, 신뢰, 동기부여, 문제 해결, 성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표면적으로는 리더십 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이끌고 이해하는가’에 대한 탐구에 가깝다.
먼저 관점은 리더십의 출발점으로 제시된다. 관점은 단순한 시각이 아니라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상황을 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바뀐다고 말한다. 이는 인문학에서 말하는 “해석의 지평”과 유사한 개념으로, 타인의 행동이나 조직의 문제도 관점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형태의 의미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두 번째 요소는 신뢰다. 저자는 신뢰를 속도가 아니라 누적된 관계의 결과물로 본다. 신뢰는 기술로 빠르게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일관된 태도와 책임감으로 구성원에게 남긴 경험의 총합이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신뢰는 기억과 감정의 축적이며, 타임아웃을 통해 리더가 자신의 태도를 돌아볼 때 더욱 단단해진다.
세 번째 동기부여에서는 리더의 언어와 관계 맺음의 방식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다. 저자는 리더가 동기를 ‘주입’하는 존재가 아니라, 구성원 안에 이미 존재하는 가능성을 ‘깨워내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 중심의 교육 철학과도 통한다. 동기란 외부에서 강제로 넣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환경과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내적 에너지라는 것이다.
네 번째 문제 해결은 리더십의 실질적 영역이다. 저자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가 리더의 핵심 자질이라고 말한다. 타임아웃의 개념이 여기서 실질적 역할을 한다. 상황을 멈추어 보고, 감정과 판단을 분리하고, 문제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과정은 인문학에서 말하는 성찰의 과정과 동일하다. 리더는 이 과정을 통해 문제를 단순히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마지막 요소인 성장은 리더 개인의 내적 확장을 뜻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성장의 관점은 ‘더 빨리, 더 많이’가 아니다. 성장의 핵심은 깊어지는 것, 즉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이 깊어지고 관계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루틴과 복기를 성장의 도구로 제시한다. 이는 인문학적 성찰과 정확히 연결되는 지점으로, 리더는 먼저 자기 자신을 다듬어야 타인을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전체적으로 《타임아웃》은 리더십을 보다 인간적이고 성찰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이다. 단순한 실무 지침서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관계·행동을 정교하게 다루는 책에 가깝다. 변화의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른 시대에 저자가 말하는 ‘멈춤의 기술’은, 조직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잘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더 멀리 간다.”
그리고 이 멈춤의 기술은 리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속도에 지친 모든 현대인이 익혀야 할 지적·정서적 스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