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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대체되지 않는 나 - AI 혁명에도 대체되지 않는 사람의 조건
김재광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11월
평점 :
《AI 시대,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들기 위한 전략》
올해 우리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은 전문가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지만, 1년 사이에 일상은 급격하게 변했다. 챗GPT라는 도구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간의 사고 과정과 노동 방식, 심지어 감정의 구조까지 흔들어 놓았다. 이러한 변동 속에서 출간된 <AI 시대, 대체되지 않는 나>는 기술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 방식을 다시 묻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은 단순한 위기의식을 자극하는 표현이 아니다. ‘대체될 수 없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해석하라는 요청이다. AI는 인간의 반복적이고 계산적인 능력을 빠르게 넘어섰다. 정보 검색, 요약, 정리, 패턴 분석 등 인간의 인지 노동 상당 부분이 기술로 치환 가능한 영역이 되었다. 저자는 이 현상을 회피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 논의를 시작한다.
책은 AI 시대의 생존 방식을 다섯 가지 축으로 정리한다. 첫째,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 역량을 강화할 것, 둘째, 감정·관계·서사로 구성된 인간적 깊이을 만들 것, 셋째 AI와의 협업 역량을 기를 것, 넷째 개인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만들 것, 마지막으로 평생 학습을 통해 정체성의 갱신을 추구할 것이 바로 핵심 메시지이다.
이 다섯 축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둔 시각이다. 저자는 AI를 위협으로 보기보다 ‘인간다움의 본질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읽을 것을 제안한다. 인문학이 늘 물어온 질문인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다움을 찾을 것인가”가 AI 시대에 재점화된 것이다.
AI가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은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감정과 이야기의 층위이다. 인간의 감정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생애 경험·기억·욕망이 축적된 결과다. 기술은 이러한 맥락의 결을 완전히 모사하기 어려워한다. 물론 최근의 GPT 모델이 보여준 대화 능력과 감정적 공명은 매우 고도화되었고, 인간이 받는 위로의 한 형태를 대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경험은 데이터로 치환되지 않는 영역이 존재한다. 감정의 깊이, 상처의 맥락, 관계 속 신뢰의 형성 과정 등은 기술이 수월하게 접근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세계다. 저자는 바로 이 영역이 AI 시대에도 인간을 고유하게 만드는 핵심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인간만이 가진 능력’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 고유성만을 강조하는 전통적 인문학적 관점은 기술의 속도 앞에서 불완전한 위안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오히려 기술과 협업하는 능력을 미래의 핵심 역량으로 제시한다.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기술에 위임하고, 인간은 사고·창의·관계·결정이라는 고차원의 영역에 집중하는 새로운 노동 구조를 제안한다. 이는 기술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가 아니라, 인간의 시간과 정신을 보다 인간답게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다.
AI 시대의 또 하나의 핵심은 개인 브랜드의 중요성이다. 기술이 대부분의 기능을 복제하는 시대에는 직업적 능력만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설명하기 어렵다. 저자는 “직업보다 브랜드가 먼저”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브랜드를 ‘일관된 관점과 세계관의 총합’으로 정의한다. 동일한 정보를 다루더라도 누구의 시선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체되지 않는 개인은 기능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의 관점과 이야기 구조를 가진 사람이다.
책의 마지막 장은 가장 실천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대한 변혁이 아니다. 핵심은 작은 학습의 루틴, 정기적 복기, 글쓰기, 독서 같은 사유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는 정체성의 갱신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학습은 더 이상 지식을 쌓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는 과정이다. 기술 혁명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의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자기 성찰과 성장의 루틴이라는 것이다.
《AI 시대, 대체되지 않는 나》는 얇은 책이지만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기술의 속도가 인간의 존재를 위협한다고 말하기보다, 저자는 기술 덕분에 인간이 더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지점을 찾으라고 권한다. 대체되지 않는 인간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변화 앞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는 인간이다.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재해석이며,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향해 독자를 조용히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