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행동경제학 - 숫자로 움직이는 부동산, 심리로 해석하다
최황수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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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행동경제학, 전국민이 읽어야 할 생존지침

 

1. 부동산, 한국 경제의 중심

 

한국의 현대 경제 발전사는 부동산을 빼놓고는 결코 설명할 수 없다. 대한 제국의 지계 발급, 일제강점기의 토지조사령 모두 정착 농민이 대다수였던 우리 나라의 산업구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다. 박정희 정권의 1960~70년대 고도 성장기 또한 정부 주도의 토지 개발을 전제로 한 산업화가 기반이 되어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은 단순히 사용 가치만을 지닌 생활공간이라는 개념을 뛰어 넘어 축적과 성장, 그리고 계급 이동을 위한 토대가 되었다. 신뢰할 수 없는 주식과 대비되어 부동산은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절대적이며 어쩌면 유일한 불패의 투자도구가 되어 온 셈이다. 이 부동산 불패의 신화 때문일까. 현재도 가계 자산의 70%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자산 분배 현상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보다 훨씬 더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진 부동산은, 우리 국민들의 삶 전체를 부동산 중심 체계로 매몰시키고 있다.

 

 

2. 선행하는 시장, 후행하는 정책, 그리고 실패

 

부동산 가격 추이는 전국민의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또한 민심을 잡기 위하여 늘 부동산 가격 안정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우곤 했다. 하지만 저자가 분석했듯이 정책은 늘 시장을 따라잡지 못했다. 1980년대 주택 200만 호 건설 정책은 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결국 특정 지역의 폭등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들어선 참여정부 시절 보유세 강화 정책이 있었으나, 강남 집값은 오히려 급등했고,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더 최근의 2017~2021년 규제 강화 기조 역시, 실수요자보다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의 풍선효과를 차단하지 못하며, 정책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지 못한 채 이슈가 발생한 이후에 후행적으로 따라붙는 근시안적인 정책 속에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늘 불안했다.

 

3. 행동 경제학 속에 숨어 있는 심리적 함정

 

어느덧 중년을 바라보는 내 나이에서 돌아보건대, 한국인에게 부동산 투자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생존의 영역에 놓여 있다. 무주택자는 불안에 떠밀려 내 집 마련에 뛰어들고, 다주택자는 세금 회피와 대출 규제 사이에서 투자 전략을 짜낸다. 이 과정에서 소시민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합리적 판단이 아닌, 심리적 편향에 따른 의사결정이다. 이 책은 바로 우리가 부동산 투자 와중에 범하기 쉬운 심리적인 함정을 파헤치고 있다.

 

최황수 교수님의 <부동산 행동경제학>은 부동산은 결국 오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를 찾으며 반대 의견은 무시하는 확증 편향이라던가, 이웃이 투자하면 나도 따라 투자하는 군중 심리, 과거의 최고가나 최저가에 집착하여 매수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마는 앵커링 등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인지적 심리적 오류를 부동산 투자 영역으로 확장하여 분석한다. 경제학의 숫자와 그래프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가 시장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책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동산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내 안의 왜곡된 투자 심리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책일지도 모른다.

 

 

4. 한국적 맥락에서의 이 책의 가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한국적 맥락에서 더욱 빛난다. 한국은 IMF 외환위기 이후 가계가 자산 축적 수단으로 주식보다 부동산을 택했고, 저성장 국면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유일한 탈출구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더 이상 부동산 불패는 흔들리지 않는 신화가 아니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흔들림 없이 믿어온 수많은 가치가 크게 흔들렸고, 일관된 정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 속에서 부동산 영역에 대한 국민의 믿음도 산산이 부서졌다. 부동산 행동경제학은 바로 이 구조 속에서 소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투기 전략이 아니라, 행동 편향을 극복하는 자기 점검 능력임을 강조한다.

 

책이 다루는 행동경제학 개념은 단순히 학술 용어가 아니다. 지금 팔면 손해라는 두려움 때문에 하락장에서도 매도를 하지 못하는 손실 회피와 과거의 성공적 투자 경험을 일반화하는 과잉 자신감 편향 같은 개념은 오늘날 부동산 시장에서 고스란히 관찰된다. 책은 독자인 우리들에게 이러한 심리적 함정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결국 생존형 투자서라는 의미는, 큰돈을 벌게 해주는 비법이 아니라 손실을 최소화하는 자기 절제에 있다.

 

6. 우리가 배워야 할 시사점

 

2020년대 한국 사회는 다시금 부동산 위기와 맞닥뜨리고 있다.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인구 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동산의 절대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 위기가 지나면 다시 오른다는 기대를 품는다. 부동산 행동경제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경고한다. 과거의 근거없는 믿음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심리적 편향을 제어하며 리스크 관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7. 글을 마치며

 

부동산 행동경제학은 초보 투자자든, 능숙한 투자자든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 경기, 금리라는 외적 변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언제나 인간의 심리가 작동한다. 한국 경제사의 부동산 매몰 구조와 정책 실패의 역사 속에서, 소시민이 살아남는 길은 과감한 투기가 아니라, 자신의 심리적 편향을 인식하고 제어하는 것이다. 이 책은 부동산을 이해시키는 안내서가 아니라,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생존 지침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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