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십 대를 위한 토닥토닥 책 처방전
권희린 지음 / 생각학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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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십대를 위한 토닥토닥 책 처방전』은 학생들이 흔히 겪는 고민과 혼란에 귀 기울이며, 책을 통해 답을 찾도록 돕는 독서 지도서이다. 저자 권희린은 청소년의 심리적 위기를 중심으로 맞춤형 책을 추천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기 삶을 재해석하고 내면의 자아를 탐구하도록 안내한다. 이 책은 전통적인 교양도서 목록이나 필독서 추천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저자는 독서를 지식 축적이나 성취의 도구가 아닌, 마음을 돌보고 공감하는 수단으로 바라본다. 독서가 청소년 독자를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처방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서툴지만 책 속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준다.


책은 총 18가지 사춘기 고민을 네 가지 큰 주제로 나눠 다룬다. 각각의 섹션은 감정, 관계, 정체성, 미래라는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이 매일 느끼는 고민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고민과 닮은 책을 처방해주며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수년간 강사로서 마주했던 학생들의 표정과 목소리가 떠올랐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이 책에서 다룬 고민들이 교실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드러나는지 체감하지 않을 수 없다.


1. 비교하며 초라해질 때


학생들이 자주 토로하는 공통적인 고통 중 하나는 비교로 인한 열등감이다. 이 문제는 우리 교육 시스템과 SNS 문화에서 더욱 심화된다. 아이들은 성적, 외모, 가정환경 등 모든 면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한다. SNS를 통해 친구와 지인의 "편집된" 삶을 보며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는 아이들은 스스로를 충분치 않다고 느끼곤 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다. 현대의 문화와 시스템이 만들어낸 고질적인 문제이다.


『토닥토닥 책 처방전』의 "비교하며 초라해질 때" 파트는 이 문제를 다룬다. 이 섹션에서 소개된 『나를 팔로우하지 마세요』는 SNS 상의 비교로 인한 악순환을 반영하며, 성취와 우월성을 넘어 존재의 고유성을 드러내도록 돕는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너는 충분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말은 공허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 속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깨닫는 자각은 훨씬 강력하다. 책은 아이들의 자아를 지탱할 든든한 토대가 되어줄 수 있다.


2. 무기력할 때


최근 내가 교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이다. 종종 이 표현은 단순한 습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무기력과 탈진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게으르거나 무책임하지 않다. 그들이 느끼는 무기력은 현실적으로 숨 쉴 공간 하나 허락되지 않는, 지나치게 성취 지향적인 교육 시스템 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억전달자』는 무기력함 속에서도 스스로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을 발견하게 해준다. 책 속 주인공이 사소한 선택과 실천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는,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말없이 큰 용기를 준다. 학생들이 이 책을 통해 하루하루의 소소한 순간들이 가진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 끝에 잠재된 희망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3. 시간에 쫓길 때


입시, 수행평가, 각종 활동에 치이는 학생들에게도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럴 때 많은 어른이 시간 관리 기술이나 효율적인 공부법을 전수하려 하지만, 이는 한계가 분명하다.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남는 시간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아닌, 쫓기는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다.


『토닥토닥 책 처방전』의 "시간에 쫓길 때" 파트는 이러한 고민에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특히 『시간을 파는 상점』은 목표와 생산성에 매몰된 현대의 삶에서 시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독특한 관점을 제공한다. 시간을 단순히 통제나 관리의 대상으로 삼는 대신,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자원으로 여기는 태도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이 책은 기존의 틀에 갇힌 시간 개념을 깨고, 학생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4. 지금 내 상황이 싫을 때


십대의 본질적인 고민은 대부분 정체성의 위기와 불안으로 집약된다. 아이들은 종종 "지금 내 상황이 싫다", "내가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냐"는 말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려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짜증이나 충동적인 발화가 아니다. 이는 현재를 버리고 싶다는 깊은 갈등의 표현이며,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려는 몸부림이다.


이 책은 "지금 내 상황이 싫다"는 마음에도 다정하게 응답한다. 『위저드 베이커리』와 『그리스인 조르바』는,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준다. 두 책 속 주인공은 현재의 고난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삶의 소중한 의미로 바꿔 놓는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지금의 자신도, 있는 그대로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까칠한 십대를 위한 토닥토닥 책 처방전』은 단순히 책을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고민을 넘어 자신의 삶을 해석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다. 오늘날의 문해력 위기는 단순히 기술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이야기와 삶을 연결하는 통로가 부재한 데서 발생한다. 이 책은 학생들이 책 속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재해석하고,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도록 도와준다.


강사로서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독서는 학습의 도구가 아니라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아이들과 책을 매개로 소통할 때, 교사는 더 이상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반자가 된다. 『토닥토닥 책 처방전』은 학생과 교사 모두를 위한 소중한 안내서이다. 이 책이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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