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의 가격 - 기후변화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박지성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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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의 가격: 기후변화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기후 위기를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사회과학 도서인 '1도의 가격'은 지금 우리가 직면한 기후 변화의 문제를 비관적인 경고나 낙관적인 희망이 아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적응 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기후 변화의 피해는 단순히 수치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며,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파괴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기후 위기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전 세계가 이에 대해 정책적, 제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기후 변화를 '느린 연소'에 빗대어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폭염이나 연기와 같은 덜 극단적인 방식으로 기후 위기가 드러난다고 해서 그 파괴력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변화는 인적·물적 자본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한편, 저자는 기후 변화의 충격이 단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특히 교육, 노동, 안전에 직결된 문제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의 여러 내용 중에서도 기후 위기와 교육 인프라 간의 상관관계를 다룬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다. 폭염과 학습 성과 저하의 관계를 다룬 저자의 설명은 정말 놀라웠다. 저자는 1도 상승이 아이들의 학습 능력과 인지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학업 성과, 집중도, 시험 성적 등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나 역시 더운 날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문제 풀이 능력이나 학습 효율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더위가 반복될수록 누적 학습 성과가 하락하고, 진학률과 미래 소득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은 뜻밖이었다.

 

저자는 기후 변화로 인해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고, 결국 경제적 불평등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일상적인 피해의 충격이 노후화된 교육 인프라, 열악한 냉방 시스템, 돌봄 공백 같은 문제를 겪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피해로 다가간다는 저자의 분석은 매우 날카로웠다.

 

실제로 많은 교육 단체에서 지역별 냉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떠올랐다. 예컨대 냉방 시스템이 부족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캠페인, 폭염 대비 시간표 조정,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후원하기 위한 펀드 조성 같은 노력들은 기후 변화 대응의 일환이면서도 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보인다. 저자는 책을 통해 1도 상승이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니라, 기회 구조의 고착화를 불러오는 심각한 문제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반드시 마주해야 할 메시지를 준다. 기후 변화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히는 곳은 아이들의 교실이라는 사실이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 시험을 보는 우리가, 더위 속에서 기회의 평등조차 박탈당하는 소외 계층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학습 환경을 개선하고, 평등한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모두가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말한다. 시원한 교실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출발점이다.

 

기후 변화의 사회적 비용을 경제, 교육, 불평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날카롭게 탐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1도의 가격'은 우리가 기후 변화 앞에서 생각해야 할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중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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