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 ㅣ 교양 100그램 7
김준형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김준형 교수의 저서 『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는 트럼프 시대를 기점으로 변화한 미국의 외교 전략과 국제 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분석한 국제정치·외교 교양서이다. 저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태도를 중심으로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 노선이 국제 질서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세계정세의 불안정성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나아가 급변하는 국제 정치 환경 속에서 한국 외교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균형 잡힌 성찰을 제시한다.
국제 정세는 역사, 문화, 경제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 있는 복잡한 분야로, 일반 대중에게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전문적 내용을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창비 교양100그램 시리즈의 특성에 맞게 핵심 사항을 간결하게 정리하며 자국 중심주의로 급선회한 미국의 외교 전략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 집중한다. 이러한 접근은 독자들에게 명료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한다.
책의 내용은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가 균열되며 신냉전 체제가 도래한 원인과 그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이다. 저자는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 더 이상 세계 패권국가로서 국제 사회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WHO 탈퇴, WTO의 자유무역지대 정신과는 상충되는 일방적 관세 부과, 그리고 유엔 탈퇴 논의까지 언급하며, 미국 스스로가 만든 국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자가당착적 행태를 비판한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여전히 세계 경제 및 안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은 한층 더 심화된다. 저자는 이로 인해 세계는 다시금 미국·중국·러시아에 의해 삼분되는 신냉전 체제로 돌입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두 번째는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탐구하는 부분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주요 교역국 사이에서 경제와 안보 측면 모두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저자가 제안하는 한국 외교 노선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실용주의적 접근이다. 그는 미국과 경제적·군사적 동맹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평화를 중심으로 한 협업 외교 전략을 모색하며, 미국이 만들어낸 분열 상황에서 제3국과의 연대를 통해 대안적 외교 경로를 탐색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비용 대비 실효성을 갖춘 현실적 지침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부분은 민주 국가에서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정부의 외교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시민사회가 이를 견제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교가 국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의식과 참여를 통해 더욱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외교 정책에 대한 시민 운동이 일어난 역사적 전례가 여럿 있다. 예컨대, 박정희 정권 당시 김종필-오하라 메모 협정을 둘러싼 대규모 시민 시위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가 바로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시민의 외교 정책 견제를 통해 더욱 책임 있는 정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국회 의원으로서 활동 중인 저자가 이와 같은 시민 참여를 법제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시민 감시의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된다.
『미국의 배신과 흔들리는 세계』는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자주적이고 균형 잡힌 외교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을 제공한다. 외교와 국제정치에 관심을 가진 독자,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역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관점과 사고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미국 외교의 변화를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이 직면한 국제적 도전과 기회, 그리고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폭넓게 논의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변화하는 세계 속 우리의 위치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으로서, 깊은 독서를 권하고 싶다.
#미국의배신과흔들리는세계 #김준형 #외교 #교양100그램 #그램독서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