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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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을 읽고

<예술은 삶과 떨어진 자리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1. 마이클 페피엇과 그의 작품

영국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인 마이클 페피엇의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Artists' Lives)』은 예술가들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사랑하는 반 고흐를 비롯한 27인의 예술가들의 삶이 담겨 있다. 이 책이 예술을 사랑하는 평범한 독자들에게도 깊은 호소력을 드리우는 이유는 단순한 예술가의 열전이 아니라 그들을 우리와 하등 다르지 않은 인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2.예술가로서의 고흐

저자는 60년간 수많은 예술가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작업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얻은 경험과 통찰을 애정을 담아 에세이로 정리하여 출간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예술가를 우리와 차원이 다른 존재로 묘사하는 등 우상화하지 않는 점이 좋았다. 예술가도 고독과 슬픔, 광기와 환희, 집착과 불안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인간이며, 우리가 그들의 작품에서 깊은 감동을 받는 이유는 그들의 작업에서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3. 고흐의 작품 세계

저자는 책을 통해 다루고 있는 예술가들 중 가장 많은 분량을 고흐에게 할애했다. 나 역시 올해 초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고흐전에 다녀온 적 있다. 나는 그의 그림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사람의 시선을 잡아매는 요인은 그 그림이 지닌 거칠고 강렬한 붓터치와 그 화풍 속에 생생하게 살아넘치는 불안정한 기운의 승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살아생전 동생인 테오를 제외하고는 대중의 사랑이나 인정을 받지 못했으며, 생전에 팔린 작품은 거의 없고 평생을 동생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여 살아갔다고 한다.경제적 궁핍 속에서 예술에 전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나 또한 경제적으로 압박이 클 때는 글이 거의 써지지 않았다. 끊임없는 불안과 고독 속에서 홀로 투쟁하듯 그려낸 수백여 개의 그림을 보노라면 자연히 가슴이 먹먹해졌다.


4. 고흐전의 감동

올해 초 예술의 전당 고흐전에서 나는 그의 그림 앞에서 오랫동안 멈추어 서서 그림이 가진 슬픔과 불안의 감정을 나누었다. 고흐는 스스로의 나약함을 그림으로 극복하고 싶어했던 십여 년과 수십 점의 소묘, 그리고 변해가는 화풍 속에서 몸부림쳤던 시간들을 보여주었다. 저자가 담담하게 써내려간 고흐의 일생은 내가 직접 보았던 고흐의 그림들과 맞물려 감정적으로 나를 울렸다.


5. 팬심의 원천

이 책은 예술적이고 자전적인 에세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내가 480여 쪽의 분량을 읽고 느낀 점은 이 책은 존재 자체로 거대한 팬심의 증빙이라는 것이다. 한때 아이돌을 무척 사랑했던 나에게 좋아하는 예술가의 삶을 연구하여 글로 만들어내고자 했던 저자의 바람은 전혀 놀랍지 않다. 처음에는 아이돌의 노래가 좋아서 듣다 그 노래를 부른 가수에 흥미가 생겼다. 그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그의 언행을 통해 드러난 생각과 가치관에 관심이 생기면서 급기야는 그 가수의 삶과 성장 환경에까지 관심이 확장되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한 노래의 탄생 과정을 가수와 엮어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던 것처럼, 저자도 예술가의 작품을 좋아해 그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삶을 추적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언가가 아니라면 팬심이 아니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어떤 계산도 없이 오직 좋아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은 순수함을, 나는 이 책에서 저자의 글을 통해 계속 발견할 수 있었다.


6. 깊은 매력의 책

사랑은 흔히 숨길 수 없다고 한다. 누군가의 지독하게 순수한 사랑을 가득 담아낸 자전적 에세이 속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의 삶에 공감하고, 미처 몰랐던 예술가들에게 호기심을 품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의 작품과 인생을 너무나 사랑해서 이를 전파하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이라면, 누구나 깊게 매료될 수 있는 책이다. 살아있는 예술가의 곁에서 호흡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창작의 본질이 삶을 벗어나 있지 않다는 점을 조명하는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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