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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 동물기 1 -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눈물
함영연 엮음, 지연리 그림, 어니스트 톰슨 시튼 원작 / 열림원어린이 / 2025년 5월
평점 :
시튼 동물기 1: 왑의 슬픔과 분노 –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며
어린 시절에 사랑했던 시튼 동물기가 열림원에서 복간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이번에 서평단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시튼 동물기 1권을 펼쳤다.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한 동화이지만, 수십 년이 지나서 다시 읽어도 여전히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을 보고 이는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시튼 동물기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슬픔과 분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왑은 총을 가진 인간의 손에 형제들과 어미를 잃는다. 왑 또한 발에 상처를 입은 채 두려움과 슬픔에 잠겨 죽은 어미 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어린 곰의 비극이 도입부터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인간이 놓아둔 덫과 총, 그리고 자연 속의 위험이 왑을 끊임없이 위협하지만, 왑은 홀로 모든 고난 속에서 살아간다. 잠시 잠깐 숲의 왕으로 군림하지만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못한 채 왑은 결국 화산재 가득한 한 공간에서 숨을 거두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곰은 본래 야생 속에서 강력한 포식자이자 생태계 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지만, 위험한 존재로 느껴지게 하는 것 역시 역설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이라는 점이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책은 단순히 곰이라는 동물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 속에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냉철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작품을 읽는 동안 왑의 감정을 통해 동물들이 겪는 고통과 인간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열일곱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며 동물의 감정과 욕망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삶을 살고 있다. 또한, 동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그들이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감정과 의지를 가진 대상임을 깨닫게 된 경험도 많다.
작품 속 왑이 느낀 슬픔과 분노는 단순한 동물의 공격성을 넘어, 인간과 환경으로부터 비롯된 공포와 상처로 느껴졌다. 어릴 적부터 동물들과 깊은 교감을 느껴왔던 나로서는, 왑의 이야기가 곰과 같은 야생 동물이 겪는 고통과 인간 사회의 영향력을 강렬하게 보여준다고 느꼈다. 특히 왑이 화약 냄새를 느끼며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적개심을 보이면서도, 공격할 의도가 없는 노인 앞에서는 순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동물의 정서적 민감함을 잘 묘사한 부분으로 느껴졌다.
이 작품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동물들에 대한 공격성은 종종 두려움과 상처에서 비롯되며, 이는 인간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동물들은 자신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진심 어린 태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전달된다는 점에서 공감과 이해의 힘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감정적인 이야기를 넘어, 동물의 권리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동물들은 자신의 서식지에서 평화롭게 살아가야 할 주체이며, 인간은 이들과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튼 동물기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며, 현대 사회에서 동물권이나 생태계 보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이번 독서를 통해 자연 속 동물이 겪는 외로움과 고통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책을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인간으로서 해야 할 책임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다 같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왑의 이야기를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