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 바츨라프 스밀의 세계를 먹여 살리는 법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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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스밀의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이 책은 우리가 먹는 식량과 이를 둘러싼 세계적인 시스템에 대한 현실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을 제시한 사회과학 도서이다. 저자인 바츨라프 스밀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현대 식량 시스템의 효율성과 분배의 문제, 그리고 이와 맞물린 우리의 식습관과 생산 방식에 대해 깊이 있게 논한다. 그는 단순한 비판이나 낙관에 그치지 않고, 점진적이고 현실적인 개선안을 제시한다는 데서 큰 의의를 지닌다.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현대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이해가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특정 곡물과 동물이 우리의 주식으로 자리 잡게 된 구조적, 영양학적 이유를 설명한 부분이다. 예컨대, 돼지, , 닭 같은 가축이 효율성이 높아 식용으로 정착되었다는 점, 반면 토끼 고기는 필수 영양소가 결핍되어 대중화되지 않았음을 다룬 서술은 매우 신선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식용 닭이 점점 더 빠르고 크게 개량되어 가성비 높은 고기로 자리했던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곡류의 경우에도 오늘날 주식이 된 식물들이 수많은 식물 중에서 길들여진 품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 조상들의 놀라운 적응력과 지식을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중국에서 연구되고 있는 다년생 벼는 1970년대 우리의 식량난을 상당 부분 해결했던 통일벼 사례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식량 문제 해결에 있어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던 통일벼처럼 중국의 다년생 벼의 보급이 추후의 미래의 인류에게 어떤 도움이 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책의 가장 뛰어난 점은 식량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저자는 개량을 위한 종자 수집이 필요한데 경작지의 4분의 1 가까이를 종자 채취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현실적 제약을 지적하며 독자로 하여금 식량 문제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그는 현대 소비자 사회의 풍요로움을 꼬집으며, 그 이면에 숨겨진 생산 시스템의 구조적 비효율, 분배의 불평등, 그리고 에너지 소비의 비효율성을 비판한다. 이는 우리가 누리는 풍요가 결코 자연스럽거나 지속 가능한 상태가 아님을 강력히 시사한다. 예컨대,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약 3분의 1이 아직 먹을 수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버려지고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소득의 3분의 1을 잃는다면 즉각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책에서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비건과 배양육 역시 언급된다. 저자는 비건이나 배양육만으로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임을 꼬집는다. 그는 낙관적인 신기술에 치우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붉은 살코기의 소비를 줄이고, 버려지는 식량을 감소시켜 분배의 공평함을 실천하는 방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으며 식량 문제라는 거대한 주제를 나의 일상과 연결시켜 숙고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냉장고 속에서 버려지는 음식을 떠올리며 나의 소비 방식을 돌아보게 되었다. 앞으로는 냉장기술을 맹신하여 대량으로 구매하기보다는 프랑스 사람들처럼 당장 먹을 만큼만 소량으로 구입해 음식 낭비를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는 우리의 식생활과 식량 시스템의 현실을 다양한 통계와 사례를 통해 매우 논리적이고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단순히 설명과 분석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적 실천과 사회적 논의를 고민하게 만든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읽고 고민해 보아야 할 가치 있는 서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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