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얼굴들
강재영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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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영 작가님의 단편집 3의 얼굴들은 표면적인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인간 내면의 날것 그대로를 직면하게 하는 작품들로 구성된 책이다. 삶과 죽음, 욕망과 현실, 죄와 벌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다섯 가지 단편은 각 인물이 지닌 내면의 갈등과 본성을 생생히 그려내며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단편집은 단순히 내면 자아의 탐구라는 공통된 주제를 공유할 뿐, 각각의 작품은 장르와 분위기가 극명히 다르다. 이 점은 독자로 하여금 일정한 예측을 배제하게 하며, 매 단편마다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을 경험하게 한다. 평소 선호하지 않던 장르의 글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더욱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선사했다. 특히 첫 번째 단편과 두 번째 단편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첫 번째 단편은 80년대 대학가를 배경으로, 정치운동과 얽힌 복잡한 심리를 다룬 이야기다. 대학에 잠입한 경관 오영과 그가 사랑하면서도 감정을 외면하려 애쓰는 대학생 선배 미선, 그리고 미선 주위의 또 다른 인물들 간의 얽힌 감정선은 시대상을 배경으로 매우 흡입력 있게 구성되어 있다. 오영이 자신의 본분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겪는 심리적 진통은 독자로 하여금 그의 시선에서 상황을 공감하도록 이끌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사랑하는 여자인 미선의 손에 의해 상처를 입고, 그녀의 손을 놓지 않은 채 희망과 체념이 교차하는 순간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서정적인 피비린내"라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사랑과 폭력이 얽힌 이 단편의 분위기는 글뿐 아니라 감정을 통해서도 선명히 전달된다.

 

두 번째 단편은 학습지 교사인 세영의 이야기를 다룬다. 교육, 판매, 서비스가 혼재된 그녀의 직업은 외적으로는 점잖아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은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세영은 매출 압박 속에서 양심과 자존심을 포기하며 욕망과 허영에 집착한다. 그녀가 달려가던 목표인 "홍보대사" 자리는 그녀의 탐욕과 위선 끝에서 차갑게 무너지고 만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욕망에 의존해 달려가던 인간의 몰락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세영의 이 같은 삶은 독자에게 공포를 주기보다는 "무언가에 몰두하며 달리는 삶"의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경고하는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이외에도 다른 단편들은 인간 내면의 다양한 자아와 갈등을 집중 조명한다. 각각의 이야기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심리적 변화를 통해, 독자는 인간 본성의 다층적인 면모와 그것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3의 얼굴들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수많은 인간 내면 자아의 이야기로, 때로는 충격적이고 때로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단편들 사이의 분위기와 장르의 차이는 독서의 긴장감을 유발하며, 내용을 깊이 탐구할수록 인간 본성의 복잡한 속성과 그것이 빚어내는 생생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스스로의 내면이나 타인의 감정을 탐구하고 싶은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게 될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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