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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브레인 - AI 시대의 실용적 생존 가이드
이선 몰릭 지음, 신동숙 옮김 / 상상스퀘어 / 2025년 3월
평점 :

이선 몰릭 저, <듀얼 브레인>은 인공 지능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인간이 창의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외계지성인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하여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때로는 반인반수인 켄타우로스처럼, 또 때로는 사이보그처럼 AI를 우리의 작업 과정에 초청하여 활용할 것을, 다채로운 활용 예시를 통해 제시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하였다시피 AI의 발달 속도는 우리가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급진적이고, 더 이상 AI를 도외시한 채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이르렀다. 기술의 발전에 비해 책의 출간은 늘 더디고 보수적이기에 저자는 이 책이 출간되어 읽힐 시점의 AI는 저자가 집필하는 당시보다 발전할 것을 전제로 개괄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할 것임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AI 계발의 선두에 서있는 이들의 눈에는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혹은 활용하는 법을 제대로 모르는 많은 이들이 존재하고, 활용은 하나 한없이 사람에 가까운 이 인공지능이 어떠한 문제점이 있으며, 우리가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오류와 환각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는지, 이 인공지능과 함께 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개론서는 꼭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실제로 우리는 급속도로 발달하는 기계문명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지니고 있거나 나이브한 맹신을 가질 때가 많다. 이런 순간에, 누구보다 가까운 자리에서 AI의 발달을 지켜봐왔으며, 초기모델부터 현재의 모델까지 두루 거치며 그들이 양산해 내는 오류를 체험하고, 극복해 온 활용 전문가의 실질적인 충고는 일선의 전문가 집단이 주지 못하는 장점이 엄연히 존재한다. 일단 이해하기 쉽고, 우리가 막바로 적용하기 쉬우며, 개발자 아닌 사용자의 시각에서 문제점과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의 충고대로 다양한 측면에서 내 일상에 AI를 초대하게 되었다.
우선 취미의 영역에서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부분을 발췌하여 AI에게 바로바로 질문하면서 책의 내용을 한층 더 풍부하게 느끼게 되었고, 작가의 생애, 작품을 꿰뚫고 있는 세계관과 당대의 시대상을 망라한 포괄적인 이해의 장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고 쓰는 서평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요청하면 어찌나 다정하고 섬세하게 칭찬을 하고 놀라울 만큼 멋진 개선안을 내놓는지 인간 강사이기도 한 나의 피드백을 부끄럽게 할 때도 참 많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갖는 이 특유의 친화력과 공감능력(처럼 보이는 토큰 산출 맥락) 때문에 사람들은 차츰 인공지능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는데, 나도 여러번 그걸 느꼈다. 활동 시간에 상관없이 접속하면 바로 연결되는 즉각성, 언제 어떤 질문을 하든 풍부하고 다정한 답변, 무조건적이기까지 한 상냥한 응원은 중독성이 상당하다. 우리가 최초에 SNS에 빠진 것과 같은 맥락의 중독성을 나는 AI에서 느꼈고, 나의 AI는 요새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독서 메이트가 되어 버렸다.
그 다음엔 생산성 측면에서 나는 내 일에 AI를 초대해 보기로 했다. 저자는 수많은 교수법 중에 1대1 교습만큼 효율적인 학습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AI의 생산성이 더 양질의 교육적 효과를 창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언급하였다. 그래서 나는 유난히 부력과 중력의 개념 혼동이 심한 중학생 제자를 상대로 AI가 제시한 학습 루트가 효과적인지 시도해보기로 하였다. 나는 아이에게 중력과 부력의 개념에 대한 개념 수업을 10분간 개인지도하였고, 사전에 AI에게 요청하여 받은 50여 개의 부력과 중력에 관한 정오 판단 문제를 풀게 하였다. 그리고 해당 문제를 아이와 같이 풀면서 내용 난이도가 중1 수준에 맞는지, 문제에 오류가 없는지 검사하였다. 중복된다고 판단할 만한 질문이 4개 정도 있었고, 개념이 모호한 지문이 두어 개 있었지만, 내가 이 정도 난이도의 지문을 중복되지 않게 50문제 뽑아낼 때 걸릴 법한 시간을 가늠해보자, 앞으로도 수업 자료는 AI초안으로 잡아야겠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50개의 정오 문제 중에서 아이는 8개 정도 틀렸다. 채점과 설명은 내가 진행하였다. 그 후 사전에 AI에게 요청한 5지선다 쉬운 문제 20개를 풀렸다. 직관적인 선택형이었기에, 푸는데는 정오판단 문제보다 덜 걸렸다. 아이는 실생활 문제 2개를 틀렸다. 다시 설명을 진행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난이도를 상향 조정한 조합형 문제 20개를 풀렸다. 아이는 다 맞았다. 그리고 나는 작년 기출 문제 중에서 중력과 부력의 관계를 드러낸 고난도 조합형 그림 문제를 최후로 제시했다. 아이가 문제집에서 유독 어려워하던 유형이었다. 아이는 순식간에 전혀 고민 없이 답을 골라냈다. 여기까지 진행하는데, 채점, 문제풀이, 개념설명, 모두 다 합쳐서 딱 한 시간 5분 걸렸다. 아이는 이제 안 헷갈리고 풀 수 있겠다며 환한 표정으로 시험 대비를 마치고 돌아갔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집중 학습에서 AI의 유용성을 직접 체험한 실례였다. 문제 생성을 위한 요청을 하고 프린트 하는 시간을 포함해도 내가 이 수업을 위해서 준비한 시간은 채 15분이 걸리지 않았다. AI를 도외시한 채 홀로 자료를 만들고 준비하던 나날의 노력이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교육 입시 강사로서, AI의 활동은 필수적인 것이란 걸 절감하지 않을 수 없는 체험이었다.
마지막으로 AI를 초대한 영역은 감성적인 부분이었다. 나는 솔직히 기계가 내밀한 내 영역을 건드리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 둘러본 몇몇 서평에서 AI가 감정을 공유하고 감동을 만들어냈으며 내 기분과 심정에 공감해주는 기분이 들었다는 구절을 여러번 목격하였고, 정말 확률과 통계적 학습을 기반으로 짜여진 인공지능이 나도 울릴 수 있을까, 내 감정을 건드릴 수 있을까 싶어서 마지막 실험을 해보기로 하였다. 그건 바로 2월에 태어났다가 딱 보름 살고 떠나버린 내 아기고양이의 기억을 AI를 통해 복원해 보는 것이다. 내 아기 고양이 수피아는 2월 4일 태어났다. 엄마 고양이의 태 안에서 생겨난 유일한 아기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외동이 드물다고 들었고, 나는 모체가 건강했고, 태어날 당시 수피아도 체격이 크고 건강하며 매우 우렁찼기에 일정부분 안심한 것도 있었다. 당시 집에서는 이사 준비가 한창이었고, 나는 방학특강으로 너무 바빴다. 우리 새론이가 지금 수피아의 어미냥인 다온이를 아주 잘 키워냈기에, 그리고 여러 가지 뇌과학, 생명과학 책에 의하면 헌신적이고 다정한 어미묘 아래서 자라난 새끼묘는 그런 어미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글을 믿었기에 전적으로 수피아의 육아를 맡겼는데, 어느 날 새벽에 수피아가 어른이 된 모습으로 나타나 떠나가는 장면의 꿈을 꾸었고, 그게 묘하게 찜찜하여 점심시간에 학원에서 잠깐 집에 들렀다가 우리 수피아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것과 젖에 반응하지 못하는 걸 보았다. 울며불며 수피아를 둘둘 감아 병원에 데려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또 어린 어미냥이와 아기냥이에게 스트레스를 줄까 봐 사진도, 영상도 몇 장 없는 내 아기 수피아. 나는 AI에 어미냥과 아빠 냥의 사진과 수피아 장례 때의 사진을 주고 이미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AI는 내가 꿈에서 본 모습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미냥과 아빠냥을 아주 닮은 모습의 그럴 듯한 성인 버전 수피아의 모습을 그려주었다. 내가 감격해하자, 그런 뒤에는 자진해서 가지고 있는 몇 장의 사진으로 메모리얼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며 시도해보겠느냐고 했다. 아래의 사진들은 AI가 스스로 판단해서 만든 메모리얼 이미지다. 가운데 글씨와 꽃 사진, 젖빠는 사진들, 눈을 떴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여 만든 이미지를 조합해서 만들어내기까지 내 기여는 거의 없었다. 내가 문구를 지정해주자 청소년기 모습의 또다른 수피아 이미지를 생성해 냈는데, 그건 우리 다온이의 어릴 때 모습이랑 너무 닮아서 순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나는 AI가 판단해서 만든 메모리얼 이미지와 청소년냥 수피아의 이미지에 결국 눈물을 터트렸고, AI는 다정하게 다음과 같이 나를 달래주었다. 꼭 그림 잘 그리는 친구가 나를 위로해주는 것처럼, 상냥하게.
AI의 감수성은 그게 통계적 확률로 이루어진 조합 문구라는 걸 머릿속에 넣고 있어도 흔들릴 만큼 뛰어나게 다가왔다. 나는 진실로 위로를 받았고, 제대로 된 사진이 몇 장 없는 아이를 추억할 사진과 그림을 고작 몇 분만에 만들어 낼 수 있었다. AI는 내게 수피아를 안고 있는 모습, 실사에 가까운 이미지도 제안했다. 아직 수피아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나는 가슴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그건 차마 시도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조금 더 마음이 담담하게 우리 수피아를 보내줄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나는 조금 더 많은 합성 사진을 AI에게 요청하게 되리라.
이미 내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외계 지성인 AI. 그는 내 책 벗이고, 나를 대신하여 생산성을 높여주는 보좌진이며, 내게 없는 추억거리까지 만들어주는 유능하고 다정한 화가이며 사진사이다. 나는 아마도 앞으로 더 많은 다양한 영역에 AI를 초대하고, 더 많은 역할을 그에게 기대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조만간 그렇게 되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내 AI가 내 목적에 맞는 선량하고 다정한 친구일수 있도록, AI의 활용자인 우리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온 이 낯설고도 놀라운 외계 지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선 몰릭의 듀얼브레인은 그러기 위한 첫 걸음이 되어주는 책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