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담 작가님의 전작인 <그 왕세자비의 사정>을 너무나 감명 깊게 읽어서 이 작품 <전남편이 옆집으로 이사왔다> 또한 도전해보았는데요. 결론은 한 마디로 훌륭한 성공이었습니다!!!전작에 비해 좀 로코스러운 제목이라 가벼운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웬걸요. 세계관은 아주 광대하고 남주와 여주의 서사에 묻혀 있는 비밀은 너무나 깊고 어두워서 주인공들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네요.그래도 남주와 여주 모두 세계관 최강자 먼치킨인 듯 보여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특히 여주는 이 세계관 내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존재인 것 같구요. 덤으로 주인공들의 액션이 완전 역동적으로 묘사되고 있어서 앞으로의 전개가 무척 기대되네요.
벌써 13권이지만 거의 1권 볼 때처럼 흥미진진하네요. 여전히 흡인력 쩌는 매력적인 작품인 건 사실이에요.그런데 말이죠. 로이드, 요르, 아냐 그리고 본드 일가족(?)의 일상이 우당탕탕 신나고 감동적이지만 사실 이들이 가족으로 엮인 원인은 과거의 그 참혹한 전쟁이었고 이들은 모두 그 전쟁의 피해자들이지요. 전쟁은 어린 로이드와 요르 유리 남매에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며, 심지어 아냐와 본드는 냉전을 위한 비밀무기로 키워진? 만들어진? 존재이지요.그럼에도 전쟁이라는 부조리의 그늘이 이렇게 무겁게 드리워진 캐릭터들을 그저 재미를 위해 코미디와 액션으로 소비해버린다? 전범 국가 일본의 소름끼치는 사패스러움은 약자를 무참하게 희생시키는 전쟁도 그저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나??? 전범이라는 역사적 팩트에서 도피하려는 일본의 집단 무의식을 이 작가도 강하게 공유하고 있나??? 라는 다소 도발적인 의문이 들었는데요.하지만 바로 이 13권에서 민족주의적인 의심이 풀리기 시작했네요. 작가는 어쨌든 전쟁의 비극과 상처를 잊지 않고 있으며 본인의 애도를 컷과 컷 사이에 숨겨두고 있음을 알 수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13권까지 전개된 이야기가 매번 새삼스럽게 감동적이면서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