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영혼과의 사랑이라는 설정이 독특했어요. 그런데 이 기이한 사랑이 전개되는 배경은 너무나 현실적인 19세기 유럽, 영국이라서 더욱 특이하고 흥미로웠네요.여주는 한미한 가문의 다섯 자매들 중 셋째로 결혼이 지상과제인 사교계에서 그다지 부각되지 못하고 있었죠. 화려한 금발의 미녀인 다른 자매들 보다는 수수한 외모인데다가 캐릭터 또한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네요. 사회가 귀족 영애에게 가하는 다소 억압적인 기준에 의문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그 기준에 맞추고자 노력하지만 잘 안 되는 안타까운 캐릭터인데요. 사고방식이 유연하고 자유로워서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지 과감하게 자신이 갇혀있는 틀을 깨뜨리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품고 있네요. 그렇기 때문에 여주는 영혼 상태의 남주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이겠죠.남주는 권력자의 위엄을 매우 공정하게 드러낼 줄 아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네요.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도 매우 출중하지만 국가와 국민들의 미래만 돌보다가 정작 자기자신의 마음은 살피지 못한 안쓰러운 한 개인이기도 하죠. 하지만 여주와의 만남은 그가 잊고 있었던 진정한 자신의 심연을 일깨웠네요.남주의 미스터리는 억지스럽지 않게 19세기 유럽의 역사적 사실들을 배경으로 개연성과 사실성을 확보하고 있는데요. 남주와 여주의 감정이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애틋하게 깊이를 더해가는 한 편, 다른 한 편으로 남주 행방의 실마리를 추리해나가는 과정은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었네요. 또한 여주 가족들을 비롯하여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읽는 재미를 더해주네요.
솔직히 그저 무늬만 삼국지인 역하렘 게임물에 캐릭터들도 다 절세 미남이라고 묘사되어서 굳이 삼국지일 필요가 있었나? 라는 의문이 들었죠. 하지만 결국 삼국지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결말에 나오네요. 어쨌든 어색하거나 아쉬운 점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주 잼있게 읽었네요.작품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좀 심술궂은 생각을 했는데요. 흔히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들 하죠. 하지만 솔직히 몇몇 힘만 센 무뢰배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을 갖고 있는데요. 흥미롭게도 이 이야기가 저의 이런 의문을 아주 구체적으로 속시원하게 던져줬네요.삼국지 영웅의 이름과 캐릭터성을 본뜬 남주들의 캐릭터가 하나같이 매력적이지 않았거든요. 물론 허구적 허용으로 왜곡과 과장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삼국지 원작과 흡사한 그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자기연민과 제멋대로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저들보다 약한 존재를 들들 볶아대는 쪼잔함을 자랑하고 있더라구요.그래서 잔인한 무력 대신 매력적인 몸으로 대륙을 제패하기 위해 이 난세의 영웅들을 농락하는 여주가 너무 좋았거든요. 그런데… 쩝… 뭐, 로맨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