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배경 설명과 장소 묘사가 너무 심하게 생략되어서 뜬금 없을 때가 꽤 있었구요. 인물들의 대화가 너무 장황하게 이어져서 몰입도를 확 낮출 때도 있었구요. 흑화가 예정된 것 같았던 중요 캐릭터가 후반부에서는 사라지다시피 해서 당황스러웠구요. 이 캐릭터와 관련하여, 정령이나 자연적 존재 등이 이 세계관에서 어떤 의미와 배경을 갖는지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구요. 결말에서의 남주의 선택도 너무 이상해요. 아니 그런 선택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그 나라 귀족들이 더 이상해요. 결국 세계관이 허술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하지만 이렇게 허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꽤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남주와 여주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에요. 여주는 이 세계관 최강의 기사입니다. 올곧고 다정하지만 선을 넘는 무도한 자들에게는 잔인할 정도로 단호하지요. 물론 여주 자신도 함부로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남주가 맘고생을 좀 하지요. 만사에 심드렁했던 남주는 심할 정도로 편견이 없는 신기한 사람입니다. 죽으려고 나간 전쟁터에서 적군의 수장인 여주에게 반해버렸으니 말 다했죠. 전쟁터에서 칼질하며 플러팅하는 남주, 살벌한 칼질 플러팅에 서서히 감겨드는 여주.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죠. 게다가 여주의 아버지는 제 딸을 반역자로 무고해서 죽이려고 들고 여주는 적국인 남주의 나라로 망명하고… 재미 없을 수가 없는 이야기 전개에요. 곳곳에 포진한 허점들에 눈 감으면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달릴 수 있답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필력이었어요.
솔직히 부족한 점 없이 완전 잼있다고는 말할 수 없겠네요. 무엇보다 비문이 너무 많아요. 주격, 목적격 조사를 혼동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에요. 잘못 쓴 단어를 고치지 않고 끝까지 고수하는 것도 독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실수(?) 내지 고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허점을 다 덮을 정도로 매력적인 이야기에요.우렁각시가 모티브가 된 듯한 초반, 집요정 여주가 남주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동화같은 내용이 너무나 따스해서 울컥할 정도였구요. 중반부터는 왜 여주가 집요정이 되어야만 했는지 그 과거의 사연이 너무나 궁금해졌구요. 결말에서는 반전 때문에 완전 섬뜩했네요. 사실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초반엔 분명 보호자와 아이 같았던 관계가 어떻게 애절한 연인 관계로 돌입하게 되었는지 설명이 부족한 것 같구요. 후반의 반전을 위해서는 앞 부분에 보다 탄탄한 빌드업이 필요하지 않았나 의문이 드네요. 뭔가 빠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런 단점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는 진짜 잼있었습니다. 고아원을 탈출해 어린 나이에 전쟁 병기가 되어버린 남주가 여주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으며 점차 인간미를 되찾아가는 과정은 마음 벅차게 감동적이었어요. 그냥 끝까지 집요정과 남주의 일상 묘사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할 정도로요.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는 다채롭고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구요. 특히 두 주인공 주변에는 빌런 없이 좋은 사람들뿐이라 편안했네요. 캐릭터들은 매력 넘치고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곳곳에 포진한 비문이나 내용상 비약 같은 함정을 무시하고 끝까지 달릴 수 있었어요. 독자가 냉정한 평가를 때려치우게 하고 끝까지 달리게 만드는 힘, 이것이 진정한 필력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