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벨은 취향이 아니지만요. 극초반의 히카루와 요시키, 즉 세상에서 고립된 인외와 인간의 이율배반적으로 애절한 관계가 자아내는 숨막힐 듯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세계관의 비밀이 부각되며 저 둘의 관계가 스토리의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 같아 그동안 좀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네요.그런데 이번 권에서 개인적인 소심한 아쉬움이 완전히 날아가버렸네요!!! 작가의 주제의식과 이야기의 주된 갈등 생성의 트리거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질되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히카루와 요시키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너무 궁금하네요!!!그저 그림과 연출만 쩌는 작가가 아니었네요ㅠㅜㅠㅜ
개인적으로 진중한 이야기나 잔잔한 분위기 또는 절절한 전개를 굳이 피하지는 않지만 진중함과 잔잔함과 절절함이 모두 함께 모여있는 이야기는 솔직히 취향이 아닌데요. 이 작품은 완전 집중해서 단번에 읽어버렸네요.캐릭터도 무척 매력적이었는데요. 주인공들은 완벽한 인격과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불안정하고 결핍되었으며 쉽게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는 현실적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매력을 잃지 않네요. 작가님이 인간을 아주 깊이 이해하고 계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네요.남주와 여주의 감정이 변하면서 서로의 입장이 역전하는 과정은 무리없이 덤덤하게 그려졌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았네요. 캐붕 같은 것도 없어서 끝까지 이야기에 계속 깊이 몰입할 수 있었고요.‘취향을 뛰어넘는 필력’이 어떤 것인지 이 작품에서 알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