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재미있지는 않은데 재미있는…?이라고 하겠습니다.이 이야기에는 회빙환 마법 빌런황제 신들의 세계 등등 로판 클리셰의 화려한 재미는 전혀 없습니다. 대신 18세기? 19세기 초? 유럽의 작은 왕국을 연상시키는 현실적인 배경을 볼 수 있을뿐입니다. 이야기의 스케일도 광대하지 않습니다. 주변인물이나 사회배경 같은 곁가지보다 두 주인공에만 포커스를 맞춰 이들의 사랑이 싹트고 자라나고 깊어지는 과정을 집요하고 잔잔하게 묘사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야기의 재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두 주인공의 사랑의 개연성을 현실적으로 담담하게 구축해나가는 과정에서 말이죠. 흔히 접할 수 없는 재미였네요.
저에겐 믿보 작가님이시지만 초기작이라서 그런가여…? 어색한 점이 좀 있네여.말과 마차가 주된 교통 수단인 시대의 황실이 작품의 배경인데여. 황실을 현대의 오피스로 바꿔도 위화감이 들 것 같지 않습니다. 인물들의 대화는 현대인과 다르지 않으며, 황실 시녀의 주업무는 서류 작업이고, 콘X 밴드 같은 소품들이 등장할 때는 깜짝깜짝 놀랐습니다ㅠㅜㅠㅜㅠㅠㅜ인물들간의 갈등이 깊지 않고 단편적입니다. 발생하는 문제는 별다른 파란 없이 쉽게 풀려나가져. 특별한 고구마를 제조하는 막강 빌런이 따로 없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이 작품의 커다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여. 덕분에 달달한 로맨스가 사이다를 뿌리며 거침없이 펼쳐지니까여. 그래서 배경의 위화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됩니다.아쉬움은 좀 많이 남았지만 그럼에도 종교적인 설정에서는 작가님의 필력을 실감할 수 있었네요. 이 설정을 축으로 남주와 여주의 구원과 사랑의 서사가 비교적 탄탄하게 구성되고 있거든요.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더욱 고조시키는 중대한 역할도 해냅니다. 작가님의 아이디어, 발상이 빛나는 지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