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고화질] 히카루가 죽은 여름 01 히카루가 죽은 여름 1
모쿠모쿠렌 지음, 송재희 옮김 / SL COMIC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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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으로 보면서 계속 생각했네요. 종이책으로 봤으면 좋았을걸 하구요. 진짜 오랜만에 종이에 인쇄된 펜선을 찬찬히 감상해보고 싶은 작품을 만났으니까요. 그림이 진짜 끝내줍니다. 펜선 하나하나가 다 정성스럽고 섬세해요. 덕분에 호러틱한 분위기가 너무나 잘 살아난 것 같아요.
그래도 eBook인 덕분에 공포 분위기 연출이 몇 배나 효과적이기도 했는데요. 이전 페이지의 훈훈한 분위기가 클릭 한 번으로 단번에 공포 분위기로 반전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만약 종이책이었다면 책장을 넘기며 혹은 시야를 옆으로 옮기며 발생하는 시간 차 때문에 반전 연출의 효과가 다소 줄어들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공포 연출이나 묘사, 펜선 등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 전반을 꿰뚫는 공포의 미스터리는 참혹한 비극을 예견하는 것 같아 계속 집중하게 만드네요. 앞으로 밝혀질 미스터리의 정체가 허탈할 정도로 단편적이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또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납니다. 외진 시골 마을에서 고립되다시피 살아가는 두 소년. 나이도 생활반경도 같은 이들에겐 당연히 서로의 존재가 그들 세계의 전부나 마찬가지였을텐데요. 하지만 내게 전부였던 그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존재가 되어버린다면? 내 전부였던 친구가 사라져버려서 너무나 슬프지만 대신 이 낯선 존재가 친구의 자리를 채워주는데? 하지만 그 낯선 존재가 내 주변을 해치는 현실. 이 존재를 어찌해야 할까? 그 존재 안에는 나의 전부였던 내 친구가 기억으로, 흔적으로 여전히 남아있는데? 그냥 모른 척 하면 안 될까? 이렇듯 불합리한 상황의 늪에 빠져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집요하게 묘사되고 있네요. 마치 사랑의 집착처럼요. 동시에 아주 오랜 동안의 고독-태고부터의 고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에서 드디어 벗어나 함께 할 존재를 찾아낸 인외존재의 집착이 무시무시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진짜 여러모로 흥미진진한 만화책을 발견해서 기분 짱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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