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를 버린 너를 찾아줘 1 나를 버린 너를 찾아줘 1
커피펜 / 조아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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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에서 여주들이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억울하게 죽은 뒤 회귀하면 대체로 전생의 연인에게 복수하려고 하잖아요. 아니면 아예 전생의 악연을 피하려고 하거나요. 하지만 우리의 여주는 전혀 다른 길을 걷습니다. 아니 질주합니다. 전생의 그 새X가 이번 생에서는 자신을 벗어나지 못하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옭아매서 완벽하게 낚아채려고 하죠. 이 무시무시한 여주의 집념이야말로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인데요. 3권에 나오는 이 문장들로 똬악! 축약될 수 있을 것 같네요.

< "와봐."
눈빛이 형형하게 어둠 속의 짐승처럼 빛났다.
"다 씹어 먹어버릴 테니까."
내 남자는 아무도 못 데려가. >

크윽… 넘나 근사하게 돌아버린 여주인 겁니다ㅠㅜㅠㅜ 죽음에서 돌아온 여주는 이제 제 남자를 절대, 절대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겁니다. 그게 비록 신이라도요.
여주의 감정과 행동이 남주에게로만 강하게 치우치다 보면 뭔가 억지스러운 전개가 될 수도 있을텐데요. 하지만 여주의 불행한 성장 배경은 왜 여주가 신도 이겨 먹고 죽음까지도 불사하며 남주에게 집착하게 되었는지 개연성 넘치게 보여주고 있네요. 또한 회귀 후 남주를 확보(!)하기 위해 여주가 시도한 모든 일들은 회귀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인간 관계를 결과하는데요. 회귀 전 여주 주변인들은 남주 외에는 모두 여주의 존재를 짓밟다시피 했습니다. 여주에게 그들은 마치 빌런과 같았지요. 그러나 회귀 후 여주가 남주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여주의 주변도 따라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주변인들이 여주의 진가를 발견하고 여주의 편이 된 것이죠. 이 점에서 작가님이 우리에게 삶의 진실을 말씀해주고 싶으셨던 것 아닐까요? 인생엔 선인도 빌런도 딱히 없다, 내 편이냐 내 편이 아니냐의 문제다, 그러니까 적극적으로 내 편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그리고 우리의 남주. 여주가 독특하게 돌아버려 너무 튀는 바람에 묻혀버린 점이 없지는 않네요. 하지만 이 사람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주는 회귀 전과 달리 2회차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남주의 상황을 통제하여 제 손아귀에 넣고자 다양한 작업을 합니다. 그럼으로써 남주의 생활 환경과 감정 그리고 사고 방식까지 회귀 전과 완전 달라져버렸죠. 그렇다면 이렇게 변화한 남주는 회귀 전 여주가 사랑했던 남주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의 정체성은 그가 가진 기억으로 구축되는 것인데 여주 2회차의 남주는 1회차의 자신과 여주를 당연히 기억하지 못하는데요? 여주가 사랑했던 회귀전의 남주와 회귀 후 여주가 만들어낸(?!) 남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으며 그때마다 여주는 그 위화감에 당황하게 되지요. 그리고 남주는 둔하지 않습니다. 여주가 느끼는 위화감을 날카롭게 포착해내지요. 그리고 깨닫습니다. 여주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남주가 진짜 대단한 이유는 이 사실에 아프게 고민할지언정 여주에게 분노하거나 환멸의 감정을 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여주에게 완전 어울리는 대단한 남주 그 자체인 거죠. 그런데 회귀 전에는 대체 왜 그랬답니까???
작가님의 수려한 문체와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묘사 덕분에 이 매력 넘치는 이야기를 몇 배는 더 잼나게 읽었… 아니 달렸더랬습니다ㅠㅜㅠㅜ 로판의 클리셰-회귀와 인간 존재의 정체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도 있었구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작가님의 냉정하지만 따스한 시선에서 배울 점이 많았네요. 개인적으로 흔히 접해 볼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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