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하렘물, 거기에 이런저런 씬들이 난무하면 처음엔 마냥 므흣하게 즐겁기 마련이죠. 하지만 뒤로 갈수록 씬이 주는 쾌감과 호기심은 점점 줄어들기에 마지막 장까지 몰입도가 유지되려면 작품 전반에 흥미로운 드라마적 장치가 설정되어야 할텐데요. 이 작품에서 설정된 장치는 여주의 각성으로 최종 완성되는 모종의 목표라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최종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져 느슨해지지 않도록 여주와 남주들의 캐릭터들을 아주 영리하고 촘촘하게 엮어나가고 있는데요.남주들은 모두 당연히(?) 훌륭한 외모와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각자 마음 깊은 곳의 상처와 결핍을 야기시켰던 슬픈 서사가 있네요. 남주들 어느 누구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설득력 있게 구상된 서사는 개성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생생하게 만들어냅니다. 개성적인 남주들의 캐릭터는 각자 여주와 가지는 관계에서 다채로운 변주를 자아내어 지루할 틈을 안 주네요.여주의 캐릭터를 한 마디로 말하면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음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렇기에 여주는 사태의 본질을 편향되거나 왜곡되지 않은 곧은 시야로 통찰할 수 있죠. 또한 이는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자신마저도 그 자체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합니다.남주들에게 여주는 결핍된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최초이자 유일한 존재였지요. 당연히 남주들은 여주에게 깊이 빠질 수밖에 없었죠. 여주는 사랑스러운 남주들에게로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결국 인정했구요. 즉 역하렘이 개연성 없이 운명의 스파크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캐릭터라는 탄탄한 근거 위에 세워지는 것이죠.대사 하나하나, 씬의 장면장면까지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엿보여 너무 잼있었어요. 생생한 캐릭터 덕분에 여주와 남주들 각자의 앞으로의 관계까지도 짐작해볼 수 있었네요. 잘 짜여진 캐릭터가 어떤 힘을 갖는지 실감하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