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극은 믿보죠. 역시 재미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다채롭고 캐릭터는 복합적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주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여주는 소위 추녀라 일컬어집니다. 이 나라 사교계에서 아름다운 여자란 쓰러질 듯 가녀린 몸매에 하얀 피부를 가져야 하거든요. 여주는 기사라서 그에 맞게 몸매는 당당하고 피부는 가무잡잡하죠.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 터인데 얼굴의 반이 화상으로 훼손되어 있으니 남편마저 그녀를 혐오합니다. 하지만 이 화상은 여주가 볼 속에서 목숨을 걸고 딸을 구하려다가 입은 것이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남편이라면 아내의 상처를 자랑스러워하고 그녀의 마음을 도닥여줬어야 합니다. 허나 그러기는 커녕 여주의 상처에 진저리를 치면서 도망쳐 바람을 피우죠.
그렇지만 고구마 걱정은 하지 마세요. 이 이야기는 복수극입니다!!! 여주가 본격적인 복수에 돌입하기까지의 고구마 빌드업은 차근차근 꼼꼼하게 이루어지지만 길거나 지루하지 않습니다. 업보 완성 후 복수까지 이야기는 쭈욱 시원하게 달려나가거든요.
여주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근사한 남주도 등장합니다. 여주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다시 여자로 살기 시작한 것도 좋았지만 그럼에도 여주 인생의 근본적인 의미를 여전히 자신의 딸에게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는 건 진짜 감탄스러웠네요. 남주와 딸 두 사랑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올곧게 사랑만으로 직진하는 기사! 상처조차 영광으로 만들며 내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분연히 칼을 빼들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전사! 드물게 만나 본 개성 만점의 여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