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여주의 캐릭터입니다. 무력이 출중한 여전사 설정은 특별할 것이 없죠. 그런데 이 여전사 여주가 강력한 유목민족 모계사회의 수장이라는 지점에서 흥미로워지기 시작합니다. 남주가 전형적인 가부장적 농경국가의 지배계급-왕자거든요. 전혀 다른 배경의 여주와 남주는 가치관이나 행동양식 등 여러 면에서 충돌할 수 밖에 없지요. 예컨대 여주가 속한 모계사회에서는 부친의 성을 이어받지 않으므로 정조란 개념이 성립하지 않지만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절대적인 것처럼요. 더욱이 두 나라가 계속 전쟁 중이었고 두 주인공이 전투 중에 처음으로 만났으니 이 둘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무시무시할 정도입니다. 바로 이런 충돌과 갈등이 결정적으로 이야기에 재미를 주는 것이죠.개인적으로는 남주와 여주의 갈등이 보다 입체적으로 장장하게 이어졌으면 바랐지만 단권의 한계 때문인지 빌런의 난장으로 급하게 덮어버린 듯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님 특유의 매운맛 보다는 순하네요. 그래도 칼로 사람을 베어버리는 데 주저함이 없는 우리 여주는 귀여웠고, 남주는 예외없이 순정파였으며, 빌런은 별보라 월드의 명성에 걸맞게 파렴치하고 야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