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는 단순합니다. 권력, 재력, 능력, 미모 등등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좋은 성격만은 갖지 못한 남주가 올곧고 재능있는 귀여운 여주에게 점점 감겨들어가는 이야기에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연상되는 발랄한 연애담입니다. 그런데 가끔 심각한 페미니즘 계몽 같은 에피가 등장해 소설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기도 하네요. 그렇지만 이것이 심각한 단점으로까지 부각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일관되게 남주와 여주의 감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배경 성격 등 모든 점에서 너무나 다른 남녀가 어느날 우연히 만나 호기심을 갖고 알아나가면서 선입견과 편견을 깨트리며 호감을 갖게 되고 급기야 사랑에 빠져버리는 간질간질한 과정이 매우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네요. 그래서 불쑥 튀어나오는 계몽이나 너무나 현대인적인 대화 등등에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두 주인공의 로맨스에 푹 빠져버리게 되는 거지요. 오랜만에 로맨스 자체를 위한 로맨스 작품을 만난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