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전개는 #후회남이 키워드인 다른 작품들과 유사합니다. 여주를 냉대하던 남주가 여주의 기억상실로 인해 자신도 모르던 감정을 자각하고 구르는 그런 클리셰 말이죠. 이런 내러티브에서는 대체로 남주가 좀 구르고 나면 여주가 마음을 돌리고 곧이어 분위기가 달달해지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전혀 다릅니다. 남주는 그다지 구르지도 않고 여주는 굳어버린 마음을 쉽게 풀지도 않습니다. 남주는 극도로 이기적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죽도록 후회하지만 여주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한 그의 말과 행동은 그저 어리석은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일 뿐입니다. 과거 남주의 매정함에 완전히 지쳐버린 여주는 현재 남주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낯설고 지겨울 뿐입니다. 처음부터 줄곧 어긋나 있는 둘의 관계는 심지어 격한 정사 중에도 고독하고 삭막하기까지 합니다. 이야기는 쓸쓸하고 괴로운 연애를 부각시키기 위해 주인공 두 사람의 심리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정계 재계 방송계를 아우르는 화려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너무나 먹먹하게 진행되고 있네요. 예전 프랑스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