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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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가능성 없는 어느 곳에서 문득 아는 사람을 보았다 착각한다.

 

그리고 아직도 누군가를 좇는다.“

 

언젠가 당신에게도 있었고 나에게도 있었을, 스쳐지나가는 일상 에세이, 김종관 작가의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이다.

저자는 그냥 우리가 흘려보냈을 일상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따뜻한 눈길로 표현해낸다.

그 표현들을 보고 가슴 한구석에 작은 온기를 품으며 책장을 넘겼다.

 

저자 김종관은 영화감독이다.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등의 영화를 연출했다. 더 테이블을 포함해 저서도 세 권이나 출간한 것을 보니 집필활동도 활발히 하는 것 같다.

아쉽게도 작가의 작품 중 내가 본 영화는 한 편도 없었지만, '언젠가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최악의 하루>가 포함되어 있었기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작가를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나간 사랑, 추억, 계절, 시간, 경험 등과 그에 대한 짧은 생각이 책에 포함되어 있다.

저자의 일상에서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가 묘사한 풍경과 시절이 아련하게 다가왔다. 저자가 찍은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어 그 느낌을 더욱 끌어올려 준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당시의 고단함을 이겼던 힘은, 가지지 못한 그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지지 못한 위로야말로 때로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희망으로 둔갑하곤 하니까.”

 

본업이 작가가 아닌 사람이 쓰는 에세이는 작가의 산문과 비교했을 때 어쩔 수 없는 미숙함이 묻어 나오곤 한다. 이 책에도 분명 그러한 점은 있었지만 표현이 정말 섬세했고, 몇몇 표현에는 놀라기도 했다.

동시에 부러움이 일었다. 예술계에서 성공하기는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어려운 법인데, 저자는 벌써 두 가지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 아닌가. 나도 저자가 보고 있는 풍경을 함께 보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싶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저자 옆에 서서 같은 세상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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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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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단 한 번이라도,아무 의심이나 두려움 없이 내 눈앞의 행복을 만끽해본 적이 있었나삶의 파도가 어차피 계속해서 반복된다면그리고 그 반복을 나의 힘으로는 멈출 수 없다면그 위에서 꼿꼿이 균형을 지키고 서 있어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파도가 치면 치는 대로가라앉으면 가라앉는 대로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온몸의 힘을 모조리 뺀 채 물의 흐름에 나를 그대로 맡기는 일을나는 왜 그리도 두려워했을까?”

 

생애 처음 접한 생리 에세이저 생리하는데요?이다.

책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정말 독특하다고 느꼈다생리는 대부분의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일인데도 생리를 주 소재로 한 에세이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저 생리하는데요?라는 제목도 언제나 생리 사실을 숨겨야 하는 사회 분위기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 같아 신선했다.

 

이 대담한 책을 낸 저자는 누구일까책날개에 쓰인 저자의 이력은 간단했다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수료팟캐스트에서 <투쟁하는 암탉>을 진행 중이다사진도 실려 있지 않았고 몇 년도에 태어났는지직업이 무엇인지도 나와 있지 않았다일부러 적지 않은 걸까여백에서 왠지 이제 막 사회로 내딛는 사람 특유의 당당함이 느껴졌다.

 

아마 생리에 대해서는 많은 여성이 할 말이 많을 것이다나 역시도 그렇다.

양이 많은 편이라 대형을 착용해도 자세를 잘못 잡으면 모양이 흐트러져 혈이 밖으로 새기 일쑤고매번 살에 밀착되어 있으니 화장실에 가서 속옷을 벗을 때마다 생리대 뒷부분이 뜯어진다무엇보다 생리대에 쓸릴 때의 그 쓰라림아마 많은 여성들이 이와 같은 경험을 했을 터이다.

 

나는 초경이 여자아이에게 부담과 억압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초경이 그 아이가 체험하는 여성혐오의 첫 시작이 아니었으면 한다처음에만 축하받고 그 이후로는 입 싹 닫게 되는 경험이 않았으면 한다기쁘고 즐겁고 멋진 기억이길 바란다모두에게 축하받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이길 바란다아이의 당혹스러움과 불안을 따뜻하게 다독여줄 어른이 주위에 있길 바란다.”

 

이 책은 생리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사회에 퍼져 있는 여성혐오와 가부장제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동의하는 부분도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공감되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그래도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책이었다.

여러 여성의 생리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도작가 자신의 경험을 아주 자세하게 서술하는 것도 좋았다이렇게 공감되는 이야기를 활자화된 책으로 접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나는 제법 운이 좋은 편이라 생리 전 증후군도 없고생리통도 심하지 않은 편인데다 첫날만 아프고 만다간혹 일어나 있기 힘들 정도로 아플 때도 있지만 약도 잘 듣는 편이라 생리통 약 한 알만 먹으면 안심하고 그날 하루를 넘길 수 있다.

나 같은 사람도 있는가 하면 무시무시한 생리통을 견디는 사람도 있다동생의 친구는 생리통 때문에 걷다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작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생리 전 증후군도 심하고생리통도 심해서 몸을 조이는 옷이라도 입으면 견딜 수가 없다고 한다나는 이런 말을 꺼내 주어서 고마웠다우리는 서로의 아픔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그동안 이 아픔은 너무 오랫동안 외면받아 왔다.

 

생리 경험은 나를 배울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생리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무시한 채 억지로 긍정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우울하고 고통스럽고 귀찮고 불편한 감정을 억누르고 삭제할 수는 없다하지만 그 모든 감정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며나를 더욱더 인간답게 만들어준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생리를 긍정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나에게 생리는 언제나 '귀찮은 것', '짜증나는 것', '임신할 생각도 없는데 그만 좀 했으면 좋겠는 것'이었다그러나 저자는 생리가 자신의 몸이 규칙적으로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임을 증명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생리를생리하는 나를 사랑해야만 진정한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그 누구도 이렇게 말해 준 사람은 없었으니까자연스러운 일이고건강하다는 증거인데 왜 그렇게 미워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1학년 때 남녀 분반 제도가 있었다생리 얘기를 할 때면 늘 속닥거리던 여학생들이 교실 앞으로 나가서 생리대 있는 사람 있느냐고 묻던 일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나도 아직은 생리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조심스럽고야외에서 생리대를 꺼낼 때면 주위를 한번 살피곤 한다어렵고 긴 과정이겠지만이런 풍경이 언젠가는 바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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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의 영화 - 공선옥 소설집
공선옥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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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으로 혼자 살게 되겠구나.

어떤 이변이 없는 한 혼자.

내가 언제까지 살까.

하여간 죽는 그 순간까지 혼자 살게 될 거야.”

 

속절없이 흘러가는 역사와 시간 속에서 서글프게애처롭게처연하게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노래요 영화이다.

 

저자 공선옥은 1991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중견 작가로나는 죽지 않겠다를 포함해 10권의 책을 출간했다만해문학상신동엽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책을 읽은 후 공선옥 저자의 인터뷰를 접했었다공 작가의 인터뷰 중 이런 말이 있다.

 

눈물이 흔해지는 사회였음 좋겠어요.

힘없는 사람이 더이상 뺏기지 않는 세상은

그렇게 울어주는 사람들이 만들어줘야 돼요.

-공선옥 인터뷰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누군가가 울면 카메라는 그것을 냅다 클로즈업하곤 한다그래서 그 사람의 우는 얼굴이 넓은 화면 전체를 채운다누군가 공개적으로 운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희귀한광경이며일종의 '볼거리'라는 뜻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그런 카메라가 참 마음에 안 들었다우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어디 있단 말인가.)

이 책은 그런 사람들 곁에서 함께 우는 책이다.

 

나는 결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내 말들은 내 속에서 통통하게 살이 찔 것이고 배가 고프면 내 말들을 먹을 것이다.”

 

책에는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행사작가---7

순수한 사람---21

오후 다섯시의 흰 달---45

은주의 영화---73

염소 가족---137

설운 사나이---165

어머니가 병원에 간 동안---187

읍내의 개---209

 

우리가 살아온또는 살아갈 시간을 함께 살아왔지만 그 어떤 기록에도 남지 못하고시대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공선옥 작가의 특기(라고 나는 생각하는)인 시골의 예스러운 분위기와 사투리가 주제인 작품도 여러 편 수록되어 있다.

내가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총 세 작품이다순수한 사람오후 다섯시의 흰 달설운 사나이.

순수한 사람은 나로 하여금 '순수한 사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사회가 말하는 '순수한 사람'은 돈에 연연하지 않고남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푸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된 걸까그런 사람은 그런 사람을 원하는 사람과 그런 사람을 원하는 시대가 진작 다 없애 버린 것이 아니었나.

오후 다섯시의 흰 달은 바라더라도 결국 갖지 못한 정에 대해 그리고 있다그토록 바라며 준비했는데도 결국 만져보지도 못한 따뜻한 것이 생각나 마음 한구석이 물에 젖어들듯 먹먹해졌다.

설운 사나이는 아픈 역사 속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가장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 작품이다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에서도 다뤄진 쌍용자동차 사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공장 속에서 힘겹게 버티던 그 모든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이제는 전부 크게 변해 버렸을 평범한 삶에 대해 작게 애도했다.

아마 언제까지고 우리 곁에서 작게 노래를 읊조리고 있을 소설은주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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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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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더는 궁금해할 필요 없다. 엄청나게 오래 걸리니까. 얼마를 예측하든, 그 시간의 두 배가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흙과 땀 냄새가 나는 숲 한가운데에 떨어진다.

주인공은 무덤을 파고 있다. 그것도 남편의 무덤을 말이다. 자신의 남편,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신랑을 땅에 묻고 있다. 에린은 자기 손으로 남편을 땅에 묻으면서도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그의 온기가 그립다고 독백한다.

어떻게 된 걸까?


아내 에린은 다큐맨터리 감독, 남편 마크는 금융업계 종사자이다. 둘은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로 결혼식을 준비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결혼식 계획은 마크가 직장을 잃으며 크게 차질을 빚고, 금전 문제로 둘 사이에는 마찰이 일게 된다. 하지만 에린은 그를 사랑한다며 자신을 다독이고, 둘은 신혼여행지인 보라보라 섬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길 기대한다.

그렇게 도착한 보라보라 섬에서의 신혼여행은 더없이 완벽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다 물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그 '무언가'를 가져오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지금 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것에 너무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뭔가 위험한 것에. 아직은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그리고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나는 마음속의 낙하 문이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삐걱거리는 것을 느낀다."


저자 캐서린 스테드먼은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티나' 역을 맡았던 배우다. 이 책은 제법 완성도가 높은데, 저자가 이전까지 글이 본업이 아니었다는 점, 심지어 본작이 데뷔작임을 감안했을 때 꽤 놀랍다.


이 작품은 가져와서는 안 될 '무언가'를 가져온 에린과 마크가 그것을 처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부부의 철저한 대응과 준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미심쩍은 사건과 불안해하는 에린의 심리 묘사가 일품이다.

전개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세부 묘사가 세세하고 철저하여 매 장면을 생생히 상상할 수 있고, 에린의 행동에도 설득력이 생긴다.

무엇보다 이미 마크가 죽는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고 시작했기 때문에, 독자들은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계속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에린이 마크를 죽이는 걸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죽인 걸까?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걸까?


1인칭 화자가 에린이기도 하고, 에린의 심리묘사가 제법 뛰어난 덕에 나는 책을 읽으며 에린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동시에 제3자의 입장이기에 에린이 겪는 마크를 나도 겪을 수 있었는데, 제2의 에린이자 독자인 내 눈에 미친 마크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이었다.

내 눈에는 마크가 계속해서 에린을 편집증 환자로 몰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요즘 흔히 말하는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라고 할까. 에린은 충분히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인물인데도 에린이 독단적으로 하는 일을 마음에 안 들어하고, 위로를 가장해 에린의 불안감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한다. 문제는 그런 마크에게 에린이 계속해서 의지하고 매달리며 조언을 구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에린이 행복해지고 평안해지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이 자업자득이라고 할지라도.


"단언컨대, 이 이야기는 결코 내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아니다.하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이것이 내가 다루어야만 하는 이야기고, 내가 선택한 서사다. 그리고 경찰이 믿을 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덤을 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더는 궁금해할 필요 없다. 엄청나게 오래 걸리니까. 얼마를 예측하든, 그 시간의 두 배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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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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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줘도 고마운 줄 모르는 사람이

안 해주면 불만은 또 그렇게 많더라."


카카오프렌즈 에세이가 라이언, 어피치에 이어 벌써 3탄을 맞이했다. 이번 주인공은 오리 튜브. 하상욱 작가가 글을 담당했다.

다 같은 카카오프렌즈 에세이지만 누가 글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그게 카카오프렌즈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Part 1. 싫다면 싫은 겁니다


Part 2. 끝까지 참으면 참다가 끝나요


Part 3. 위로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


Part 4. 이번 인생 반품할게요


Part 5.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Part 6. 미친 오리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어쩐지 목차 내용에서부터 사이다의 향기가 풍긴다.


다소 심술궂은 표정의 튜브가 여기저기 숨어 있다. 이번 에세이도 일러스트 분량이 정말 많다. 어피치 에세이가 그랬듯 거의 매 쪽마다 일러스트가 들어갈 정도로 아낌없이 팍팍 들어간다. 그래서 가볍게 읽기 좋고 심미적으로도 보기 좋다. 카카오프렌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계속해서 눈여겨볼 만한 시리즈가 되겠다.

라이언 에세이가 위로를, 어피치 에세이가 사랑스러움을 담당했다면 튜브 에세이는 일침을 맡았다.

목차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에세이는 널리 퍼져 있는 통념이나 상식에 냉소와 일침을 가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짧은 문장으로 독자에게 깨달음과 쓴웃음을 주는데, 전문 래퍼만큼이나 라임이 딱딱 맞아서 읽는 재미가 있다. 짧은 문장만큼이나 짧은 시간 내에 강한 인상을 주는 에세이이다.


비비 꼬인 내 취향에는 힐링이나 위로보다는 이런 타입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사람이 어떻게 자기 자신만 다독이고 감내하면서 사나. 남 탓 세상 탓도 좀 하면서 살아야지.

이번 튜브 에세이를 읽으면서 많이 웃었다. 사이다 한잔 하면서 읽으면 딱 좋겠다.

참 마음에 들었던 튜브 에세이,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아무래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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