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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나의 힘 - 에너지를 업up시키는 분노관리법
아니타 팀페 지음, 문은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누군가와 만나고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한번씩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서 어색한 상황이 되면 비교하는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프거나 복잡한 일이 있으면 혼자 내버려두는 것을 선호하는 나는 나처럼 상대방도 그런 것인지 아닌지 종잡을 수 없어서 그게 다툼으로 이어지곤 했다.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상대방을 못참아하거나 내가 바라는 것처럼 상대방도 그러리라 짐작하고 내버려두곤 해서 그 급한 상황을 넘기면 되면 한동안 어색함이 둘 사이를 맴돌았다.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 죄없는 상대에게 대신 화풀이를 하기도 하고, 나랑 다를 수도 있는 상대방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귈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내 말도 좀 들어봐..."였던 것 같다. 그리고 "넌 왜 항상 너만 옳다고 생각하지?"도. 끝까지 이기적인 모습으로 이별을 통보한 나였고 마지막에도 나는 내 말만 했다. 상대방에게 기회를 주지도 않았고, 이해를 구하지도 않았고 단순히 내 감정을 통보했다.
난 분노를 잘한다. 한마디 '욱'한다. 그렇게 뜬금없이 화를 내서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는 상대에게 잘못을 덮어씌워버리고 합리화도 잘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나의 분노를 다 받아주고 한번도 나에게 섭섭해하지 않았던 그 사람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분노, 없는 분노로 나의 의사 표현을 다 했지만 그 사람에게는 못다한 표현이 많이 있었겠구나, 난 왜 2년 동안 왜 그런 여유한번 못 만들어주고, 상대방의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보지 못했을까 반성하게 되었다. 이미 늦은 반성이라 미안하고 나와 헤어져서 더 많이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일차적인 해결방법인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이미 잘하고 있다. 잘못된 방법으로 말이다. 분노가 다가 아니고 그런 분노는 다시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므로 같은 분노라도 건설적으로 제대로 표현하고, 그 분노를 잘 다스려서 소중한 삶으로 거듭나는 것을 이 책에서는 가르치고 있다.
심리치료 책이라서 많이 딱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고, 결코 가볍지도 않은 그 무게감이 딱 좋았다.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분노역시 상황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사람을은 대부분 자신에게 불만족스럽거나 분노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이다.(115p.) 그러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문제를 피하거나 참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것이다. 분노를 통해서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분노는 우리를 발전시킨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사실 갈등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아니 그전부터 그랬던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나의 성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러니 네가 이해해, 아님 말고' 이런 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두렵기도 하다.
나보다 더 '욱'하는 언니 보여주려고 선택한 책인데 의외로 내가 많이 배우게 되었다. 지금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더이상 상처입지 않도록 내안의 분노를 잘 다스려야겠다. 특히 요즘처럼 바빠서 지친 저질 체력때문에 예민해서 이유없이 짜증을 많이 부리게 될 때는 더 조심해야겠다. 상대방의 인내심을 시험해서 좋은 것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