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특별한 악마 - PASSION
히메노 가오루코 지음, 양윤옥 옮김 / 아우름(Aurum)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현대판 행복한 왕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 물론 프란체스코는 사람에 여성이기 때문에 둘다 아닐 수도 있고, 정작 그녀를 사사건건 방해하는 고가씨가 결국은 행복한 왕자였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희생만 하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 주변에 머물려서 자기 이익만 취하는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들은 그 두 동화가 생각나게 하기엔 충분했다.

문득 그 동화의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희생정신의 위대함. 아마도 교훈이라 함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내가 그 속에서 보는 것은 희생의 비참한 결말와 슬픔이다. 그런 희생의 결과 버려졌을 때도 웃을 수 있는 거 그래도 행복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아닌지, 정작 당사자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퍼주기만 하는 삶이 행복했을까.

그러고 보면 심술궂은 고가씨 외에 그녀 주변에 머무는 사람은 없다. 아름답지만 금방 끝나버리는 피아노연주곡(각장의 제목으로 쓰인다)처럼 자신들이 취할 것이 있을 때는 그녀를 이용하지만 언제나 그녀 혼자 남겨진다. 그 흔한 마음을 터 놓을 여자친구조차 없는 것이 그녀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탓하며 오히려 긍정적이고 자신을 희화화하고 그걸로 또다시 고가씨에게 구박을 당하는 일상의 반복을 살아가고 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영화에서 사랑을 갈구했던 그녀를 괴롭히기만 했던 사람들이 그녀에게서 구원을 받았던 모습. 정작 그녀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아무도 모르는 사람으로 어이없게 죽었는데, 그녀가 그렇게 희생했던 사람들은 그녀는 '신(카미사마)'로 기억했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냥 단순한 애정이었는데. 태어나서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쓸 정도로 자기혐오에 빠졌던 그녀는 아무도 구원해주지 않았다. 정작 자신을 많은 사람의 삶을 구원했는데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마츠코보다는 밝다. 어쩌면 자신의 외로운 삶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행복해하고 안정되어 보이지만 그녀가 힘들다던가 외롭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가엾어보였다. 경박해보이는 표현이 그녀의 처지를 더 부각시킨다고나 할까. 결코 혼자서 할 수 없는 그녀의 외로움을 부각시키기 위해 성이라는 소재를 희화해해서 사용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고가씨가 있으니 외롭지 않을 그녀를 위해 작은 미소 하나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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