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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의 역사
매릴린 옐롬 지음, 윤길순 옮김 / 자작나무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는 행복해 할 줄 모른다. 어떻게 행복을 꾸려나가야 할지를 잃어버렸다. 헐리우드의 영화를 볼 때, 주일에 종교성지를 찾을 때야 행복을 떠올려본다 그런데 그곳에 마련된 일괄생산 방식의 행복상품은 끊없는 소비의 욕망을 불어일으킬 뿐이다. 소비의 욕망은 행복의 갈증을 일으키고 더더욱 종교상품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신체와 몸에 대한 행복이 무엇인지 성찰하지도 않는다. 기껏 해봐야 절대적 신성에 매달리거나, 신은 없으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냉소적 절망의 함정에 빠질 뿐인데, 고통스럽게 무슨 생각을 해야 한단 말인가! 지배권력의 학대와 일상의 모멸을 버티기도 힘든 순간 순간 우리는 행복과 기쁨의 정서가 어떻게 가능하고, 그것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땅에서는 이룰 수 없는 성스러운 가치로 비루한 존재의 한계를 알게된다. 그리고는 성직자도 할 수 없는 그 경지를 저 세상에 던져놓고, 이 땅에서는 저속한 속물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냉소와 체념에 빠져든다. 하늘의 명령을 알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죄책과 고통 속에 절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게 인간이라는 종이 아니겠내고 자신을 변명하고 위로한다. 공격성과 지배의 욕망은 어느새 불가피한 것이 되고, 불가피성을 넘어 뻔뻔스레 정당성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런 세상의 극단적 상징체계의 비극을 파고드는 멋진 책이다.
자신의 신체적 자기결정권이 어떻게 지배권력에 의해 역사적으로 파괴되어왔는지. 지금도 우리 주위를 떠도는 담론장치 속에서 저자의 역사적 퇴행물들을 발견하게 된다. 존재의 행위능력을 불구자로 만드는 성교육과 관능적 기쁨과 즐거움을 자폐적 광기로 폐쇄하는 신비주의적 도덕주의. 하수도와 상수도를 뒤섞어 놓은 이중적 성도덕. 그 어느 하나도 만만한 것이 없는 이 땅에서 이런 이야기가 확장/심화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까?
구좌파의 한심한 경제결정론과 자유주의의 천박한 프리섹스, 그리고 보수주의의 한심한 도덕주의, 극우의 몰상식한 야만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이 책은 너무 멀리 있다. 하지만 기쁨과 즐거움을 행복으로 구성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너무 가까이 있다. 그래서 너무 위험한 책이다. 무릇 좋은 책이란 화약과 같은 책이다. 이 책은 뇌관을 제대로 작동시킬 줄 안다면 멋지고 황홀한 경이를 선사할 만한 책이다. 최근에 나온 아내두 멋지다. 멋지다 옐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