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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한 초상
이갑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기본적인 플롯이야 태고적 뒤팽이나 르콕시대부터 내려오는 본격물 내지는 도서물의 답습이고....
현재 방영되는 미국산범죄드라마의 한국 변형판이니 크게 생소하지는 않을거고....
간단하게 말하면 일단....
90년대 초반....
척박하기 이를데없는 한국의 미스터리 문학계를 생각한다면....
사실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의 범죄학 퀄리티를 지니고 있음....
구성의 탁월함 또한 코븐, 패터슨류의 수준높은 현대 스릴러물에 결코 뒤지지 않고....
문제는 모든게 너무 모래알같이 까끌까끌하다는 점....
오디오에 관한 단상들은 일단 논할 가치조차 없고(내용과는 완전 별개의 얘기, 저자가 머릿말에 밝힌 것처럼 오디오 애호가들에 대한 배려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신분석에 관한 얘기도 웹상(지금이야 쉽지, 그 당시를 생각한다면 작가의 대단한 노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는)에서 긁어모은 단편적 지식의 나열 이외엔 플롯과의 긴밀한 연계를 찾아보긴 힘들고....
성경에 대한 해석도 저자가 만들어 놓은 스토리에 적합한 부분을 발췌하였을 뿐 큰 궤적을 그리는 원대한 구상은 아니었음을....
결정적인 문제는....
미스터리문학은 대중의 평탄한(?) 지지를 가장 큰 자양분으로 삼아야하는데....
로맨틱한 초상은 일반적인(혹은 정상적인) 독자를 무시한 지극히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비정상적인 범죄에 관한 실제묘사나 심리묘사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점....
자극적인 성범죄 스릴러물, 오타쿠적인 일부 매니아층....
두 부류에 관해선 지극히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으나....
크리스티를 좋아하는 층에서부터 콕스, 앨린, 블록 류를 좋아하는 팬들에게선 좋은 소리 듣기 힘들다는 점....
결론적으로....
독자입장(저자 입장이 아님, 이갑재님의 열정을 폄훼할 수는 없음)으로 볼때....
이 작품 자체만 놓고보면 적정한 수준의 상당한 엔터테인먼트(엔터테인먼트 이상도 이하도 아닌)임에 틀림없지만....
그건 반드시 한국 미스터리계의 풍토를 전제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