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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면 없어라 - 김한길 에세이, 개정판
김한길 지음 / 해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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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면 없어라

김한길 씨의 신간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90년대의 책을 다시 낸 것이네요.

사실 작가에 대해 알기를 예전엔 문학도였으나 정치에 발을 들였고

그 전에 떠들썩한? 연.애로 당시 최고의 여배우를 아내로 맞이한 이혼남이었다는 정도로 알았었죠.

개인적으로 그 여배우를 좋아하기에 그렇구나- 하고 지나온 세월. 그 시간이 그에게 만든 깊이와 울림이 궁금했습니다.

이 책도 '20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문학청년 김한길의 청춘일기' 라고 소개됩니다.

수많은 청춘들이 먼저 알음알이하였다는 이 책의 서두를 보면 그의 아픈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그에게서 이제는 떠나간 여인을 언급하는데요- 그제서야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게 되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어느 잡지에 기고되었던 글인지는 모르나 그가 직접 쓴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짧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그의 젊은 시절, 당시 그리 오래 되지 않은 회상이었겠지요- 치열하게 열심히 산 미국에서의 생활을 묘사했었습니다. 고된 시간이 흐르고 어느정도 기반이 잡혔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는데 성공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그 때엔 이미 두 사람에게 사랑이 떠나가고 말았다는 글이었어요. 사랑하는 두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했는데 정작 제일 소중한 사랑은 떠나갔다라니.. 달콤해야할 성공의 시점에서 맛보게되는 쓰디쓴 고독이 너무도 아이러니 하여 어렸던 제 마음에 크게 와닿았고 순간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줬던 기억이 나더군요.

그녀와의 신혼일기라고 시작한 이 책은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게 해줍니다.

그리고 삶에 대해, 시간, 노력, 사람, ..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게 하는 책입니다. 

책 마지막에, 이렇게 웃기는/ 슬픈/ 아름다운/ 고백은 없었다는 말이 마음을 울립니다.

가을이라서 그런가요, 더욱 감정으로 읽게 되는 묘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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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핀 델 문도 El Fin del mundo - 지구 끝으로 Vamos!
김민규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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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울에서 땅을 파고 들어가 지구 끝까지 간다면 나오는 그 곳은 남미, 칠레나 아르헨티나라고..

지리시간에 배운 기억이 없는 내게는 너무나 신선하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마시는 와인들도 멀리서 왔구나- 하는 재밌는 깨달음과 함께

이렇게 작은 사실에도 감탄하게 되는데 미지의 그곳으로 떠난 여행에서 그는 얼마나 다양한 새로움을 깨우쳤을까 싶어 한없이 부러워졌다.

책 표지를 가득 채운 하늘과 구름과 땅, 그 속에서 꼬옥 맞는 포즈로 서있는 그.

그는 김민규, 델리스파이스의 멤버로 내가 잘 모를 뿐, 한국에서는 유명한 모던락의 대표주자라한다.

모르는 무지야 나의 탓이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동시에 이 책에 더욱 기대가 되었던 것은 그가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하나를 봐도 다각도로 받아들였을 것 같아서 그 감정들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더욱 궁금했던 여행기.

시간의 흐름대로 나열하여 어렵지 않게 동행할 수 있었다.

 

사진이 정말 많이 수록된 이 책의 끝에 그가 말하기를

가사와 함께 하는 멜로디의 역할을 사진이 맡아주었다 생각해달라 한다.

그제서야 과하게 많은 사진들이 어떤 의미로 담겼는지 이해가 갔다.

사진사들이 찍은 정교한 사진과는 달라서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했고

잘 골라내지 못하여 하나하나에 의미를 주어 담아두는 나를 보는 듯 하여 동질감에 즐거웠기에 조금 더 정이 가는 책.

덕분에 생생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고 함께 가는 친구의 속내를 들으며 다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어 즐거웠다.

특히 나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영화 [미션] 의 이구아수 폭포를 따로 보러 가준 그의 발걸음이 고마웠고

기회가 된다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양 쪽에서 감상하고프다는 소망도 가져본다.

머리와 가슴을 맑은 푸르름으로 적셔왔을 그가 내어놓을 음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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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도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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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작은 기도.

전에 읽은 장영희의 <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를 보면서도 이해인 수녀님에 대한 애정어린 일화와 서신, 시들이 읽혀 가까이 생각하고 있던 중에 읽게된 시집이다.  

어릴 적부터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신 것 같은 분, 이해인 수녀님은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 서원을 하셨다고 한다. 태어나기도 전의 일. 이 여인은 어떻게 그 시대에 이 길로 나아가게 됐을까. 종신서원한 그 해 첫 시집 [ 민들레 영토 ]를 펴낸 후 수많은 시집과 수필집, 번역집을 펴냈는데 교과서에도 여러 시들이 수록되어 있어 내 어릴 적 기억에도 그렇게 항상 가까운 분으로 여겨졌나보다. 수녀님인데 시인이고 끊임없이 대중에 노출되는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수도하는 자의 모습과 달라 갸우뚱하기도 했고, 그렇게 맑게 사는 사람이면 복만 받아야 할 것 같은데에도 어느 순간 암투병을 하고있다는 말에 또 한 번 놀랐으니 어쩌면 나는.. 그 분을 통해 선한 사람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틀을 일찌기 깬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건강히 오래 우리 곁에 계셨으면 하는 이해인 수녀님.

 

신작 시 50여편에 다른 몇몇 시를 덧붙여 엮은 시집, 작은 기도는 아름다운 기도, 용서를 위한 기도, 그리고 가난한 새를 위한 기도 -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읽다보면 그 자체로 기도가 되고 마음이 전달되고 소소한 일상에 대한 그림이 되어 잔잔한 행복이 물결치는 기분이 된다. 내게는 특히 '용서를 위한 기도' 에서 마음에 와닿는 시들이 많았는데 이를테면,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정말 아닙니다

 

...

<행복의 얼굴> 중에서 읽으며 마음의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가난한 새를 위한 기도'에서 <어떤 죽은 이의 말> 은 머리를 둥- 하고 울리는 듯 하였다.

그리고 '아름다운 기도'에서 <집을 위한 노래>..!

 

땅 속의 집은 어둡고 답답할 텐데

나 혼자 외로워서 어떡하지?

 

오늘처럼 비 오는 날

이미 땅속에 묻혀 있는 그대의 마지막 말을 기억한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돌아가야 할 땅속의 집

별이 없어도 흙냄새 정답고

돌과이끼 그득한

창문 없는 집

 

그 집에 들어가 울지 않으려면

땅 위의 이 집에서 많이 웃고 즐겁게 살라고

그대가 속삭이는 말을

나는 분명 들었지

 

뜻 없이 외우는 기도보다는

슬픔도 괴로움도 견디면서

들풀처럼 열심히

오늘을 살아내는 일이

더 힘찬 기도가 된다고

비에 젖은 채로 속삭이는

그대의 목소리를

나는 울면서 들었지

 

***

갑자기 그 분은 무엇으로 시를 쓰는지 궁금해졌다.

연필을 들어 한 자 한 자 적어내릴까..?

아니면 컴퓨터로..? 타자?

왠지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적어내릴 것 같아서 더 마음에 남는듯 하다.

수식어 많아 화려하거나 비유와 은유로 베일을 쓰지 않았음에도

그 자체로 맑고 깨끗해서 그대로 마음에 와 안기는 마음, 그것은 종교를 불문하는 기도가 아닐까 한다.

바로 전에 읽은 [ 울지 말고 꽃을 보라 ] 의 정호승 작가의 발문도 좋고

이해인 수녀님의 버킷리스트- ' 나의 삶이 한 편의 시가 되고 그림이 될 수 있도록 순간순간을 더 성실하고 겸손하게, 더 단순하고 투명하게 내 남은 날들을 채우고 싶다.' 라는 말이 참 맑게 울려퍼진다.

 

표지의 겉옷을 열어보니 적혀있는 시가 책을 채 들썩이기도 전에 마음을 흔들었었다.

 

하늘의 흰 구름이

나에게 말했다

 

흘러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흐르고 또 흐르다 보면

어느 날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뜨락의 석류가

나에게 말했다

 

상처를 두려워하지 마라

잘 익어서 터질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면

 

어느 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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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수장룡의 날
이누이 로쿠로 지음, 김윤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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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미스터리 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너무나 끌렸던 책.

완전한 수장룡의 날, 당최 아무리 고민을 해보아도 제목만으로는 무슨 내용일지 알 수가 없고

영화 인셉션이 나오지를 않나,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샐린져의 단편 <바나나피쉬를 위한 완벽한 날> 에서 따온 제목으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2011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의 대상 수상을 그것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하니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어떤 작품이 다수의 심사위원을 모두 감동시키기란 정말 어렵고 귀한 일이기에 그 작품에 빠져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나도 그 심사위원 중 하나였다해도 만장일치가 되었겠구나- 하고 느낀다.

놀라운 긴장감의 조율이 작가 이누이 로쿠로의 손에서 세밀하게 전개되고 책이 끝나는 그 이후에도 흔들어 놓는 울림은 후폭풍과도 같아서 한동안 멍.. 하니 잠겨있게 된다. 실로 놀라운 실력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침구사라는 직업도 갖고 있다하는데 그래서 이리도 섬세하고 치밀하게 이야기를 쌓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완전 반해버렸다.

 

마지막 피붙이인 동생이 자살을 시도하여 식물인간 상태로 입원해있는 병원에는 SC 인터페이스로 환자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서 순정만화 작가인 아쓰이는 동생과의 만남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느정도 지워버린 자신의 기억에 다다가기를 거부하고 현실에서는 하루 하루 펼쳐지는 일상에 적응하고 변화하며 살아간다.

동생과의 만남은 현실과의 혼돈이 틈을 낳고 점점 순간순간 어디가 현실이고 가상인지 모르게 섞여간다. 아쓰이는 가려진 과거에 다가가는데..

 

굉장히 여러가지 면을 보여주고 있다.

다소 생뚱맞은- 아니면 전혀 그렇지 않은- 설정의 SC 인터페이스의 활용. 참고문헌을 보면 저자가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결코 허황되지만은 않다는 데에 충격을 받는다. 이렇게만 된다면 식물인간의 환자는 물론이고 그들을 가족으로, 친구로 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니 굉장히 매력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책에서 보여주는 현실은 정말로 현실적이어서 그로부터 오는 고독하고 쓸쓸한 감정과 그럼에도 결코 환자가 아님이 아닌것에 대한 슬픔이 가슴을 메운다.

각 역할의 직업군에 대해서도 상당히 세밀하게 전개하고 있어서 덕분에 의사, 간호사, 순정만화가, 한 가정의 엄마, 팬, 또.. 한 가정의 부모, 그들의 부모- .. 정말 여러가지 삶을 경험하고 만나볼 수 있다.

그런 덕분에 하염없이 몰입하게 되는 책, 완전한 수장룡의 날.

나야말로 또 한 명의 일본 작가의 팬이 되었다.

 

왜 수장룡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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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말고 꽃을 보라 - 정호승의 인생 동화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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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작가와 박항률 화백의 어울림

글과 그림이 서로를 더욱 높여주는 느낌을 받았다.

정호승 작가의 어른을 위한 동화들도 짧은 이야기 안에 긴 여운을 담아내고 있었고

절제되고 단아한 박항률 화백의 그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감상하게 하였다.

이토록 잘 어울리는 조화가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서문도 적기전, 책장 한 장을 넘기자마자 자필로 적어놓은 작가.

모두가 사랑이고, 사랑이 없으면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고 그 이외의 모든 것은 전부 배경음악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한다.

 

이 책은 [당신의 마음에 창을 달아드립니다] [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 [스무살을 위한 사랑의 동화] 등을 다시 엮은 책으로

1장, 기다림 없는 사랑은 없다 / 2장, 뼈저린 후회 / 3장, 수평선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 4장, 완벽하면 무너진다 / 5장, 겨울의 의미

총 다섯장으로 나누어 사랑과 정의, 희망을 전하고 있다.

요새 내 삶의 시절때문인지 직접적인 인생지침서들을 참고서 보는 기분으로 많이 읽었는데 그렇게 콕콕 찝어 직접적으로 턱아래 가져다주지 않아도 이렇게 좋은것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스스로 생각하고, 여운을 잠겨 생각을 정리하고 긍정도 하고 때로는 부정도 해보는 행위의 중요성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자극적인 말로 온 마음을 울렁거리게 하지 않아도 잔잔한 파동을 마음에 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을 관찰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도 함께 느끼기를..

장을 나누어 놓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 반복하여 전해주는 시련과 고난의 의미를 가을보리나 동백꽃, 은행나무들을 통해 깨닫고, 고슴도치나 날고싶었던 타조, 쥐똥나무, 황소들을 통해 사랑을, 또 실제 있었을법한 잘려진 바지, 보석자랑하는 시어머니, 낙타들로 애틋한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몇 몇 이야기들은 이미 알고 있거나 실제 이야기와 흡사하기도 해 갸우뚱 하기도 했고 어떤 이야기들에는 가만히 시간을 두어 생각해야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을 두드리는 박항률 화백의 그림들이 생각의 자리를 펴주어 그 안에서 머물다 보면 스스로를 치유하는 책이 되어준다.

 

나무와 풀도 잊지 않고 있는 한 마디!

나도 함께 전하고 싶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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