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우리 시대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인문 지식 ㅣ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1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상당히 강하게 유혹하는 책이다.
우선 한 눈에 보아도 묵직해보이는 두께와 560페이지에 달하는 양이 정말 책의 쟈켓에 붉은 글씨로 강조되어있는 말이 실현될것만 같다.
한 권으로 꿰뚫는 인문학의 핵심 여섯 분야
책을 열면 끝없이 펼쳐지는 흥미로운 지식의 향연
심지어는 머리말의 제목으로 [한 권의 책으로 인문의 기초 여섯 분야를 꿰뚫는다] 라고 정했으니..
새해를 시작하면서 어찌 손에 쥐지 않을수 있으랴.
인문학의 중요성을 서른이 넘어 깨달은것만해도 장하다해야할지
이제서야 깨닫고는 어디부터 들춰야할지 헤매는 불쌍한 중생을 가련하다 해야할지 모르는 시점에서 내게는 유독 반가운 책이다.
그런데 인문학의 매력에 새로이 빠져든 이는 비단 나뿐만이 아닌가보다.
저자는 최근에 갑자기 사랑받는 인문학 열풍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면서 몇몇 유명해진 크리에이터들의 성공의 비결로 인문학을 통한 작업에 대해 소개했고 그로인해 주목받게 된 이유를 들었다.
보여지는 것만 받아들이기 급급했던 사회는 점점 그 속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뜨거운 화두가 되고있는 '스토리텔링'의 파워와도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점점 깊어지는 지식에 대한 욕구는 역사와 신화, 심리와 철학, 회화와 글로벌 이슈들로 확장되어가고 그 여섯가지의 분야를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시대의 화두이며 체계적으로 알아갈 수록 매력적인 분야이기 때문일것이다.
그리고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 내 눈이 틔는 만큼 세상을 향한 시야가 조금 더 넓고 길게, 멀리 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 인간의 영원한 화두, 마음 - 심리학
- 눈으로 확인하는 지식의 지형 - 회화
- 은유로 가득한 또 하나의 인간 역사 - 신화
- 세계를 이해하는 기초 지도 - 역사
- 역사를 움직여온 지식 동력 - 현대 이전의 철학
- 현재와 미래를 재구성하는 대화의 장 - 현대의 철학
- 앞선 교양인의 궁극적 관심사 - 글로벌 이슈
초반부터 시작하는 프로이트는.. 독일에서부터 잡고 있다가 아직도 끝까지 못읽은 -_- 난해한 작은 책.. 그 이름도 [프로이트]를 떠올리게 하면서 적지않은 죄책감과 함께했다. 당시 엄청 무섭고 힘든 꿈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나의 무의식의 표출이라하니 더욱 우울하고 충격적인 멘탈붕괴에 빠져들었던 것. ; 휴.. 지금도 그 의견에는 반대하지만 마음을 궁금해하고 생각과 행동의 시발점들을 쫓기시작해 심리학이 구조적으로 체계화되는 과정에 그가 있어 그 뿌리와 튼튼한 포석이 되었음을 안다. 심지어 개인적으로 도움받고 성장의 자양분이 된 책들도 심리학 서적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바로 직전에 읽은 '뇌와 나를 분리하여 생각하기' 같은 경우는 아직 어렵긴 하지만..;
좋아라하는 회화의 장에는 소개된 예술가들이 또한 좋아라하는 분들이어서 싱글거리며 읽고 보았다. 저자는 조금 더 사진을 넣어 생생함을 전하지 못해 아쉽다 했으나 작게라도, 적게라도 만날 수 있는 시각적 풍요는 감정을 풍부하게 해준다. 그 해설은 자연스레 신화와 이어지고 역사로, 그리고 점점 현대사회로 넘어오는데 자칫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임에도 최대한 간결하게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한 저자의 정성이 느껴질 정도이다. 빼곡하지만 이것만은 절대 뺄 수 없어! 라는 외침도 함께- ;)
사회는 혼자 진화하지 않듯 인간의 생각은 문화와 역사를 타고 끊임없이 부딪히고 새로이 만들어졌다. 그것을 현대를 기점으로 현대 이전의 철학으로 소크라테스 부터 헤겔까지 차근차근 짚었는데 여기서는 조금 더 진지하게 읽고 싶어 여러번 다시 앞으로 돌아갔더랬다. 일단 얼마전 [고전강독]을 통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까지는 다시 짚어놨기에 그 이후부터 조금 더 섬세히. andante- 로 :)
그리곤 정말 새로 보는 듯한 세상, 현대의 철학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과연 나는 현대에 살고 있는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겨우 유명한 철학자의 이름만 알았지 그들이 대표하는 생각들에 대해 전혀 체계가 서있지 않아서 온통 뒤죽박죽 되어있는 내 머리속을 차근차근 정리해준 중요한 챕터이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낄만큼 다시, 또다시 볼 것을 다짐한다. -_-+ 아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로벌 이슈 분야.. 아아.. 왜 고등학생들에게 신문 사설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강조하고 강요하는지 졸업하고 10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에야 깨닫는다.
눈과 귀를 가리고 닫는 것은 한 순간이고 쉬우나 관심을 귀울이고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는 세계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깨어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이곳에 속해있고 어떤 자세를 취하여 살아갈지는 스스로 정하는 것, 더디고 느릴지라도 벽과 연애하고 싶지는 않다는 결심을 하게 해주었다.
지금도 전쟁과 세계의 흐름과는 무관한 살생, 탄압, 유기와 외면이 상상도 못할정도로 비논리적인 일들이, 다름아닌 인간을 통해 자행되고 있다. 우리중 그 누구도 순결하지 못하며 알지 못했기에 나는 무죄라고 말할 수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고 말했지만 그만큼 즐겁고 행복할 것이며 그만큼 아프고 힘들것임을 알면서도 내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바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서.
시작하자, 인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