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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뎐 - 시대를 풍미한 검은 중독의 문화사
양세욱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좋은 책 한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손에 쥐면 어떤 책은 그냥 빨리 넘겨버리지만, 이 책 만큼은 책장 넘어가는 게 아쉽네요. 책을 들고 다니며 다른 일은 하면서 계속 눈에서 책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짜장면 뎐]은 단순히 짜장면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짜장면에 대한 유래를 알기 위해 저자가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해가며 정성껏 책에 담아 놓았으니까요. 짜장면이 중국 화교를 통해 우리나라에 건너오기 전에 중국에서 짜장면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저자는 중국이라는 나라부터 탐색에 나서게 되죠.
책 앞부분에 나오는 중국에 관한 이야기는 저자가 중문과 교수답게 중국에 대한 정보를 소상하고 재미있게 알려줍니다. 중국의 인문지리, 중국의 여러민족,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듣노라면 오늘의 중국을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다만 한류열풍에 따라 방영된 드라마나 영화속에 담겨진 저자의 쓴소리는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예술의 상상력은 역사가 끝나는 언저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 음식은 섞임과 나눔이라는 저자의 말대로, 다양한 민족이 모여사는 중국땅에 탄생한 수 많은 음식들은 대국인다운 그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요즘도 가끔 아이들을 위해 중화요리를 시켜주지만, 역시 음식은 제대로 알고 먹으면 맛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색향미의형양.. 음식을 평가하는 중국인들의 기준입니다. 저는 여기에 우리나라만의 손맛과 정성을 추가하고 싶군요. 먹을 것이 없어도 어머니의 손맛과 정성이 깃든 음식 하나를 앞에 두고 형제간에 치열하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식지 말라고 이불속에 꽁꽁 덮어놓은 밥 한그릇이면 김치 하나라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정말 짜장면은 생일날, 졸업식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어요. 짜장면을 앞에두고 탕수욕이 추가되는 날이면 횡재한 기분이었구요. 중화요리 집에 가면 짜장,짬봉 밖에 시켜 먹을 줄 몰랐는데, 저자는 중화요리 이름들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을 전해줍니다.(p193~8). 이 뿐만아니죠. 중국음식에 들어가는 각종의 향료(p73), 수 많은 재료(p92~5), 중국식당의 간판들도 저자의 눈과 머리에서 비켜갈 수 없습니다.(p81~5).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은 아직도 한자어에서 유래된 것이 많은데, 중국음식과 관련해서 부지불식간에 쓰는 한자어의 어원도 잘 짚어줍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을 갖게 됩니다. 오늘 저녁에는 강희제의 만한전석이 아니더라도, 가족들을 위해 다양한 요리를 해볼까 합니다. 더불어 이 책을 보기전에 배를 든든히 하시고, 보시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