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깅이 - 청소년을 위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 담쟁이 문고
현기영 지음, 박재동 그림 / 실천문학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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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꽝스러운 제목의 '똥깅이'.. 여기에 우리 시대의 최고의 만화가 박제동 선생의 그림이 이 책에 대한 친근감이 더해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속에 어렴풋이 자리잡고 있던 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기쁨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어렸을 때 즐거웠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이제는 반백이 되어 늙어가며 삶의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 때 놀던 이야기가 나오면 서로들 한마디씩 거들 곤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시대는 현기영 작가처럼 아픔이 많았던 때였습니다.
 
50~60년대는 정말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도 소위 좌익활동을 했다는 명목으로 감시의 눈길을 벗어날 수 없었고, 이로인해 제대로 돈벌이를 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집안에서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죠. 그 당시 지식인치고 좌익사상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였지만, 저역시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원망스런 적이 많았습니다.
 
4.3사건과 그 당시 생활상을 잘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도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그렇게 평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이념대립으로 인해 그 사이에서 민초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학정과 폭력에 맞서 산으로 올라가 맞서 던 사람들, 그들의 최후는 굶주림과 집단수용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어둡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세상모르게 친구들과 수영하며 놀고, 그러다가 옷을 잃어버린 장면이나 웬깅이네 대장간 모습등 주인공 똥깅이의 성장과정이 재미있게 다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어머니의 모질게 퍼붓는 사랑법이나, 부재중인 아버지를 위해 그리움, 그리고 신석이형에 대한 동경, 국어선생님을 통해 만난 이상, 김유정의 책,
 
이 모든 것들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에 담겨져 있습니다. 책 한권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었고, 잠시 주춤하고 있던 내 영혼을 일깨워 주었던 소중한 책을 만난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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