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요이의 시간
유즈키 아사코 외 지음, 권남희 옮김 / 징검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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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이야기, 어느덧 그리어지는 사람들, 호로록 좋은 술 한 잔을 음미한 듯 은은히 행복이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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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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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샐리 루니 지음/김희용 옮김, 아르테



밀레니얼 세대에 가장 주목받는 작가인 아일랜드의 샐리 루니의 신간을 받았다. 소설은 오랜만에 읽는 데다 젊은 세대의 글답게 꼼꼼하고 세밀한 묘사와 빠르게 이어지는 대화가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앨리스와 펠릭스, 아일린과 사이먼이라는 두 커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랑과 불안, 걱정과 진심을 다룬 이야기가 대화와 이메일에 꽉 들어차 있지만 그 전개가 몹시 빨라서 마치 12부작 드라마를 하룻밤 새에 몰아보기한 것 같다.



드라마로도 유명해진 전작 <노멀 피플>에 이어 ‘더블린의 프랑수아즈 사강’으로 불리는 그가 그리는 네 명의 젊은이 이야기는 마치 내 친구의 이야기를 곁에서 듣는 듯 현실감 있고 생기 넘친다.



인물들은 완벽하지도, 속이 아주 깊지도, 몹시 사려 깊지도 않으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갈망하고, 좌절하는 현실 그 자체의 인물이다. 현실 사회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내밀한 속내가 빠르게 이어지는 대화와 이메일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고전 소설과 비슷한 얼개이지만 대부분 대화와 이메일이 교차하는 구성으로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속내’를 드러내며 인물들이 훨씬 입체감 있게 표현된다.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겪지만, 그래도 소설은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뿐하게 나아간다. 만남과 우정, 한 사람의 내면과 다른 사람의 내면이 만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몹시 생생하게 그린 이 소설은 바로 지금, 이곳에 사는 젊은이들의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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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스파이 -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필사적으로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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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책이다! 두께도, 무게도 압도적이었지만, 2차대전을 중심으로 원자폭탄을 둘러싼 세기의 음모를 펼치는 이야기가 압권이다. 게다가 그 이야기의 핵심이 물리학이라니!

술술 넘어가는 문체가 빌 브라이슨 못지 않게 재미있는데, 그러면서도 '과학 서적'이라는 중심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극히 사실적이다. 전쟁 발발 직전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원자폭탄 개발과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치 당시 스파이를 다룬 첩보영화처럼, 등장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과학 이야기를 빠른 속도로 교차편집한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이미 유전학, 화학, 뇌과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 필력이 대단한 작가다. 이런 작가가 현대 역사의 핵심인 전쟁과 물리학의 핵심인 원자폭탄을 함께 엮은 이야기를 써내려갔으니,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물리학 중에서도 원자폭탄 개발 이야기를 다룬 것은 당연하다. 수많은 음모와 비화 중에서도 과학자와 대통령, 수많은 유명인들이 비밀스럽게 얽히는 이야기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알소스 부대를 중심으로 용감하고 모험을 즐기는 리더, 신중한 과학자, 결단력 있는 대통령 등 극단의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속내를 소설처럼 드러내면서도, 과학적인 설명을 잃지 않고, 그림을 곁들여 상세히 설명해 나간다.

결국 과학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은 각자 쓸쓸한 인생의 말로를 맞이하고, 원자폭탄 개발은 인류의 재앙을 만들었다. 그들은 '원자를 쪼갬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분열시켰다'.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여긴 사람들, 자신의 선한 의지를 밀고 나간 사람들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자신을 발견하고, 역사를 뒤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서 밀고 나간 이 책은 엄청난 역사책인 동시에 흥미로운 과학책, 어쩌면 그 둘 다를 통쾌하게 이루어 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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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에 빠진 뇌 - 신경학적 불균형이 만들어낸 멈출 수 없는 불안
제프리 슈워츠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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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강박 같은 게 있다. 대문자 J여서인지 뭔가 정리되고 계획된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 엑셀 표 하나에서 뭔가가 빠졌을 때의 불안 같은 것, 사실 이정도는 누구나 있으려나.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누구나 소독 강박에 시달렸을 테고 말이다.

일종의 기벽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것이 자신을 옥죄는 사슬이 되면, 나도 모르게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그것이 강박이라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한다. 사실 '내가 강박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면 강박장애는 아니라고 하지만 말이다. 말 그대로 '브레인 락'이 걸려서(뇌가 잠겨 버려서 뇌가 보내는 잘못된 메시지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강박장애의 교과서라 할 만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브레인 락'이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한 책이다. 고전이라 할만한 책답게 강박장애의 개념부터 역사, 진단까지 꽉 채워 소개하고 있다.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설문지는 물론, 각 장에서 개념을 소개하고 정리하는 요약 페이지가 있어 앞서 등장한 내용을 더듬어볼 수 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수많은 사례들. 다양한 사람이 보이는 가벼운 증상에서 심각한 증상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보이는 증상들을 더듬으며 조금씩 겹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완전한 강박장애 환자가 아니더라도 이 책에서 얻을 교훈이 있다. 누구나 내면의 불안에 시달리고, 남이 아닌 스스로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신을 옥죄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처방하는 내용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즉 '공정한 관찰자'를 만나는 것이다. 자신의 '뇌'에서 한 발 멀어져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마음을 읽는 읽은 누구에게나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을 보듬는 마음챙김을 통해 나 자신을 배려하는 '현명한 옹호자'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마음 한 켠에 있는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 그 감정의 원인이 잘못 작동하는 내 뇌 자체라면 이 책에서 세심하게 관찰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다정하게 도와주는 '공정한 관찰자'이자 '현명한 옹호자'를 만나 좀 더 자유로운 삶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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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쓸모 -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 쓸모 시리즈 3
김응빈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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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쓸모, 수학의 쓸모에 이은 ‘쓸모’ 시리즈의 3권 <생물학의 쓸모>다. 전공이나 관심사로 볼 때 가장 궁금한 책이다(미적분과 수학도 분명 쓸모는 있겠으나...). 책 머리에 붙어 있는 곽재식 님의 추천사가 딱 맞다. ‘주식투자에서 유망종목을 찍어주듯’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생물학 교과서의 내용과 미래에 펼쳐질 모습이 머릿속에 쌓인다니, 안 읽어볼 수 없지 않겠는가. 목차만 봐도 교과서에만 등장하는 생물학의 기본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생물학의 쓸모를 엿볼 수 있다.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라는 부제답게 저자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을 시스템으로 보며 나무가 아니라 숲을 관찰한다. 생물을 단일한 객체가 아니라 생명 시스템, 어떤 유기적인 체계로 보는 관점을 전하는 교수다운 관점이다. 유전자가 아닌 유전체 지도를, 호흡이라는 하나의 생명 기능이 아니라 지구 생명계와 공생하는 법을, 단일 미생물이 아니라 감염병 정복을 보는 식이다.

사실 이렇게 생명을 유기적으로 보는 관점이 특별한 것은 아니고, 생명에서 인류를 벗어나 지구 전체의 미래를 본다는 것도 낯선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세포나 DNA, 호흡 같은 단순하고 교과서적인 개념이 어떻게 우리와 인류의 삶, 나아가 인간 없는 지구의 미래로까지 연결되는지 살펴보면 교과서에서 배운 단순한 생물 지식이 어떻게 수억 년의 과거를 거쳐 현재와 미래로 연결되는지 자못 숙연해질 정도다.

사실 생물학에는 ‘인류의 미래를 바라본다’라는 거창한 쓸모도 있지만 생물학은 애초부터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학문이었다. 사실 생물학은 애초부터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학문이었다. 효모로 빵과 술을 발효하고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거나 종 교배를 통해 더 나은 종을 만들거나 크리스퍼를 이용해 유전자를 재배치하는 등, 생물학은 끊임없이 지금의 상태에서 더 나아지고 더 진보하려는 의지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쓸모 있는 건 생물학적 사고, 즉 개별 개체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유기체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결과로 이어지는 사소한 이벤트에 한정해 보는 것이 아니라 종 전체, 지구 전체의 도약으로 이어지는 유기체적인 변화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이런 체계적인 관점을 갖기 위해 오늘날의 최첨단 기술을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쓸모’가 있다. 현대 생물학 기술의 핵심인 DNA 서열분석의 기초이론 같은 것도 알기 쉽게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 놓아 확실하게 개념을 잡을 수 있다. 오페론이나 크리스퍼 기술, 파이로시퀀싱처럼 새로운 기술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다른 책을 읽어나갈 기본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자세한 설명이 감사하다. 생물학 최첨단 기술을 다룬 다른 책을 읽을 때도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

미생물학의 토대를 놓은 파스퇴르는 “순수과학이나 응용과학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과학과 과학의 응용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생물학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나아갈 미래는 이 말을 그대로 증명한다. 하나가 아닌 전체를 살피는 시스템적 관점으로 생물학의 ‘쓸모’를 세심하게 살필 때 우리는 인간과 비인간, 지구 전체의 미래를 조심스레 살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생물학의 진짜 ‘쓸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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