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의 쓸모 -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 쓸모 시리즈 3
김응빈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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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쓸모, 수학의 쓸모에 이은 ‘쓸모’ 시리즈의 3권 <생물학의 쓸모>다. 전공이나 관심사로 볼 때 가장 궁금한 책이다(미적분과 수학도 분명 쓸모는 있겠으나...). 책 머리에 붙어 있는 곽재식 님의 추천사가 딱 맞다. ‘주식투자에서 유망종목을 찍어주듯’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생물학 교과서의 내용과 미래에 펼쳐질 모습이 머릿속에 쌓인다니, 안 읽어볼 수 없지 않겠는가. 목차만 봐도 교과서에만 등장하는 생물학의 기본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생물학의 쓸모를 엿볼 수 있다.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라는 부제답게 저자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을 시스템으로 보며 나무가 아니라 숲을 관찰한다. 생물을 단일한 객체가 아니라 생명 시스템, 어떤 유기적인 체계로 보는 관점을 전하는 교수다운 관점이다. 유전자가 아닌 유전체 지도를, 호흡이라는 하나의 생명 기능이 아니라 지구 생명계와 공생하는 법을, 단일 미생물이 아니라 감염병 정복을 보는 식이다.

사실 이렇게 생명을 유기적으로 보는 관점이 특별한 것은 아니고, 생명에서 인류를 벗어나 지구 전체의 미래를 본다는 것도 낯선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세포나 DNA, 호흡 같은 단순하고 교과서적인 개념이 어떻게 우리와 인류의 삶, 나아가 인간 없는 지구의 미래로까지 연결되는지 살펴보면 교과서에서 배운 단순한 생물 지식이 어떻게 수억 년의 과거를 거쳐 현재와 미래로 연결되는지 자못 숙연해질 정도다.

사실 생물학에는 ‘인류의 미래를 바라본다’라는 거창한 쓸모도 있지만 생물학은 애초부터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학문이었다. 사실 생물학은 애초부터 ‘알아두면 쓸 데 있는’ 학문이었다. 효모로 빵과 술을 발효하고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거나 종 교배를 통해 더 나은 종을 만들거나 크리스퍼를 이용해 유전자를 재배치하는 등, 생물학은 끊임없이 지금의 상태에서 더 나아지고 더 진보하려는 의지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쓸모 있는 건 생물학적 사고, 즉 개별 개체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유기체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결과로 이어지는 사소한 이벤트에 한정해 보는 것이 아니라 종 전체, 지구 전체의 도약으로 이어지는 유기체적인 변화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이런 체계적인 관점을 갖기 위해 오늘날의 최첨단 기술을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쓸모’가 있다. 현대 생물학 기술의 핵심인 DNA 서열분석의 기초이론 같은 것도 알기 쉽게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 놓아 확실하게 개념을 잡을 수 있다. 오페론이나 크리스퍼 기술, 파이로시퀀싱처럼 새로운 기술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다른 책을 읽어나갈 기본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자세한 설명이 감사하다. 생물학 최첨단 기술을 다룬 다른 책을 읽을 때도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

미생물학의 토대를 놓은 파스퇴르는 “순수과학이나 응용과학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과학과 과학의 응용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생물학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나아갈 미래는 이 말을 그대로 증명한다. 하나가 아닌 전체를 살피는 시스템적 관점으로 생물학의 ‘쓸모’를 세심하게 살필 때 우리는 인간과 비인간, 지구 전체의 미래를 조심스레 살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생물학의 진짜 ‘쓸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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