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비의 유혹'를 읽기 전, 앞서 나온 시리즈인 여씨집안 둘째 아들 민우와 나비의 친구 오랑의 이야기인'오랑아 오랑아'를 먼저 읽었습니다. 친구사이에서 연인이 된 민우와 오랑의 이야기에서는 민우의 마음을 몰라 주고 민준을 좋아하는 오랑으로 인해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고 민우의 우역곡절 프로포즈 등으로 풋풋하면서도 발랄했다면 '고나비의 유혹'은 '오랑아 오랑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작가후기에도 적혀 있다시피 기존의 글의 분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보였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한 노력이 과해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고 했지만 말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몸매와 외모 뿐 아니라 능력도 겸비한 당당한 커리우먼 고나비. 그런 나비에게 초면에도 들이대기 시작하는 여민준.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냉철한 사업가이건만 고나비의 앞에서는 기존의 그에게서 과감히 탈피해 나비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민준의 애정공세. 비록 의도치 않게 유혹은 나비가 먼저했을 지 모르나 책을 읽다 보니 나비를 향한 민주의 유혹기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고나비의 유혹'이 아니라 '여민준의 유혹'이 더 잘 어울렸던 이 두 사람의 사랑은 정열적이고 농염합니다. 프롤로그에서도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듯 강렬함을 느낄 수 있었고 스토리도 전개되는 내내 두 사람의 make love가 중점적으로 다뤄집니다. 평소 현모양처를 아내로 맞이하길 원했던 민준이었지만 나비를 향한 자신의 심장의 울림에 솔직하게 반응하기로 한 정열적인 민준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반면, '오랑아 오랑아'에서 간간히 비춰졌던 나비의 당당하면서도 솔직한 모습과는 달리 정작 나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에서는 나비의 그러한 당당함이 잘 드러나지 아쉬웠습니다. 민준에게 마음이 가면서도 표현하지 않고 즉흥적이고 기한적인 관계라고만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도망치고 후에 민준을 사랑하는 자신을 깨달았음에도 오랑에 대한 우정때문에 민준을 떠나는 그녀의 선택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할까 하는 답답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오랑이 민준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만은 없었겠지만 민준에 대한 자신의 감정도 가벼운 감정이 아니니 좀 더 알아보고 확인해 보았더라면 어땠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망치기만 하는 연약한 여주가 아닌 나비만의 당당함으로 사랑을 쟁취했더라면 나비의 매력이 더 드러났을 것 같습니다. 그녀가 민준에게 다가가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은 어릴 적부터 성숙했던 자신을 둘러싼 남자들 때문에 남자들을 혐오했던 이유도 있었고 그녀의 가족사와 관련된 상처도 있었지만 그녀의 소극적인 모습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이자 합리화같이만 보였습니다. 제목처럼 강렬할 것만 같던 나비의 소극적인 성격이 아쉬운 생각이 들었고 그에 반해 남주 민준에 대한 매력이 부각되는 소설이 아니었는가 생각합니다. 나비에게 첫눈에 반한 순간부터 포기하지 않고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끈기있는 모습, 때때로 보여지는 로맨틱한 모습, 그리고 다른 곳으로 눈돌리지 않고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그에 대한 어떠한 의심도 미리 차단하는 믿음직한 모습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자를 가볍게 생각했던 치기어린 과거도 없었고 자신의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맨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이명우작가의 기존의 소설과는 달리 자극적이고 농밀함이 묻어나는 '고나비의 유혹'. '오랑아 오랑아'에서 민우와 오랑의 애정행각이 부족해서 아쉬움이 남았다면 '고나비의 유혹'은 애정행각이 중점적이다 보니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너무 가볍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민준의 게이설이나 라라패션과 관련된 일에 있어서도 어떻게 매듭지어졌는지 다뤄지지 않았고 등장하는 조연들이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고 두 주인공에게만 너무 집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랑아 오랑아'와 '고나비의 유혹'을 절충해 스토리에 조화를 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 작품에서는 그러한 것을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작가에 대한 평도 좋고 작품에 대한 평도 괜찮은 것 같아 읽게 된 '지중해의 남자'. 책을 읽고 나서 전체적인 느낌은 지루하지 않게 전개되어 가는 이야기들에 나름대로 재밌게 읽긴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도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5년간 사귄 남자친구인 수한에게 버림 받은 유인이 수한을 따라 무임승차로 크루즈를 타게 되면서 모든 사건의 발단은 시작됩니다. 완소남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화려한 배경과 외모를 가진, 미라클의 주인인 레프에게 스파이로 오해받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기고 서로의 목적에 의한 애인행세를 비롯해, 여러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티격태격하는 유인과 레프의 감정은 깊어져만 갑니다. 남자친구의 이별통고에 수긍 또는 화를 내거나 매달리는 전형적인 반응과는 달리 이별이유를 듣기 위해 대책없이 수한을 쫓아가는 유인의 행동이 불러 일으킨 새로운 사랑의 설정은 참신하게 다가왔습니다. 레프와의 사이에서 흐르는 감정흐름도 흥미로웠고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두 사람의 애정행각도 유쾌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요인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만 레프의 과거사라고 해야 할지, 이복남매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여조에게 목 매던 것에서 유인을 사랑하게 되는 것에서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랑이라는 것이 오랜 시간 속에서 시나브로 젖어들기도 하고 첫눈에 반해 정열적으로 타오르기도 하는 것이지만 짧은 시간 속에서 갑작스레 다가오는 레프의 감정 변화를 다 이해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인과 레프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인 시간보다 열락의 시간이 더 우위로 치우쳐진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레프와 유인으로 인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기는 했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상처를 지닌 레프의 모습이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했고 유인과 수한 사이를 질투하기도 하며 남자들을 경계하는 모습에서는 귀엽게 느껴졌으며 유인 또한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밝고 당당한 모습에 사랑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인물들이었지만 초반의 즐거움이 후반으로 가면서 옅어지고 급전개 마무리되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몰입도도 뒤로 가면서 떨어지고 스토리의 흐름에 따른 감정 변화, 장면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좀 더 섬세하고 치밀하게 후반부분을 엮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도 평이 많이 엇갈렸던 책이라서 읽기까지 많이 고민했던 책이었습니다. 그래도 작가분께서 최근에 연재하셨던 소설을 재밌게 읽었기에 믿고 구입해서 읽었는데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꽤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릴 적,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선현이었지만 이유도 모른 채 친가에서 내쳐짐을 당해야만 했던 그녀. 외가에서도 숨죽여 지내야만 했던 그녀가 자신의 유일한 편이었던 어머니를 여의고서 만난 사람은 재닛이라고 부르라는 어머니 아라의 언니 미라. 재닛을 따라 한국을 떠났던 선현은 발레에 재능을 보이며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됩니다. 재닛의 병고 소식에 19년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된 선현은 모든 것을 감수하며 정략결혼을 할 것을 결심하게 됩니다. 오직 속죄를 위해서. 자신의 어머니가 남기고 간 죄를 씻기 위해서. 미라의 일기장을 우연히 읽게 되면서 선현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호적상 아버지이자 아버지라고 믿고 있던 사람은 자신의 친부가 아니며 자신의 어머니는 언니인 미라의 약혼자와 사랑에 빠져 호적상 아버지인 약혼자와 언니를 배신했다는 것을. 그 속에서 태어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절망 속에서 그녀에게 위로가 되어준 것은 발레와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 지혁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또 한 명의 중요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녀를 사랑하고 보호해주는 남자 은석. 선현에게 첫눈에 반한 은석이었지만 선현과 지혁의 사이를 오해하고 애써 가는 마음을 붙잡아 보지만, 후에 선현의 골수팬인 동생 은우가 선현과 선을 보게 되자 물량공세와 선현과 이미 깊은 사이라는 거짓말로선 자리에 대신 나간 은석은 조금씩 선현와 가까워 집니다. 처음부터 정략적인 결혼이라고 선을 긋는 선현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은석은 선현이 말하기도 전에 그 마음을 모두 알고 준비해주는 세심한 남자입니다. 아닌 사람에게는 확실히 선을 긋지만 자신의 여자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남자. 그런 은석과 함께 하면서 선현도 조금씩 욕심을 내어 봅니다. 외가에 속죄하기 위한 만남이었지만 은석과 함께 사랑하며 행복해지고 싶다고. 용기 내 잡은 사랑이었지만 이 두 사람에게 시련이 닥칩니다. 오래전부터 예정되었던 상처로 선현과 은석이 잠시의 이별을 하게 되는 계기이지만 어떻게 보면 오래토록 곪았던 상처를 뒤집어 내 드러냄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고 아물게 하게 만드는. 오래전부터 은석을 짝사랑해왔던 은석의 여동생 은혜의 친구이자 선현의 호적상 이복동생인 화련과의 일. 선현의 어머니에게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을 느끼는 화련 모의 계략. 선현이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아픔. 그리고 임신. 친부와의 만남 등 여러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용서와 이해를 배워가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설정면에서 본다면 그리 참신하지 않은 신파지만 읽으면서 은근히 빠져들게 만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뽀앵뜨 뽀앵뜨’. 뜻이 무엇일까 참 궁금했는데 발 끝을 뾰족하게 세우는발레 용어 point의 불어식 발음이었습니다. 이처럼 읽으면서 주는 아니지만 짧게 발레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던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발레리나로서의 선현의 모습을 더 보여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발레에 대한 이야기나 연습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무대 위의 선현이 비춰지는 모습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과거의 잔상 속에 꼬이는 사건들, 속죄라는 말을 반복하며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자신이 태어난 것조차 죄라며 죄책감을 느끼는 거나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선현 스스로가 상처와 대면해 맞섰으면 어땠을 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청담동 오두리'는 정말 편안하고 유쾌하게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이름만 해도 즐거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청담동 오드리 두리와 명품왕자 연후,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 애늙은이에 사랑스러운 민서 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유쾌함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생활에 쩔어 있는 쩔어 여사, 그리고 하늘하늘 공주같은 오드리, 평상시에는 정말 좋은 엄마, 이모인 착한 여자같은 현모양처 아줌마 등 스물일곱살의 4차원 오두리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며 아들같은 조카 민서, 犬남친 망고, 그리고 구속되기 싫어하는 잘생겼지만 성격 까칠한 연후 할것 없이 모두가 그녀를을 사랑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여자입니다. 두리는 스물한살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책임감 없는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 유학갔던 언니내외는 사고로 죽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쓰러지고 언니내외가 두고간 갓난 아기 민서까지. 갑작스레 닥친 쓰나미처럼 그녀가 눈 뜨고 당해야만 했던 일련의 일들. 그로 인해 대학을 마치지도 못하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꿈인 모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두리. 쉬지 않고 달리는 두리는 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그녀의 열정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쓰러지다가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그녀의 에너지에 저도 불끈 힘이 솟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엔돌핀같은 두리에게 누구에게도 구속당하기 싫어하는 연후조차 빠져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들어오지 않고 정기적으로 자신의 매장 안을 윈도우를 통해 오랜 시간 들여다 보며 사라지는 청담동 오드리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점점 그녀의 매력 속으로 빠져드는 연후는 그리도 치를 떨던 구속에 스스로 들어 가고자 합니다. 자신을 두번이나 깐 두리에게 안주하고자 합니다. 물론 두 사람의 첫만남은 거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루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모델계에서 살아 남고자 '두리언니네'의 성공을 위해 승천하는 동아줄인 연후의 14K명함을 받은 두리는 연후와의 하룻밤을 통해 홈쇼핑 모델이 됩니다. 대가성 만남이었지만 더 큰 것을 바라지도 않고 연후의 애프터를 딱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리의 성격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잡은 손이었지만 그녀 손으로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도 컸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명품 디자인을 베끼기도 했던 그녀지만 그녀의 꿈은 명품 짝퉁을 만드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디자인을 통해 '두리언니네'를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결국, 사랑스런 민서와 사랑하는 연후와 함께 그 꿈을 이루고 마는 두리.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한 그녀의 모습이, 통통 튀는 그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설 속에서 두리에 비해 남주인 연후가 많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후가 두리에게 끌려 다니는 느낌이었고 실제로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장면이 적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은 많았지만 그 이야기들이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뭔가 간질간질한 것이 긁다가 만 느낌이었습니다. 스토리에 굴곡이 없었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별 다른 사건들도 없었고 비중있게 다뤄진 방해자도 없어서 읽기는 편했지만 발단과 전개, 결말은 있지만 위기와 절정은 보이지 않아 다소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스런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유년시절 어머니가 아버지의 부하직원에게 강간 당하는 것을 지켜 보아야만 어린 소녀는 그 깊은 상처를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못하고 가슴 깊이 걸쇠를 걸어 잠그고 맙니다. 그리고는 형사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처럼 피해당하는 약자들이 생겨 나지 않도록, 그리고 인간의 탈을 쓰고 잔인한 짓을 저지른 파렴치범을 끝까지 쫓아 죄의 심판을 받게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잔인한 사건 현장 속에서 과거의 잔상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범인을 잡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하는 재이를 보고 있자면 그녀 스스로가 자신의 상처에서 벗어 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 겹쳐 보이곤 했습니다. 피해자들을 마치 힘없이 당해야만 했던 자신의 어머니와 동일시하면서 가슴 아파하는 재이의 모습이, 그리고 그러한 상처를 준 사람들을 벌하고자 하는 그녀의 몸무림이 느껴져 왔습니다. 딸의 상처는 보지 않고 끝없이 탐욕을 추구하며 딸을 이용하려는 아버지에 의해 여러번 난자질 당하는 그녀의 가슴을 보면서 그녀가 정말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그 내면에는 어머니가 유린 당하던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 보아야만 했던 어린 소녀의 아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재이. 그런 재이의 내면을 알아 주고 그 상처를 치유하며 지켜주는 무진이 정말 멋져 보였고 든든해 보였습니다. 재이가 혼자만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의 상처를 같이 아파해 주고 감싸줄 수 있는 사랑이 함께 한다는 것이 참 위안이 되었습니다. 무진은 재이에게 안식처이자 파트너였습니다. 자신의 상처에 몸부림 치며 무모하게 달리는 재이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남자. 어떻게 보면 차가워 보이고 냉정해보이는 형사이지만 재이 앞에서는 한없이 따뜻해지는 사람이 바로 이무진이라는 남자였습니다. 자신의 여자 앞에서는 모든 것을 내 보이며 감싸주는 그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글의 전개 방식이나 문체적이면서도 너무 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아쉬움이 간혹 보이기도 했지만 이 소설이 따뜻하고 흐뭇하게 자리잡은 것은 스토리 자체적인 면과 남주인 무진때문인 것 같습니다. 재이를 향한 순애보적이면서도 강한 무진의 사랑이 돋보였던 작품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형사물이다 보니 안타까우면서도 섬뜩한 사건들로 인해 자칫 어두워 보일 수도 있었는데 에필에서의 사랑스러움과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준희와 윤필 덕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