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오두리
이혜경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청담동 오두리'는 정말 편안하고 유쾌하게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이름만 해도 즐거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청담동 오드리 두리와 명품왕자 연후,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 애늙은이에 사랑스러운 민서 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유쾌함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생활에 쩔어 있는 쩔어 여사, 그리고 하늘하늘 공주같은 오드리, 평상시에는 정말 좋은 엄마, 이모인 착한 여자같은 현모양처 아줌마 등 스물일곱살의 4차원 오두리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며 아들같은 조카 민서, 犬남친 망고, 그리고 구속되기 싫어하는 잘생겼지만 성격 까칠한 연후 할것 없이 모두가 그녀를을 사랑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여자입니다.

두리는 스물한살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책임감 없는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 유학갔던 언니내외는 사고로 죽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쓰러지고 언니내외가 두고간 갓난 아기 민서까지. 갑작스레 닥친 쓰나미처럼 그녀가 눈 뜨고 당해야만 했던 일련의 일들. 그로 인해 대학을 마치지도 못하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꿈인 모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두리. 쉬지 않고 달리는 두리는 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그녀의 열정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쓰러지다가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그녀의 에너지에 저도 불끈 힘이 솟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엔돌핀같은 두리에게 누구에게도 구속당하기 싫어하는 연후조차 빠져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들어오지 않고 정기적으로 자신의 매장 안을 윈도우를 통해 오랜 시간 들여다 보며 사라지는 청담동 오드리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점점 그녀의 매력 속으로 빠져드는 연후는 그리도 치를 떨던 구속에 스스로 들어 가고자 합니다. 자신을 두번이나 깐 두리에게 안주하고자 합니다.

물론 두 사람의 첫만남은 거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루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모델계에서 살아 남고자 '두리언니네'의 성공을 위해 승천하는 동아줄인 연후의 14K명함을 받은 두리는 연후와의 하룻밤을 통해 홈쇼핑 모델이 됩니다.

대가성 만남이었지만 더 큰 것을 바라지도 않고 연후의 애프터를 딱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리의 성격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잡은 손이었지만 그녀 손으로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도 컸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명품 디자인을 베끼기도 했던 그녀지만 그녀의 꿈은 명품 짝퉁을 만드는 것에 일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디자인을 통해 '두리언니네'를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결국, 사랑스런 민서와 사랑하는 연후와 함께 그 꿈을 이루고 마는 두리.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한 그녀의 모습이, 통통 튀는 그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설 속에서 두리에 비해 남주인 연후가 많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후가 두리에게 끌려 다니는 느낌이었고 실제로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장면이 적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은 많았지만 그 이야기들이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뭔가 간질간질한 것이 긁다가 만 느낌이었습니다. 스토리에 굴곡이 없었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별 다른 사건들도 없었고 비중있게 다뤄진 방해자도 없어서 읽기는 편했지만 발단과 전개, 결말은 있지만 위기와 절정은 보이지 않아 다소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스런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설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