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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남자
박은명 지음 / 두레미디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에 대한 평도 좋고 작품에 대한 평도 괜찮은 것 같아 읽게 된 '지중해의 남자'.
책을 읽고 나서 전체적인 느낌은 지루하지 않게 전개되어 가는 이야기들에
나름대로 재밌게 읽긴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도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5년간 사귄 남자친구인 수한에게 버림 받은 유인이
수한을 따라 무임승차로 크루즈를 타게 되면서 모든 사건의 발단은 시작됩니다.
완소남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화려한 배경과 외모를 가진, 미라클의 주인인 레프에게
스파이로 오해받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기고
서로의 목적에 의한 애인행세를 비롯해,
여러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티격태격하는 유인과 레프의 감정은 깊어져만 갑니다.
남자친구의 이별통고에 수긍 또는 화를 내거나 매달리는 전형적인 반응과는 달리
이별이유를 듣기 위해 대책없이 수한을 쫓아가는 유인의 행동이 불러 일으킨
새로운 사랑의 설정은 참신하게 다가왔습니다.
레프와의 사이에서 흐르는 감정흐름도 흥미로웠고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두 사람의 애정행각도
유쾌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요인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만 레프의 과거사라고 해야 할지, 이복남매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여조에게 목 매던 것에서 유인을 사랑하게 되는 것에서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랑이라는 것이 오랜 시간 속에서 시나브로 젖어들기도 하고
첫눈에 반해 정열적으로 타오르기도 하는 것이지만
짧은 시간 속에서 갑작스레 다가오는 레프의 감정 변화를 다 이해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인과 레프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인 시간보다 열락의 시간이 더 우위로 치우쳐진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레프와 유인으로 인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기는 했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상처를 지닌 레프의 모습이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했고
유인과 수한 사이를 질투하기도 하며 남자들을 경계하는 모습에서는 귀엽게 느껴졌으며
유인 또한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밝고 당당한 모습에 사랑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인물들이었지만 초반의 즐거움이
후반으로 가면서 옅어지고 급전개 마무리되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몰입도도 뒤로 가면서 떨어지고 스토리의 흐름에 따른 감정 변화, 장면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좀 더 섬세하고 치밀하게 후반부분을 엮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