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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신부이자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로서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라틴어 문장의 소제목과 함께 28개의 장과 제자들의 편지 몇 통으로 책을 구성하고 있다.
저자는 부제를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라고 달고 있다. ‘지적인 것’과
‘아름다운 것’이 어떻게 삶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어쩌면 상투적일 수도 있는 그 말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제목은 단순하고 짧다. 그러면서도 무게감을 갖게 하는 것은 ‘라틴어’라는 미지의 언어 때문은 아닐까? 좀 가볍게 말하면 라틴어는 좀 있어 보이는 언어고, 그 언어의 수업에
관한 책을 사서 읽는 다는 것은 내가 좀 있어 보인다는 허세를 자극하기 좋은 제목이 아닐까?
그러나 책을 읽다 보니 긴 기간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의 인기가 단순히 그런 허세를 자극하는 제목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두 축은 라틴어와 가톨릭이다. 라틴어의 고전성, 문화적 배경과 역사성, 가톨릭의 종교성이 잘 어울려 부드럽고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 속에서 라틴어가 갖고 있는 상대존중과 수평성, 소통 도구로서의 언어, 상호주의, 관계에서 타인과의 신뢰,
함께 더불어 하는 삶, 지금 이 순간 여기의 행복, 안다는
것의 의미와 조건 등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얘기하고 있다.
그것은 요즘 우리가 흔히 들어볼 수 있는 ‘인문의 가치’다.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난 문득 ‘연마’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연마는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행해서 갈고 다듬는 것이다. 돌을 갈
때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돌은 갈고 다듬어져 있다.
인문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뻔한 얘기를 다양한 경로,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자신을 갈고 다듬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뻔한 얘기가 공감을 얻을 수는 없다. 거기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을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으면서, 독자를 마치 친구처럼 옆에다 두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독자들에게 때론 격려하고, 때론 성찰하게 하면서 무겁지 않게 들려주고 있다.
때로 가톨릭 미사에서 들리는 ‘내 탓이오
Mea Cupla(메아 꿀빠)’처럼 지나친 긍정마인드에 거부감이 조금 들기도 했지만, 이 책은 진정성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고 그래서 공감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이 책 속 저자의 뻔한 얘기를 뻔하게 하지 않는 요인은 아닐까?.
책 표지를 넘기면 안쪽에 저자의 직접 쓴 ‘Utere Felix! 읽고 행복하시길!’ 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읽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비는 것, 그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 그것이 곧 ‘인문정신’이다.
‘이 책을 쓴 당신도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