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아이 - 프랑스문학 다림세계문학 7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김주경 옮김, 오승민 그림 / 다림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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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을 읽으면 생각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 열심히 쏟아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다른 책 못지 않게 생각거리가 많으면서도 그것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보고 나서 나만의 짐작, 느낌인데도 불구하고도 ‘내 생각이 옳다, 확신할 수있다, 틀림없다, 유일한 진실이다’라고 강조하며 자신의 생각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코 그것은 사실과 다른데도 말이다. 또한 그러한 생각들 밑바탕에는 자신의 경험이나 생활이 깔려 있다. 나의 생각은 내 과거의 어떤 경험과 관련 있는지 저절로 되짚어보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과의 닮은 점, 같은 점을 발견하면 그것에 큰 의미를 두거나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정비사는 [엄지소년]에서 맏이가 자신과 같은 불꽃머리이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음에 주목하고, 외국인 여대생은 피에르의 연약하고 불안해 보이는 눈동자를 보고 거울 속의 자신을 떠올린다. 또한 식료품 상인은 심한 발냄새가 같다고 서로 통하는 게 있다고 받아들인다.
같은 상황에 처해있거나 같은 것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어쩜 저렇게 다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도 이 책이 안겨주는 미묘한 맛이다. 일이 순조롭게 잘 되어갈 때 조차도 찌푸린 얼굴로 무게를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왕자님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차이도 못 느끼는 데 서쪽 하늘의 밝은 빛을 보고 방향을 정하는 아이가 있다. 젖어 있는 바닥에 앉아서도 오후엔 마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 있는게 지겹다는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지쳐 흘려 듣는데 익숙한 사람이 있으면 찾아오는 이 없고 귀 기울여 들어줄 이 없어 외로운 사람이 있다. 냄새가 심한 쓰레기통 옆에서는 차라리 자는게 낫다는 사람이 있으면, 지금 상황이 어떤지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지 왜 그렇게 되어가는지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꼭 필요한 이들에게 좁은 자리 하나 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이 규칙에 왜 어긋나는지 따지는 사람이 있다. 사냥꾼에게 쫓기는 토끼를 떠올려 문 열어 주러 가는 사람이 있으면, 밖에서 철고리를 박아 못나오게 하는 사람이 있다. 특별한 아이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장으로 섬기고 무조건 따르는 사람이 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가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러느니 차라리 굶어 죽기를 택하는 사람이 있다. 살아있는 것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이 있으면, 한 생명의 탄생에 대한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그를 소홀히 하는 자에 대한 분노를 온 몸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다. 좋은 일을 한 번 해볼 가치도 자격도 없다고 비관하며 눈물 흘리는 밤을 보내는 사람이 있으면, 정직과 성실을 내세우며 정의로운 사회를 자신이 만들어 간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의 생각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처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등장하는 사람이 갑판장이다. 그는 얀을 현실 세계로 불러내지 않고 자신이 동화 세계에 들어가기를 바란다. 얀이 그토록 원하던 것을 나란히 바라보며….
이 책을 처음 읽은 날 밤은 장마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그리고 두 번째 읽는 오늘 밤은 바람이 제법 분다. 남아 있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의 삶은 또 하나의 경험으로 인하여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지금의 내 삶을 더듬어 본다. 내 생각, 내가 하는 말, 그리고 내 행동…. 이런저런 생각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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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악기 박물관 신나는 음악 그림책 4
안드레아 호이어 글 그림, 유혜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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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어 단숨에 읽어주는 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글밥이 많기도 하지만 악기를 설명하는 글이라 그림 없이 읽어주는데 무리가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읽어주기 보다는 한 장 또는 한 쪽을 읽고 그림을 들여다보며 한 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넘기는 재미가 있다.

“여기는 손으로 만져봐도 돼?”

소풍 가서 박물관 입구에 줄지어 있는 아이들을 보며 작은 아이가 물어본다. 박물관에 체험 학습보다는 견학 위주로 다녀왔더니 만져보지 못한 아쉬움이 몰려오나 보다. 높은 음자리표를 그린 액자도 멋지게 걸려있고 동물 뼈로 만든 피리 진열장엔 원주민과 강아지도 살짝 숨어 있다. 플룻은 크기도 다양하지만 재료도 여러 가지다. 코로 플룻을 연주하고 있는 원주민 그림을 보고 똑같은 플룻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피터와 늑대’ 연주곡이 흐르는 장면에선

“목요일에 피터와 늑대 배우는데, 음악감상 시간에.”

큰아이가 관심을 갖고 가까이 다가 앉는다. 할아버지, 고양이, 오리를 나타내는 악기를 바로 아래 걸어 놓은 그림은 악기 이름을 모르는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갈대는 왜 여기에 있어?”

아직 거기를 읽기도 전에 그림을 보고 생각이 많은 아이는 물어보기 바쁘다. 그 만큼 그림은 많은 재미를 안겨준다. 리드를 만드는 재료라고 항아리에 한아름 꽂아놓은 갈대는 멋진 박물관에 온 느낌을 더해준다. 코끼리 코가 길게 늘어난 그림은 길이가 긴 튜바를 쉽게 이해할 수있도록 도와주고, 뱀 모양의 세프팡이 있는 곳에는 뱀이 숨어 있다. “애들아, 조심해. 뱀한테 물릴 지도 몰라!” 하고 읽는데 “어디?”하고 아이들은 열심히 찾아 본다. 지팡이 모양의 바이올린을 찾고 좋아라 하는 아이랑 함께 웃는데, 진열장 아래에서 주머니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쥐들이 눈에 띈다. 동물원에 온 듯하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리라나 치터등의 악기는 신기하기만 하다. 바이올린, 스피넷, 쳄발로의 내부구조를 나타낸 그림은 악기에 관심없는 아이들에게도 호기심을 끌어낸다. 책보며 직접 유리잔에 물을 넣어 똑같이 문질러보고 귀에 가까이 대고 다시 문질러 보고 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와- 징이랑 풍경을 보니 반갑다. 주인공이 꾸민 악기 박물관을 구경하며 아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내내 웃음을 머금게 한다. ‘책에 소개된 악기들’ 목록에서 우리나라 악기는 뭐가 나왔나 머리를 맞대고 찾아보니 풍경 뿐이다. 징은 그림에도 있었는데 이상하다. 가야금이나 거문고 이런 것들도 실렸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책을 다 읽고, 악기 부분은 나부터도 어려워하던 부분이라 처음으로 돌아가 찬찬히 구경했다. 오랜만에 다시 박물관을 찾은 듯 꽤 많은 것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기린 피아노, 부엉이, 다람쥐, 종을 매단 줄을 잡고 있는 쥐, 나뭇가지에 베베 꼬여 있는 세르팡, 코가 긴 코끼리, 하프를 연주하는 까마귀, 오선에 걸려있는 것들을 울타리에서도 볼 수있다. 떨어지고 있는 나뭇잎에서도 무슨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더더욱 재밌는 것은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옆에 나란히 쥐들도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하하-, 여기저기서 보이던 쥐가 바로 너희들이었구나! 첫 페이지는 처음 박물관에 온 사람에겐 길 안내 역할을 하고 다시 온 사람에겐 기억을 더듬어보는 맛을 안겨준다.

“다- 나와로 시작하네?”

‘나와-’로 시작하는 신나는 음악 그리책 소개 또한 아이들에게는 흥미거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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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 04 - 종교 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 4
류상태 지음, 강희준 그림 / 길벗스쿨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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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친구 따라 교회에 간다는 아이를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말렸다. 우리 부부는 개신교에 대해 거부감이 많은 터라 아직 판단력이 없는 어린애들을 일찍 보내고 싶지 않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가서 놀다보면 교회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몸에 베일까봐 더욱 반대했다. 성경에 이렇게 써 있다, 하느님이 계시를 내려주셨다 하면서 자기 생각만을 말하려는 이웃에게서도 거부감이 컸고, 악연이다 싶게 안맞는 사람도 알고보면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 개신교를 종교로 관대하게 받아 들이지 못했다. 나 자신도 어린 시절에 동네 언니를 따라 교회를 몇 년 쭉 다녔지만, 사람보고 다니지 말고 신앙심으로 다녀야 한다는 말을 뒤로 한 채 그만 두었다.

이제 큰 아이 11살이 되었다. 나는 누구일까,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이 들 나이다 싶어 성당에 같이 갈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아이도 아직은 싫다고 하고, 스스로 골라서 믿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꼭 같이 읽고 싶다. 잘 알려진 종교 중에서 어느 하나를 고르는 고민부터 안겨줄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부터 고민하게 하고 싶다. 종교의 어원은 결국 모든 종교의 가르침과 통한다. “하늘의 뜻에 따르고 사람을 널리 사랑하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종교를 갖든, 갖지 않든간에 사람이라면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실천해야할 덕목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 만든 책인 만큼 아이들의 일상에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래 일기’를 써 보다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산타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어 종교에 있어 ‘이야기’와 ‘사실’의 구분이 얼마나 중요한 지 말하고 종교 경전에 들어있는 역사, 신화, 전설을 모두 역사로 보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도록 강조한다. ‘아바타’는 힌두교의 신 비슈누가 세상에 내려오기 위해 모습을 바꾸는 것이라는 설명 또한 흥미롭다.

종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사람들은 어떤 종교관을 갖고 현실속에서 어떤 실천들을 했는지 따라가다 보면 종교를 다룬 책이지만 역사와 철학, 윤리까지 이끌어준다. [손에 잡히는 사회교과서]시리즈이지만 ‘교과서’에 빠진 2%를 채워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성인에 이르기까지 한 번 접해보면 좋은 책이다. 제목이 독자의 연령을 제한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사회교과서연계표’에서 학년별 단원분석에 그치지 않고 역사, 일반사회, 지리 세 분야를 그림으로 구별해 준 것이다. 이번 학기, 또는 다음 학기엔 역사를 많이 배우는지 일반사회를 많이 배우는지 쉽게 알 수 있어 미리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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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 행복한 어린이 1
김용선 그림, 양혜정 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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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을 뒤틀며 괴로워하는 호랑이가 앞에서 뒷표지까지 꽉 채워 그려졌다. 뭔가 심상치 않다. 제목 그대로 뭔가 도와줘야겠다. “호랑이야, 왜 그래? 어?” 괴로워 말을 못하고 있으면 무슨 일인지 알아내려 호랑이의 여기저기를 살펴봐야 할 것만 같다. 겉으로 봐서는 어디 다쳤는지 어디 아픈지 모르겠다.

표지를 넘기면 눈 똥그랗게 뜨고 숲 여기저기서 고개를 빼꼼히 내민 동물이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풀어준다. 괴롭다기보다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구나! 호랑이가 도움을 청하는데 잡아 먹히는 동물들은 서로가 도망가기 바쁘다. 어흥! 호랑이가 무서워 멧돼지 도망가고, 멧돼지 무서워 여우 도망가고, 여우 무서워 토끼 도망간다.

그들은 평소에 먹고 먹히는 관계에 불과했을까? “도와줘!”하는 소리를 “어흥!”으로 밖에 듣지 못했다면 그들은 평소에 마음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었을 것이다. 낭떠러지를 만나고서야 호랑이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상황이 너무나 씁쓸하다.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내가 비켜설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말에 귀를 귀울인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내 몸은 마음이 미처 느끼지 못한 아픔을 신호로 보낸다. 내 맘좀 알아달라고 가족에게 친구에게 신호를 보낸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소수는 다수에게, 때로는 다수가 소수에게 신호를 보낸다. 내 마음과 머리는 스트레스가 뭔지 모르겠는데 행동은 어긋나고 몸은 과식으로 망가지고, 집이 건물이상의 의미를 넘어서지 못하고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과 몸이 멍들어야만 우리는 뒤돌아 보게 되는가? 아니 그러한 상황에서도 무어라 계속 변명하며 회피하기만 할 것인가?

처음 읽었을 때, 다시 읽고 또 읽었을 때 그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호랑이의 등을 겁내지 않고 흥겹게 올라 타는 여우와 토끼, 그들과 나란히 걸어가는 멧돼지의 함박 웃음이 너무나 소중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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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중해 인권 그림책 1
이와카와 나오키 지음, 김선숙 옮김, 기하라 치하루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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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학을 싫어해.(맞아!) 나는 학교급식이 맛있어.(맞아!)…나는 형이랑 동생이 좋아.(아니!)”

아이들이랑 책읽을 시간이다. 피곤하다고 빼먹고, 할 일 마치고 나면 잠온다고 빼먹던 책 읽어주는 시간. 혼자 몇 번 읽어보고 놓아 두었던 책, 아이들과 모처럼 함께 책이야기 하고 싶어 불러 모았다. 장롱 활짝 열고 큰아이는 침대마냥 다리 구부려 누워 있고, 쏟아지는 이불에 작은 아이랑 기대어 그림을 보여주며 읽는다. 나는 다음에 밑줄만 그어놓은 부분에선 둘 다 할 말이 없는 듯해서 기다리다 읽어 가는데 주인공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서로 너무너무 싫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목소리가 힘있다.

평소에 “엄마 쭈쭈-”하며 눌러 보고 자기 것은 못만지게 몸 돌려가며 장난치던 작은 아이는 벌거벗은 아이들의 모습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몸과 말”을 펼치는 순간 말이 많아 진다. 둘다 그림에 관심이 많다. “이게 뭐야? 방귀야?” “이건 개야?” 줄글을 읽어주니 “난 화산이야. 화나면 폭발하려고 해.” 큰 아이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그래? 엄청 많이 화났나 보네? 그렇게 되기 전에 이렇게 하면 좋대.” 마지막 구절을 다시 되풀이 하며 읽어준다. “난 3번!” 작은 아이는 네 개의 그림 중에서 세 번째를 골랐다. “난 무서워.” 평소에 겁 없고 금방이라도 다칠 것 같이 놀아서 자주 혼나는 작은 아이는 그러는 엄마가 무섭고 그래서 더 화가 났나보다. “난 2번도 돼. 이건(번개) ‘말’이야. 이건(나무) ‘상대방’이야. 말로 상대방한테 화내고 있어.” 큰아이의 설명에 잠시 멈칫거린다. 역시 아이들이라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도 많다. 말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상채기 낼수 있는지 아는 나이가 되었구나.

작은 아이는 아빠한테 가버리고, 큰 아이만 다시 누워 듣고 있다. “계속 읽어줘, 끝까지. 난 다 읽을래.” 얇고 조그만 그림책이지만 생각거리, 이야기거리가 많아서 주제별로 조금씩 매일 읽어나가려고 했는데 아이가 원하니 흐뭇한 마음에 계속 읽어 내려간다. “여러 가지 내 모습”을 읽어주고 사람 표정을 가리키며 “지금 무슨 생각하는 것 같아? 왜 울까? 이건?” 조심스레 물었다. 책읽으며 말 나누고 다시 책읽고 하는 것들을 나도 그렇고 큰아이도 좋아하지 않는 터였다. 우리는 처음부터 쭈욱 다 읽고 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가 그 틀을 깨고 열심히 씩씩하게 말해준다. “이건 스트레스가 쌓여서 울고 있어. 이건 스트레스가 쌓였는데 그냥 웃고 있어. 이건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 화내고 있어. 이건 스트레스가 해소된 그림이야.” 온통 스트레스 이야기네? 걱정되어 한마디 건넨다. “스트레스 엄청 쌓였나보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스트레스 쌓인다며 마음을 털어 놓는다.

‘착한 아이’와 ‘좋은 사람’은 무슨 말이냐고 해서 다시 읽어줬다. 문장수준으로 보아 초등학교 4학년 때 읽으면 알맞겠다. 2학년 때의 일, 3학년 때의 일을 떠올리는 구절이 있어 지금 4학년인 큰아이에게 읽어주기가 매끄럽다. “네 개의 방”중에서 그림에 있는 문은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방이라고 한다. “응, 거긴 하느님만 아는 방이야. 자물쇠 있지?” 벌떡 일어나 확인한다. 정말 자기 비밀방인 것처럼. “그러네! 문고리 밑에 조그만 구멍이 있다.” 그 방에 무엇이 들어 있었으면 좋겠는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읽어주다보니 넘어져서 다쳤을 때 다가와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친구”가 지금 단짝인 아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붙어다니는구나?” “응.”

어? ‘싫은 감정’을 읽어주고 ‘참 좋다’부분을 좀 읽다가 멈췄다. 서로 다른 감정을 구분하기 위해 삽화를 재배치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여기서 잠깐 쉬어가도록 했으면 좋겠다. 알타를 괴롭히는 아이들 앞에서 조용히 손만 잡아주는 주인공이야기에 아이는 다시 관심을 나타냈다. 주인공은 아무말도 못하고 생각으로만 그쳤기에 작은 따옴표 처리된 부분이 아이는 싫었나 보다.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다시 읽어주니 하고 싶은 말을 속시원하다는 듯 풀어낸다. “넌 뭐야?(닥쳐!)…너하곤 상관없잖아.(닥쳐!)” “와-. 그렇게 말하고 싶어? 용기있게?” 같은 반 아이 하나가 반 전체 아이들 다 건들고 다니고 스트레스 받게 한다더니 단단히 응어리졌나보다.

“나의 이야기”책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늠하며 “태어나고, 한 살, 두 살,…, 00유치원,00유치원,초등학교 1학년,…4학년, 지금 이만큼 썼네?” 했더니 연령별 사람 모습중에서 자기 나이에 맞는 그림을 찾는다. “난 죽으면 싫어. 피터팬되고 싶다.아- 피터팬이었으면 정말 좋겠네-.” 언제 왔는지 작은 아이도 그림을 보더니 기어가는 아이를 손으로 짚는다. “난 아기가 되고 싶어. 사람들은 다 아기 귀여워한다?” 안아주고 뽀뽀하고…보이는 사랑을 좋아하는 아이다운 말이다 싶어 웃는다. 나이어린 이모네 아이들처럼 많은 사랑 많은 귀여움 다 받고 싶은가보다.

혼자 조용히 사색하며 읽는 것보다 소리내어 읽어주면 더욱 돋보이는 책이다. 많은 엄마들이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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