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중해 인권 그림책 1
이와카와 나오키 지음, 김선숙 옮김, 기하라 치하루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수학을 싫어해.(맞아!) 나는 학교급식이 맛있어.(맞아!)…나는 형이랑 동생이 좋아.(아니!)”

아이들이랑 책읽을 시간이다. 피곤하다고 빼먹고, 할 일 마치고 나면 잠온다고 빼먹던 책 읽어주는 시간. 혼자 몇 번 읽어보고 놓아 두었던 책, 아이들과 모처럼 함께 책이야기 하고 싶어 불러 모았다. 장롱 활짝 열고 큰아이는 침대마냥 다리 구부려 누워 있고, 쏟아지는 이불에 작은 아이랑 기대어 그림을 보여주며 읽는다. 나는 다음에 밑줄만 그어놓은 부분에선 둘 다 할 말이 없는 듯해서 기다리다 읽어 가는데 주인공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서로 너무너무 싫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목소리가 힘있다.

평소에 “엄마 쭈쭈-”하며 눌러 보고 자기 것은 못만지게 몸 돌려가며 장난치던 작은 아이는 벌거벗은 아이들의 모습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몸과 말”을 펼치는 순간 말이 많아 진다. 둘다 그림에 관심이 많다. “이게 뭐야? 방귀야?” “이건 개야?” 줄글을 읽어주니 “난 화산이야. 화나면 폭발하려고 해.” 큰 아이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그래? 엄청 많이 화났나 보네? 그렇게 되기 전에 이렇게 하면 좋대.” 마지막 구절을 다시 되풀이 하며 읽어준다. “난 3번!” 작은 아이는 네 개의 그림 중에서 세 번째를 골랐다. “난 무서워.” 평소에 겁 없고 금방이라도 다칠 것 같이 놀아서 자주 혼나는 작은 아이는 그러는 엄마가 무섭고 그래서 더 화가 났나보다. “난 2번도 돼. 이건(번개) ‘말’이야. 이건(나무) ‘상대방’이야. 말로 상대방한테 화내고 있어.” 큰아이의 설명에 잠시 멈칫거린다. 역시 아이들이라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도 많다. 말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상채기 낼수 있는지 아는 나이가 되었구나.

작은 아이는 아빠한테 가버리고, 큰 아이만 다시 누워 듣고 있다. “계속 읽어줘, 끝까지. 난 다 읽을래.” 얇고 조그만 그림책이지만 생각거리, 이야기거리가 많아서 주제별로 조금씩 매일 읽어나가려고 했는데 아이가 원하니 흐뭇한 마음에 계속 읽어 내려간다. “여러 가지 내 모습”을 읽어주고 사람 표정을 가리키며 “지금 무슨 생각하는 것 같아? 왜 울까? 이건?” 조심스레 물었다. 책읽으며 말 나누고 다시 책읽고 하는 것들을 나도 그렇고 큰아이도 좋아하지 않는 터였다. 우리는 처음부터 쭈욱 다 읽고 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가 그 틀을 깨고 열심히 씩씩하게 말해준다. “이건 스트레스가 쌓여서 울고 있어. 이건 스트레스가 쌓였는데 그냥 웃고 있어. 이건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 화내고 있어. 이건 스트레스가 해소된 그림이야.” 온통 스트레스 이야기네? 걱정되어 한마디 건넨다. “스트레스 엄청 쌓였나보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스트레스 쌓인다며 마음을 털어 놓는다.

‘착한 아이’와 ‘좋은 사람’은 무슨 말이냐고 해서 다시 읽어줬다. 문장수준으로 보아 초등학교 4학년 때 읽으면 알맞겠다. 2학년 때의 일, 3학년 때의 일을 떠올리는 구절이 있어 지금 4학년인 큰아이에게 읽어주기가 매끄럽다. “네 개의 방”중에서 그림에 있는 문은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방이라고 한다. “응, 거긴 하느님만 아는 방이야. 자물쇠 있지?” 벌떡 일어나 확인한다. 정말 자기 비밀방인 것처럼. “그러네! 문고리 밑에 조그만 구멍이 있다.” 그 방에 무엇이 들어 있었으면 좋겠는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읽어주다보니 넘어져서 다쳤을 때 다가와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친구”가 지금 단짝인 아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붙어다니는구나?” “응.”

어? ‘싫은 감정’을 읽어주고 ‘참 좋다’부분을 좀 읽다가 멈췄다. 서로 다른 감정을 구분하기 위해 삽화를 재배치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여기서 잠깐 쉬어가도록 했으면 좋겠다. 알타를 괴롭히는 아이들 앞에서 조용히 손만 잡아주는 주인공이야기에 아이는 다시 관심을 나타냈다. 주인공은 아무말도 못하고 생각으로만 그쳤기에 작은 따옴표 처리된 부분이 아이는 싫었나 보다.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다시 읽어주니 하고 싶은 말을 속시원하다는 듯 풀어낸다. “넌 뭐야?(닥쳐!)…너하곤 상관없잖아.(닥쳐!)” “와-. 그렇게 말하고 싶어? 용기있게?” 같은 반 아이 하나가 반 전체 아이들 다 건들고 다니고 스트레스 받게 한다더니 단단히 응어리졌나보다.

“나의 이야기”책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늠하며 “태어나고, 한 살, 두 살,…, 00유치원,00유치원,초등학교 1학년,…4학년, 지금 이만큼 썼네?” 했더니 연령별 사람 모습중에서 자기 나이에 맞는 그림을 찾는다. “난 죽으면 싫어. 피터팬되고 싶다.아- 피터팬이었으면 정말 좋겠네-.” 언제 왔는지 작은 아이도 그림을 보더니 기어가는 아이를 손으로 짚는다. “난 아기가 되고 싶어. 사람들은 다 아기 귀여워한다?” 안아주고 뽀뽀하고…보이는 사랑을 좋아하는 아이다운 말이다 싶어 웃는다. 나이어린 이모네 아이들처럼 많은 사랑 많은 귀여움 다 받고 싶은가보다.

혼자 조용히 사색하며 읽는 것보다 소리내어 읽어주면 더욱 돋보이는 책이다. 많은 엄마들이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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