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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소년 비룡소의 그림동화 28
야시마 타로 글.그림, 윤구병 옮김 / 비룡소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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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저마다 다른 성격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임길택 선생님의 [산골마을 아이들], 파니 졸리의 [쉬는 시간의 여왕],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 아이의 성격이 활발하고 꿋꿋하다면 공부를 좀 못해도, 수업에 흥미가 없어도 학교 생활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학교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업 시간은 지루하고 길기만 하겠지만, 바깥놀이라고 여겨지는 체육 시간이 있고 쉬는 시간도 어김 없이 찾아오니 말이다. 항상 혼나고 벌을 서도 선생님께 왜 늦게 왔는지 말할 수 있는 아이도 그나마 다행이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여러 사람들 틈에 편안히 섞여 있는 아이도 한시름 놓게 된다. 그 만큼 [까마귀 소년]의 주인공은 읽는 중에도, 책장을 덮은 뒤에도 마음을 저리게 한다.

  대충 어떤 내용인지, 얼마나 좋은지 알고 나서도 표지 그림이 무서워 많이 망설이다 구입한 책이다. 읽고 나서도 표지 그림을 한없이 바라본다. 본문에 있는 그림보다 한층 더 강렬한 그림! 그러나 표지 그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이가 보낸 5년의 학교 생활이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선생님이 무섭고 아이들이 무서워 교실에서 나와 숨어 버리고, 늘 뒤처지고 느리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아이. 괴롭히는 또래들을 보지 않으려고 사팔뜨기 흉내를 내고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보이는 행동들의 이면에는 어떤 생각들이, 어떤 이유가 있을까 헤아려 보게 된다.

  새로 오신 이소베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가며 비로소 주인공의 내면이 알려진 것이 졸업을 앞둔 6학년 때의 일이란 사실이 너무나 허무하기만 하다. 그동안 지내왔던 선생님과 아이들은 5년을 한결같이 왜 그렇게 대했을까. 편견이란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이소베 선생님을 이렇게 늦게라도 만나서 다행이라며 마음을 쓸어내려야 할까...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의 까마귀 울음 소리를 내는 구절을 보니 일본에서도 까마귀가 미움을 받는 새라는 생각이 든다. 소리만 들어도 싫고 시컴한 것이 보기만 해도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새. 어쩌면 주인공도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갓 태어난 새끼 까마귀 울음소리부터 행복한 울음소리까지 듣는 내내 까마귀도 가족이 있는 한 마리의 새이듯 이 아이도 또 하나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며 어떤 사람이든 그저 한 사람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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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네 장 담그기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6
이규희 글, 신민재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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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뒷문을 열고 나가면 장독대가 있다. 굵은 자갈돌로 네모지게 테를 두루고 그 안에 잔돌을 깐 다음 크고 작은 항아리들을 올려 놓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깨진 사금파리들이 있어서 장독대에서 자란 괭이밥이나 풀로 소꿉놀이를 하게 된다. 채송화가 앞쪽으로, 옆쪽으로 풍성하니 자라는 모습도 보기 좋다. 숨바꼭질 하다가 술래가 반드시 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쯤은 꼭 숨게 되는 곳이 제일 큰 항아리 뒤쪽이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흙에다 끄적거리며 술래가 오나 빼꼼히 얼굴 내밀어 보기도 하고…. 그러다 뚜껑 열린 항아리 속에 물이 있고, 메주 몇 개도 있었던 기억이 어슴푸레 떠오른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도 가을이네처럼 장 담그는 일이 큰 일로 치러졌을까? 그 때도 엄마와 할머니만의 일이었고 지금도 엄마의 일이 되어버렸다. 다만 고추장처럼 사람 힘이 많이 드는 일은 동네 어른 몇몇이 모여 한다. 항아리를 살피고 냄새를 없애고, 콩을 삶아 메주를 빗고 관리하고 장을 담그고 뜨기까지 책을 읽다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왜 어른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이드신 여자분들의 일이 되어버렸는지 죄송하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힘이 필요한 일마다 한 몫, 거뜬히 해내는 가을이네 아빠가 눈길을 끈다. 콩을 베어 말리면서 도리깨질을 하고, 가마솥에 삶고 있는 콩을 푹푹 저어주고, 처마 끝에 메주 매달고, 항아리 실금 안 갔나 볏집불에 엎어서 확인하고, 걸러낸 메주를 함지박에 넣고 치대는 일도 빨간 고무장갑 끼고 열심히 한다. 시골로 이사 와서 일년동안 그을려서 까맣게 탔을 얼굴이 힘 쓸 때마다 빨개지는 모습은 듬직하기만 하다. 여기저기 빨간 색으로 강조한 그림들이 그래서 더 익살스럽고 정겨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처음에는 ‘정월 말날’이 1월의 마지막 날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읽다보니 아니네! 날짜마다 열 두띠 동물이 있는데 그 중에서 말인 것이다. 큰아이도 
 “아! 할머니네 달력도 그런 건데.”
한다. 그러고 보니 외할머니도, 할머니도 농협에서 나눠 준 숫자 큰 달력이 걸려 있다. 거기에 날짜마다 띠 동물이 그려 있고 사금, 조리라고 했던가, 바닷물에 대한 말들도 써 있다. 예쁘지 않아도 해마다 그런 달력을 걸어 둔 이유가 다 있구나-.

  

  책 뒷편에 실린 ‘가을이 할머니가 들려주는 장 이야기’에서도 콩을 그대로 먹는 것보다 더 지혜롭게 먹는 방법을 설명한 부분이 돋보였다. 고추장과 청국장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 이렇게 ‘우리것’을 다룬 책들을 보면 옛 추억이 생각나고 할머니가 생각난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우리는 마당으로 달려 나가 빨래를 걷는데 할머니는 장독대로 간다. 가을이네 할머니처럼 장 담근 항아리를 햇살 좋을 때 열어 놓아서 그러셨나 보다. 그릇 하나, 숟가락 하나 들고 나가면서 고추장 어디 있는지, 된장 어디 있는지 여쭤 보면 앉아서도 
  “제일 앞에서 두 번째, 제일 외약(왼쪽)에서 네 번째”
척척 말씀하시던 할머니! 고추장 뜰 때는 조심조심 한쪽에서 뜨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는데….문득 소중한 추억과 기억이 많음에 감사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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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내 친구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5
이수지 그림, 박정선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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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가 여자 아이인지 남자 아이인지 책을 읽기도 전에 몇 장 넘겨 확인한다. 작은아이가 먼저 알아챈다. '애가 오빠고 애가 동생이야.' 표지 그림에서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신나게 노는 두 남매는 알콩달콩 싸우다가도 놀이 하나에 마음이 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사이좋은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아 풋,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아이들도 더 흥미롭게 책을 들여다 보는것 같다. 게다가 강아지나 고양이 한 마리쯤 키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 두 남매와 잘 어울려 노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럽기만 하다.   

 처음에 이 책을 한 장 두 장 넘겼을 때는 여러 가지 그림자를 만들며 노는 이야기 인 줄 알았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모양을 만들어 볼까 생각하며 엄마랑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의 방향, 빛과 물체의 거리에 의해 그림자의 길이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빛은 투명한 물체와 불투명한 물체를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재미있게 들려준다. 그 재미가 그림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만큼 떨어져서 종이 접기하며 듣고 있던 큰아이가 '재밌다.'그런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읽어주는 소리만 들어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햇살과나무꾼이 번역하거나 글을 쓴 책이면 믿음이 가서 골라 들게 되는데 그 믿음이 어디서 오는지 알 것 같다. 아이들도 그 재미를 이렇게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니 말이다. 
  

  그림자한테 속기도 한다는 장면에서는 오래도록 머물렀다. 추장이 뭐냐고 물어보고 앞쪽을 넘겼다 덮었다 하며 돛단배랑 뱀이랑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자세히 들여다 본다. 그 중에서도 오빠의 깜짝 변신에 우리 모두 한바탕 웃었다. 동생을 놀라게 한 그림자는 늑대인지 호랑이인지 그리고 누가 어떻게 만든 그림자인지 이야기를 하는 작은아이 목소리가 들떠 있다. 작은아이가 보기에 오빠는 뭐든지 처음부터 다 잘한 것으로 보이나 보다. 그런 아이에게 이 책을 같이 읽고 신나게 놀며 자신감도 키워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앞에 앉히기도 전에 아이는 다리 앞에 쑤욱 들어와 앉더니만 목소리에 즐거움이 가득해서 읽어주는 내내 뿌듯하다. 주전자도 만들어보고 자기가 잘 만들 수 있는 그림자도 만들어보고 닭도 만들어보고 그러면서 우리도 한 덩어리가 되어간다.   

  작은아이는 '하늘에 떠 있는 별이 비쳐줘서 멋지고 신기하다.'고 했다. 엄마 몰래 그림자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별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아파트다. 집안의 불을 다 꺼도 가로등의 불빛이 새어들어와 아주 깜깜한 밤은 아니다. 그래서 보이는 별도 적지만 그 별빛이 집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이 번 추석에는 시골에 가서 쏟아지듯 하늘에 매달려 있는 별과 달의 빛이 얼마나 밝은지 직접 보고 싶다. 이 책을 아주 적절한 시기에 만나 더더욱 기쁘다. 큰아이는 '모든 게 투명하면 그늘도 없어 더울 것 같아.'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역시 아이의 상상력은 따라잡을 수 없다니까-.  

  아빠랑 함께 한 시간이 아니어서 아쉬운데 작은아이의 말이 위로가 된다.
“언제 아빠랑 산책 했는데 아빠 그림자 속에 내가 들어갔더니 그림자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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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엉터리야! 미래그림책 76
에바 몬타나리 글 그림, 이상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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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무슨 선물 받는 걸 좋아해?”

“닌텐도-.”

책을 읽고 나서 제일 궁금한 것을 물어보니 두 아이가 입을 맞추어 말한다.

“ 닌텐도, 너무나 갖고 싶어-.”

그런다.

아이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유치원과는 달리 토요일이면 자주 생일 파티에 초대되어 다녀온다. 그럴 때마다 서점에 나가 큰아이가 좋아했던 옛이야기 책을 골랐다. 며칠 후 생일이었던 친구가 그 책 재미있다고 했다며 큰아이는 흡족해 했다. 그러다가 학년이 높아지더니 문구점에서 필통을 골라서 선물한다. 책같은 거 선물로 가져오는 사람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한 번은 선물도 못사고 생일 파티에 다녀와서, 미안한 마음에 다음날 학교에 갈 때 책 한권을 보냈다. 그러나 큰아이는 그 책을 그대로 가져왔다. 쑥스러워서 못줬다고 말하지만 주는 사람이 마음에 없음이 느껴졌다. 결국 그 친구가 좋아하는 자동차 모양을 한 필통을 사서 보냈다. 그제서야 큰아이도 웃는다.

초등학교 다닐적에 처음으로 받은 선물, 크리스마스 때에 바로 위의 언니가 사준 책이 생각난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다른 책 한 권과 같이 받은 『사랑의 요정』이었는데, 동생 많은 고아 파테트와 랭지리가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로 기억한다. 그 책을 어찌하다가 잃었는지 알 수 없지만 시골집에 남아있지 않아 인터넷 사이트에서 도서검색을 해 봐도 찾기 어렵다. 제목을 잘못 기억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쉽기만 하다. 그리고 얼마 후 하모니카도 선물로 받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어린 나이에도 집에서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성격을 알아낸 언니의 속 깊은 선택이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더더욱 『사랑의 요정』과 하모니카는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선물이다.

내 자신이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좋아하고 이런 추억이 있기에 아이들 친구 생일에 책 선물을 들려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기엔 아이들 나름대로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 『엄마는 엉터리야!』의 앨리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여섯 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이 인형이 아니라 실망하면서도 책에 대한 엄마의 말을 인정한다. 그리고 책은 살아있음을 알게 되고 친구로 받아들이며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행복해한다. 살짝 문을 열고 방을 들여다보는 부모의 마음도 그림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또래들에게는 솔직히 말하지 못한다. 책을 인형처럼 꽁꽁 싸매고 다니는 모습이 안쓰럽고 아이답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도 ‘왜 양말을 신겼어?’하며 그렇게까지 하는 앨리스를 의아해 했다. 친구가 한 친구의 어깨에 올라가야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다리가 길어진 유모차 그림이 눈길을 끈다. 결국 비밀을 들키고마는 앨리스에게는 엄마는 엉터리, 선물은 바보로 보인다. 그러나 공원에 다시 찾아 갔을 때 두 친구의 얼굴이 책에 푹 파묻혀 있고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같이 듣던 나뭇가지의 새가 떨어지는 그림은 그래서 더욱 우습다.

우리 아이들에겐 책을 이따금씩 사주기 때문에 생일에는 갖고 싶은 것을 사준다. 또래들이 갖고 있는 것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아 다행이면서도 엄마 성격을 아는 듯 싶어 살짝 미안하다. 생일이든 내가 이름 지은 무슨무슨 날이든 책과의 만남이 뜻깊고 책과 평생 친구가 되길 바라는 앨리스 부모의 마음은 내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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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어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최윤미 옮김, 초 신타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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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눈에선 눈물이 신기할 정도로 잘 나온다. 울어야겠다 마음 먹고 눈 한번 꽉 감았다 뜨면 굵은 방울로 뚝뚝 떨어진다. 작은 아이의 이런 모습에선 아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가서 안아준다. 그러나 큰아이가 그러면 무슨 사내자식이 우냐고 한 마디 따끔하게 말한다. 다 컸다고 안아주지도 안으니 큰아이의 질투심은 끝이 없다.

큰아이랑 둘만 걸어서 시장이라도 갈 일을 만들거나 바람쐬러 서점에 데리고 간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말을 건넨다. 울고 싶을 때 실컷 울어야 건강하다고. 마음이 건강해야 웃을 수 있다고. 길게 말하지 않아도 맘에 눌러 놓았던 것을 곧잘 털어 놓는 아이가 고맙다. 혼자 속으로 삭히는 성격이라 마음이 불편하면 배가 잘 아프고 심하면 안과도 간 적이 있었다. 그런 성격이 걱정되어 드러내 놓고 화도 내고, 울기도 하라고 종종 말해준다.

“울었어” 제목만 보고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여 책을 빼들었다. 한 아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득 가리고 있고 고양이가 달래기라도 하는 듯이 소맷자락을 잡아 당긴다. 뭔가 억울한가보다라는 생각에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긴다. 아- 그렇지. 우는 경우도 여러 가지지? 꼭 억울하고 슬퍼서만 우는 것은 아닌데도 그리 짐작만 했다. 아파서도 울고, 약이 올라 울고, 무서워서 울고, 엄마만 병원에 놓고 오는 길에 울고…. 이런 저런 이유로 울기 잘하는 아이는 먼 나라에서 전쟁으로 고통받고 우는 아이들, 지나가며 우는 까마귀들의 마음도 헤아리게 된다. 제대로 울어본 아이라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내 기분을 억제하기만을 배운 아이가 옆에 있는 사람의 아픔을 알아줄까? TV에 비쳐진 모습을 보고 내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아이는 건강하다.

매일 한 번씩은 꼭 운다는 주인공의 말은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한다. 놀다가도 꼭 싸우고, 하나가 울어야 끝이 나는 시기의 아이를 둔 엄마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책은 주인공이 슬픔을 마음에 간직한 채 울음을 참고 있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끝을 맺는다. 그 모습이 흔히 볼 수 있는 아빠들의 모습인 것 같아 안쓰럽다. 그냥 우세요-라고 말을 건네고 싶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터라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작가가 부럽다. 초 신타의 그림을 보면 나도 그림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림책이 다 그렇듯 초 신타의 그림은 쉽게 그려진 듯하면서도 결코 그렇지 않다. 한 장면 한 장면에서의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그림만 되풀이하여 감상에 푹 빠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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