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 저 따위 잡놈이 정직성도 없으면서 칼은 차고 있어서요. 저렇게 실실 웃는 놈들은 풀 수 없이 묶여 있는 신성한 인연을 쥐처럼 두 동강 내놓고, 주인의 본성에서 이성을 거역하는 감정을 모조리 추켜주며 불탈 땐 기름을, 차가울 땐 흰 눈을 대령하고 바람 따라 변하는 주인의 기분 따라 물총새 아가리를 예, 아니요, 놀리면서 개처럼 오로지 따를 줄만 압니다. - P68

바보 우린 널 개미한테 공부하러 보내서 겨울엔 일을 안 한다는 걸 가르쳐줄 거야. 코를 따르는 자들은 장님을 빼놓고는 다 눈에 의지하는데, 썩은 내 나는 사람을 냄새 맡지 못하는 코는 스무 개 가운데 하나도 없어. 큰 바퀴가 언덕 아래로 구를 때는 따라가다가 목이나 분지르지 않으려면 손을 떼야지. 그러나 큰 사람이 위로 올라갈 때는 그가 널 끌어가도록 해. 더 나은 조언을 해주는 현자가 있거든 내 건 도로 줘. 나쁜 놈들이나 내 말을 따르게 할 테야, 바보가 해주는 말이니까.
이득을 챙기려고 봉사하고
겉만 보고 따르는 자,
비 오기 시작하면 짐 싸들고
폭풍 속에 널 버려도
난 기다려, 이 바보는 남는다고,
똑똑한 놈 가게 하고.
도망가는 나쁜 놈 바보 돼도
이 바보는 나쁜 놈 절대 안 돼. - P77

리어 또 녀석이 개를 피해 도망치는 것도—넌 거기에서 권위의 위대한 모습을 볼 수 있었어. 지위 있는 개는 사람도 복종해.
너 이놈 형리야, 피비린 손 멈추어라!
그 창녀를 왜 때려? 옷 벗으면 너란 놈도 채찍질하는 것과 꼭 같은 이유로 그녀를 뜨겁게 갈망해. 고리업자 사기꾼의 목을 맨다. 넝마옷 사이로는 작은 악덕 보이지만 법복과 털외투는 다 감춰줘. 죄에 금을 입히면 정의의 강한 창도 힘 못 쓰고 부러지나 누더기로 무장해 봐, 난쟁이의 밀짚도 꿰뚫어. 아무도 죄가 없다, 없다 없어. 복권하마.
내 말 들어 이 친구야, 고소인의 입을 막을 힘이 내겐 있으니까. 넌 유리 눈이나 맞추고 치사한 모사꾼처럼 보지도 못하는 걸 보는 척하라고. 자, 자, 자, 자, 내 장화를 벗겨라. 더 세게, 더 세게. 그렇지.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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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바보 같은 올곧음은 계책을 쓰기엔 안성맞춤. 갈 길이 보인다. 출생으로 안 된다면 꾀를 내어 땅을 갖자. 내 목적에 맞는다면 뭔 일이든 상관없다. - P37

리어 여기 날 아는 사람? 이건 리어 아니다. 리어가 이리 걷고 말하나? 두 눈은 어디 갔어? 지능이 줄었거나 분별력이 마비됐어. —하! 자는 거야? 깬 거야? 분명코 그건 아냐.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
바보 리어의 그림자지.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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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딜리아 아버님은 저를 낳아 기르시고 사랑해 주셨기에 전 그에 합당한 의무로 보답고자 복종하고 사랑하며 가장 존경합니다. 언니들이 아버님만 사랑한다 말할 거면 남편들은 왜 있지요? 제가 만일 결혼하면 제 서약을 받아들일 그분은 제 사랑과 걱정과 임무의 절반을 가져갈 것입니다. 전 분명코 언니들처럼 아버님만 사랑하는 결혼은 절대로 않겠어요.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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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가 효율성의 신화를 어떻게 깰 수 있는가? 만연한 열등감과 냉소주의, 거기에 기반하는 소비주의와 정치가 싸우고 스스로를 작동시킬 때만이 가능하다. 여기서 정치는 ‘당위와 명분’을 말하는 것인데, 반드시 ‘진정한 무엇은 없다’라는 냉소주의의 공격을 피해야만 효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정치마저도 열등감과 냉소주의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걸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냉소로부터 정치를 구해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 열등감과 냉소주의에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기’를 통해 마주 서야 한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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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주의자의 어법은 그래서 ‘진정한 무엇은 있다’와 ‘진정한 무엇은 없다’ 사이를 불규칙하게 오고 간다. ‘진정한 무엇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지금 여기에는 없다’는 거다. 그래서 ‘진정한 무엇’을 찾을 때까지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믿을 수 없다. ‘진정한 무엇은 없다’는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건 원래부터 믿을 건 아무것도 없으니 우리는 모두를 대상으로 기만행위를 할 수 있다는 거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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