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혁명 : 세계적 미래학자 10인이 말하는 (포켓북) - 미래를 준비하는 글들
박정훈 외 지음 / 일송포켓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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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인류는 과연 어떤 모습이고 그 생활은 어떻게 변했을 것인가? 이런 궁금증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고,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이 기대감과 상상력에 기대어 미래를 그린 소설이나 영화가 만들어지고, 히트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은 보통 이것을 상상에 그치고 상상 속에서 즐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학문으로 승화시키고 이론화시킨다. 바로 ‘미래학자’와 ‘미래학’이다.




이 책은 세계적 미래학자 10인의 저서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몇 명의 작가가 쓴 책이다. 그럼 이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인간의 역사를 통찰해보면, 끊임없이 과학 기술은 발달해왔고, 그 발달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또한 그 흐름은 결코 멈춘 적이 없었고, 인위적으로 멈추려고 했을 때도 결코 성공한 적이 없었다.

미래에는 생명공학, 우주공학, 나노기술,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이 인류 문명을 주도할 것이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가장 먼저 인간의 수명이 비약적으로 길어질 것이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결혼 횟수가 많아지고, 배우자를 인종적으로 다양하게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재의 가족 관계가 붕괴되고 인종의 벽도 점차 허물어질 것이다. 또한 인간 복제나 체외수정과 체외배양이 상용화되면서 기존의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달라질 것이다.

우수한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조합해서 완벽한 아이를 만들 수 있는 기술도 분명 발달할 것이다. 돈만 있으면 우수하게 맞춘 자신의 아이를 살 수 있게 된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심지어는 팔이 두 개 이상인 사람, 날개가 달린 사람, 아가미를 가진 사람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또 기계와 결합된 인간, 즉 사이보그도 출현할 것이다.

더불어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인간과 같이 감정을 가진 로봇도 출현할 것이다.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것, 즉 로봇도 로봇의 방식으로 번식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롭게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인간성이라고 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생겨날 것이다.

인공지능이 결합된 통신기술의 발달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교육도 통신을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기존의 학교도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도시로 집중된 생활이 분산되어서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더불어 교통수단의 발달은 지구촌을 더 가깝게 하고, 국가 간의 장벽을 허물어 이른바 지구공화국을 이룰 것이다.

나노기술의 발달은 식량과 에너지, 환경 문제를 해결해 줄지 모른다. 또한 의학기술을 비약적으로 발달시켜 암 등 질환은 감기보다도 더 하찮은 질병이 될 것이다.

우주공학의 발달은 인류를 지구로부터 벗어나게 할 것이다. 머지않아 달과 화성에 휴가를 가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과학기술이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만큼 발달한 미래에는 인간에게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아니면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가.

어떤 이들은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빈부격차가 커지고 인간성의 상실을 가져와 삶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금도 루소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학기술 발달의 흐름은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고, 미래는 필연적으로 현재화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관한 문제를 우리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연구해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여 그 과학기술을 인류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인류에게 도움을 주도록 제어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대비도 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 읽은 이 시점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한 존재이며, 인간의 지성은 선을 지향한다는 것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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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몽, 조선 최후의 48년
박성수 지음 / 왕의서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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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깝고 답답하여 책을 폈다 덮었다 하는 부분이 바로 조선말의 고종 때 부분이다. 밑바닥에 구멍이 뚫려 천천히 가라앉는 배처럼, 기둥뿌리가 썩어 서서히 쓰러져가는 집처럼 시나브로 망해가는 우리의 나라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비분강개하게 된다.




이 책은 시종원 부경으로서 고종과 순종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정환덕이라는 분의 저작 <남가몽>에 해설을 붙여 만들어진 책으로서, 고종의 아버지 흥선군이 안동김씨 세도 정치 하에서 비굴하게 살아온 것과 고종이 처음 보위에 올랐을 때부터 일제에 의해 조선이 망해버린 때까지 48년간의 기록이다.




내용은 매우 흥미 있다. 고종이 막 즉위해서 첫 어명으로 계동의 군밤장수를 처형하라고 한 이야기는 독자를 실소하게 만든다. 내막인 즉 보위에 오르기 전 빈곤한 시절에 군밤을 달라고 해도 하나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종이 친정한 후 명성황후가 기생들과 남사당패들을 궁중으로 불러들여 밤마다 연회를 열었다는 것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정환덕은 이로 인해 국고가 텅 비고 백성은 극도로 곤궁에 처하게 되면서 임오군란을 촉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고가 비게 되자 그 대안으로 돈을 받고 벼슬을 파는 매관매직을 하게 되니 국가의 기강은 더욱 더 문란하게 되고, 백성은 고통은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생 출신인 고부댁이 엄비에게 줄을 대 서방인 이용교가 벼슬을 얻게 되는 이야기는 해이하고 문란했던 그 시대상을 알려주는 오히려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월미도 매각 사건을 보면 무능한 왕과 왕실, 조정이 참으로 한심하다 할 수 있다. 감히 일개 신하가 자의로 일본인에게 월미도를 팔아먹고, 또한 힘없는 왕실은 일본에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환덕이 본 고종은 ‘타고난 자질이 어질고 착하면 자애로웠다’고 했다. 다만 말세를 당하여 시세가 위태로워 무능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호하고 있다.

“지금은 액운을 당하여 비록 공자로서 정승을 삼고 그 수제자인 안연을 사부를 삼고 자로로 집금오(검사)를 삼고 백이로 서울의 판윤(시장)을 삼고 항우로 상장군을 삼고 조조로 모사를 삼는다 하더라도 쉽게 중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p.47)

 

을사조약 직후 재위 43년 동안 한 번도 편한 날이 없었다는 고종의 고백을 듣고 있으면 동정이 가면서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마지막 단말마적인 몸부림으로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하지만 중과부적, 오히려 이로 인해 이등박문에 의해 강제로 황위를 물러나게 될 뿐이다.

그리고 1910년 500년을 지속되어온 조선이 섬나라에게 망했다.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과 그 주변 상황을 보면 100여년 전 조선과 그 주변 상황과 겹쳐 보이는 것은 내 안목이 잘못된 것인가. 혹 100년이 지난 후 또 다른 ‘남가몽’이 있어서 지금의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답답해하며 읽는 독자가 있지는 않을까. 




제목 ‘남가몽’은 ‘남가일몽(南柯一夢)’을 뜻한다. 당나라 때 순우분이라는 사람이 앞마당의 회화나무 남쪽 가지 아래서 낮잠이 들었는데, 임금의 부름을 받아 높은 벼슬을 하다가 문득 깨어보니 꿈이더라는 데서 온 성어이다. 조선 500년이 꿈같았다는 뜻인지, 정환덕이 벼슬살이하던 시절이 꿈같았다는 뜻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위정자는 꿈속에서 헤매지 않고 현실을 적확하게 인식하는 깨어있는 삶을 살아서 다시는 그 오욕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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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한승원 지음 / 푸르메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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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그 사람들 모두 가수가 되거나 화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있지만 모두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는 따로 있다. 그저 기분에 흥얼거리는 노래와 가수가 재주를 다해 뽑아내는 노래가 차이가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작가가 아닌 사람이라도 어떤 글을 쓰든 잘 쓰려고 한다면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를 물으러 온 제자에게 문득 도끼를 내주면서 뒤안의 장작을 패라고 말하는 선사처럼 처음에 저자는 글쓰기의 기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글쓰기란 무엇인가, 어떤 정신으로 글쓰기에 임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 책의 거의 절반을 할애하고 있다. 아직은 도를 들을 준비가 안 된 것이리라.




첫째 글의 제목부터 심상찮다. ‘글은 자기 깨달음의 기록이다.’(p.17) 이 얼마나 심오한 철학적 언사인가. 글쓰기가 단순히 글자의 나열이 아니라 생명력을 가진 춤사위라는 것을 일러주는 말이다. 또한 글쓰기를 비롯한 ‘모든 예술은 결국 생명력을 예찬하는 것’(p.24)이며, ‘글을 쓴다는 것은 우주의 행위나 말을 인간의 말로 번역하기’(p.31)이라고 말한다. 평생을 연마한 글쓰기의 명장이 한 말이니만큼 무겁게 와 닿는다.




좋은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먼저 정신이 명징(明澄)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생명을 가진 것과 갖지 못한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 세밀하고 깊이 있는 관찰과 심사숙고를 통해서 마치 연꽃이 물속에서 올라와 피어나듯이 글을 풀어야 한다. 이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런데 글쓰기 솜씨는 타고나는 것인가. 일찍이 추사체로 유명한 완당 김정희 선생은 평생 열 개의 벼루를 구멍 내고 천 개의 붓을 닳아 없앴다고 한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으면 글쓰기에 미쳐서 끊임없이 쓰고 고치길 반복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른바 유명한 작가들도 모두 그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나는 본래 감수성이 무딘데다가 시, 수필 등을 별로 읽어보지 않아서 아직까지 글의 예술성을 알지 못했다. 글이란 그저 정보를 싣고 전달하는 수레의 역할에 머무른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저자가 <예문>으로 제시한 시와 수필을 읽으면서 ‘문학이 진정 예술이구나’ 하는 감탄을 저절로 하게 되었다.




며칠 전 퇴근하는데 나무에서는 노랗게 물들은 은행잎들이 바람에 떨어져 날리고 길바닥에는 은행잎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쌓여 있었다. 무언가 가슴에서 감흥이 일어나는 듯 했지만 뭐라 형용할 길이 없었다. 그날 밤 이 책을 읽고 있는데 p.137에서 ‘길바닥에 깔린 노랑나비 떼의 시체 같은 낙엽’이라는 글을 보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고야 말았다. 바로 이 감흥이었던 것이다.




불가에서는 인간의 온갖 번뇌를 일컬어 ‘108번뇌’라고 한다. 이 책의 소제목이 108가지인 것이 일부러 108번뇌에 그 숫자를 맞춘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맞아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처의 말씀이 온갖 번뇌를 잊게 하듯 이 책은 글쓰기의 어려움을 일소하게 해줄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사람을 보고 ‘도통(道通)’했다고 한다. 만약 더 깊이 있고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고,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이 책을 통하여 글쓰기에 도통한 선생의 조언을 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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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 귀신과 通하다 - 조선에서 현대까지, 귀신론과 귀신담 조선의 작은 이야기 1
장윤선 지음 / 이숲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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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과학의 시대'에 귀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TV를 틀면 여러 채널에서 미스테리한 체험이나 귀신 들려서 어쨌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요새는 '퇴마사'라고 새롭게 이름 붙여진 '무당'들이 많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현재 인간 사회에도 귀신은 존재하지 않나 싶다.




요즘도 이런 얘기를 하나 모르겠는데, 예전 고등학교 시절에 회자되었던 귀신 얘기가 하나 생각난다. 공부에 대한 압박 때문에 학교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학생이 귀신이 되어 밤만 되면 학교 복도를 쿵쿵 울리며 배회하는데, 어느 날 한 학생이 혼자 남아 공부하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다. 이때 저 멀리에서 쿵쿵 복도를 울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 학생이 무서워서 책상 밑으로 숨었다. 조금 후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쿵쿵쿵 하는 소리를 내며 그 귀신이 다가왔다. 학생이 눈을 꼭 감고 있다가 궁금해서 눈을 뜨는 순간 귀신과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왜냐하면 투신할 때 머리가 먼저 땅바닥에 닿아서 죽었기 때문에 귀신이 되어서도 여전히 물구나무 선 자세로 머리를 통통 퉁기며 다니기 때문이다.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결국은 그 사회 상황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망, 희망 등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위의 이야기도 대학 입시와 학업에 시달리면서 죽을 정도로 힘들어하는 대다수의 학생과 실제로 자살하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사회 현상을 귀신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조선은 성리학적 유학에 기반을 둔 나라였다. 유학 자체가 현실주의적이어서 사후 세계나 귀신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공자가 원래 '괴이함과 용력과 어지러운 일들과 귀신의 일을 말씀하지 않으셨다'(p.52)고 하지 않은가? 하지만 <논어>에 보면 '귀신을 공경하되 가까이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귀신을 부정한 것은 아니었고, 단지 알 수 없는 일을 탐구하는 데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그 시간과 정력을 사는 데 쓰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다.




북송 때 횡거 장재는 귀신을 음양이라는 기의 활동으로 설명하였다. 아마도 유학에서, 특히 성리학에서 귀신을 설명하는 방식이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장재는 '귀신이란 두 기운의 양능(良能)이다'고 말하였고, 이것을 주희는 '두 기운으로 말하자면 귀(鬼)는 음의 영기(靈氣)이고, 신(神)은 양의 영기(靈氣)이다. 한 기운으로 말하면 이르러서 펴는 것은 신이 되고 반대로 돌아가는 것은 귀가 되니, 실은 한 기운일 뿐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이 외에도 많은 유학자들이 귀신을 설명하였지만, 막상 우리가 생각하는 귀신에 대한 설명으로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 보통 귀신이라고 하면 죽은 사람의 혼령이 활동하는 것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귀신을 정의하여 ‘한 맺힌 기와 비정상적인 귀신’이라고 하였다.

TV의 ‘전설의 고향’ 등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조선의 귀신들 대다수가 이 종류이다. 또한 거의가 여성이라는 점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음양 사상에 의하면 여성이 음이고 귀신도 음기이므로 여성의 기운이 귀신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하지만, 이는 조선은 남존여비 사상이 매우 극단적이었던 나라인 까닭에 억압적 상황의 여성들로서는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원망과 한을 가졌을 수밖에 없는 사정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지만 밀양에서 전해지는 ‘아랑 이야기’는 여성 원귀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이 이야기와 비슷한 종류의 귀신 이야기가 많고, 더불어 현대판으로 각색되어 영화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조선 시대의 귀신 이야기가 모두 여성의 원귀 이야기인 것은 아니고, 따로 이 책에서는 ‘조상의 혼령’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조선은 조상에 대한 제사를 특히 중요시하던 사회였기 때문에 어쩌면 조상의 귀신은 일상에서 같이 생활하는 존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후손들의 행실을 바로잡고 고난을 극복하며 화를 피할 수 있도록 조언을 주는 역할을 했다. 오늘날에도 조상의 꿈을 꾸고 나서 복권이 당첨되었다던가, 산삼을 캤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을 보면 아직도 조상 귀신이 우리들의 곁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질문을 한다면,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내가 그것을 경험하지 못했고, 이학적 방법으로 그것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있다’라고 말할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그것의 존재를 믿고 그것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오늘도 절(寺)로, 무당에게로 달려가는 것을 보면 또 ‘없다’라고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인류 문화사적 관점에서 볼 때 귀신은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귀신과 관련한 산업의 발달이 그것을 증명한다. 비록 그것이 인간의 무의식과 관련되거나 혹 뇌의 변연계와 관련하거나 우뇌와 관련하거나 간에 말이다.




저자는 끝에 귀신도 사랑과 대화를 원한다고 말한다. 귀신이란 타인에게 핍박받고 할 말을 다 못하고 죽은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끝으로 저자의 말을 인용한다.




“귀신이란 결국 삶에 대한 애정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존재이다. 귀신은 살면서 겪었던 좋은 일, 괴로웠던 일을 기억하고, 이를 인간과 나눔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려고 한다. 소름끼치는 몰골로 불쑥 나타나고, 흉한 모습으로 손을 내밀지만, 귀신은 결국 생전에 다하지 못한 숙제를 마치고, 이리저리 얽혀 고통스러웠던 인연에서 풀려나기를 원할 따름이다. 바로 그런 원(願)과 한(恨)을 담은 것이 귀신담으로 그것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산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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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내려 놓으라
지명 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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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남들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지 않아도 내가 먼저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 뉴스에 증권사의 모씨가 자살했다고 한다. 얼마나 괴롭고 어려웠으면 산 목숨을 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참 안타깝다. 왜 사람은 이렇게 괴로워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지명 스님이라는 분이 쓴 것으로, 불교적 관점에서 인생살이에서 오는 희노애락에 대해 써놓은 것이다. 비록 불교적 관점이지만 불교를 신앙으로 하지 않는 내가 읽기에도 공감가는 내용이나 배울 점이 참 많았다.

 

부처는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고해(苦海)'라고 했다. 어려서 부모의 그늘에서 살 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그 그늘에서 벗어나 세상에 나와 책임을 져야 하는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 그 '괴로움의 바다'라는 말이 얼마나 적절한 표현이었는가를 절감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어려움과 고통과 갈등, 다툼에 직면하여, 그야말로 '괴로움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댄다. 물론 그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때때로 그 괴로움을 때로는 상쇄시키지만, 그래도 역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제의 걱정을 겨우 해결했더니 오늘 또 다시 그보다 더한 걱정이 생긴다. 이승이 끝나는 날까지 그것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불교에서는 이승이 끝난다 하더라도 계속된다고 한다. 바로 '윤회'에 의해 다음 생까지 계속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 속에서 간간이 '무(無)'와 공(空)'을 언급한다. "무(無)'자가 무조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고정적 실체에 대한 집착을 지우기 위해서, 또 물질은 물론 정신까지도 영원불변하지 않음을 알리기 위해서"(p.17)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고통을 당하고 괴로워 하는 것은 바로 '집착(執着)'때문이라고 한다. 남보다 더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맛있는 음식, 잘난 명예, 권력 등을 얻고자 하는 욕망과 그것에 집착하는 자신으로 인해 스스로 고통을 당한다는 것이다.

 

불가에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는 말이 있다. '세간, 출세간에 오직 자신만이 존귀하다'니, 어쩌면 오만한 말이지만, 실제는 이 세상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며 세상 만사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一切唯心造)는 뜻일 것이다. 욕망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만 있다면 삶이 주는 괴로움,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대부분이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상(相)'만을 보고, 그것이 본질인 것처럼 여긴다. 나의 존재도 그 '상'에 한정해서 생각한다. 이 육신과 이 변화무상한 마음도 모두 '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허상(虛狀)'일 뿐, 본질적인 '나(眞我)'는 아닌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언젠가는 바람에 흩어져버릴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허상에 치장하기 위해서 삶을 탕진한다. 이로 인해 날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심하면 생 목숨을 끊고야 마는 것이다. 이제 '그것을 내려 놓아야' 할 때이다. 무거움때문에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려놓으면 괴로워할 것이 없다.

 

이상은 이 책을 읽고서 느낀 점을 대강 써본 것이다. 이 책 읽기를 다 마친 내 자신은 과연 그 짐을 내려놓았는가? 유감스럽게도 영 아니다. 하지만 느끼는 점은 많았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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